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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더 길고 지루한 길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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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더 길고 지루한 길의 연속이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3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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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들었다. 상의 면 티는 가슴과 등에 짝 달라붙었다. 땀이 그 사이에 들어가서 푹 젖었다. 흰 줄과 검은 줄이 박힌 셔츠는 검게 물들었다. 공기는 희박해 지고 대기는 뒷머리를 얻어맞은 듯 둔탁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왔으나 시원하지 않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강바람이 섞이고 그 위에 오염이 덧 씌워져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몸도 어제와 달랐다. 이마의 땀이 가슴으로 떨어졌다.

그 전에 안경에 한 방울 흘러 시야마저 흐릿하다. 최악의 상황이다. 더 달려 나가는 것은 이미 취했는데도 취하지 않았다고 객기를 부리면서 한 잔 더 먹는 꼴이었다.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필름이 끊겨 노인들처럼 개가 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바람은 불지 않고 고요했다. 그렇다고 등 뒤가 시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걷는 사람들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어둠이 깊어지자 하늘의 별이 한 두 개 듬 성 듬 성 보였다. 저 쪽 하늘에서 구름이 몰려 왔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그 즈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두어 달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도로는 푸석거렸고 움직일 때마다 먼지를 위로 올려 보냈다. 그래도 미세먼지는 좋음으로 표시됐다. 초미세 먼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크게 숨을 들이쉬기가 벅찼다. 이곳은 도심의 한 가운데 였다. 전나무가 아름드리 늘어선 깊은 숲속이 아니었다. 달리면서도 나는 달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것은 이런 곳이 아니라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달리면 하루 종일 달려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계곡을 따라 달리고 언덕을 넘어가고 다시 계곡이 나오고 마침내 산정을 넘어서 또 다른 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은 마라톤 중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길어 졌을 리는 없지만 더 길게 느껴졌고 한 없이 지루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너무 아득해서 과연 저기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꺾자 왼쪽 목 주변에 짜릿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한 줄기 통증이 지나갔다. 목 디스크의 흔적은 깊었다. 수년이 지났어도 완전한 회복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망가진 몸의 원상복귀는 그 만큼 느리다. 그러니 괜찮을 때 그것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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