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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노인은 앞으로 가로 질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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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노인은 앞으로 가로 질러 나갔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8.2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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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하는 말이란 고작 뒤돌아서 서서 속으로 주절대는 쌍욕이 전부였다. 기분이 참 깨끗하지 못했다.

날도 더부룩한데 이런 꼴을 봤다. 그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끊겼던 반주가 다시 시작되려는지 마이크에서 톡, 톡 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여러번 나고 사회자 비슷한 사람이 어 어 어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 순간에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이 내 앞을 가로 질러 갔다. 허리춤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보니 그 노인도 노상방뇨의 대열에 끼려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것은 참을 만 했다.

아래로 내려가서 사람이 잘 안 보이는 곳으로 가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가 노래가 시작됐고 나는 옆으로 비켜서서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첫 소절을 듣고자 했다. 그런데 뒤 돌아 보니 내려간 줄 알았던 노인이 바로 그 자리에서 오줌을 갈기고 있었다.

앞선 노인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서둘러 내 앞으로 오는 일행과 뒤에서 오는 일행이 있는지 고개를 돌렸다. 나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면 심한 충격을 받을 듯싶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애써 그 노인을 외면하는지 그들도 그처럼 저런 행동이 익숙해서 인지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일부는 일어나서 혼자서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뺑뺑이를 돌았다.

생각 같아서는 잡아다가 진짜 뺑뺑이를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그 사람에 비하면 용서받을 만 했다. 그 사람은 한국 사람이 아닌 유럽의 낮선 노인이었다.

아드리아 해는 짙푸렀다. 어릴 적 동해안에서 보던 그런 물빛 이었다. 그 날은 파도가 제법 셌는데 수영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멋모르고 몸 한 번 담가 보자고 들어갔다가 너무 차가워서 팔 몇 번 휘젓고 나온 적이 있었다.

난간을 잡고 몸을 일으키는데 바로 옆에서 노인이 바다로 오줌 줄기를 뿜고 있었다. 내 옆에는 발을 담그고 노는 여행객 들이 모여 있었는데  잠시 후 그들 가운데 그 광경을 보고 한 여자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인은 볼 일을 다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앉아서 먼 바다를 구경했다. 다들 한마디로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그 노인과 이 노인은 전혀 다른 노인이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은 노인이라는데 있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기 때문일까. 습한 대지와 끼쳐 오는 더위가 온 몸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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