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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16:37 (금)
49. 동굴의 표식,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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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동굴의 표식,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18.05.23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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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깊었다. 그래서 내려 갈 때는 위에서 내려준 밧줄을 이용했다. 다 내려간 다음에 밧줄은 위로 걷어 올려졌다. 이는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내려진 밧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사와 대원들이 살아서 땅을 밟으려면 반드시 밧줄이 내려진 위치까지 와야 했다. 그들이 동굴의 바닥에 전투화를 찍었을 때 기온은 서늘했고 서늘한 기온 만큼이나 가슴의 한 쪽에 서늘한 공포가 밀려왔다.

세명의 대원이 모두 땅에 발을 딛고 나서 그들은 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눈이 주변에 익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혹 근처에 적이 숨어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숨소리를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점차 어둠이 걷히고 후레쉬 불빛이 없어도 바로 앞은 식별이 가능해 지자 중사는 한 걸음 발을 앞으로 떼면서 손을 벽으로 짚었다. 벽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그저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것과 같이 조금 따뜻한 느낌이었다.

굴의 초입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니지 않은 듯이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 중사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씩 가면서 중사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자 작은 손전등을 꺼내 바로 땅앞을 비추었다.

후레쉬를 껴는 것은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으로 자살행위나 진배 없었으나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빛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또 나갔다가 돌아오기 위해서도 반드시 작은 불빛은 필요했기 때문에 중사는 필요할 때는 켰다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끄기를 반복했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굴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처럼 삽 자국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사람 손으로 판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후레쉬 불빛이 멈추는 곳에서는 승리를 기원하는 구절과 적에 대한 증오를 담은 낙서도 보였다.

또 어떤 곳에서는 사랑이니 고향이니 어머니 같은 단어들이 어지럽게 써 있었다. 중사는 그런 흔적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심히 지켜봤다. 글이 새겨진 모습이나 굵기 등을 통해 적의 방향을 감지하려는 듯이 예사롭지 않게 눈을 번득였다.

그런 곳에서는 잠시 몸을 낮춰 적들의 동태를 살폈으며 귀를 벽에 대고 미세한 움직임이 있는지 신경을 곤두 세웠다. 확실히 중사는 이전에 굴로 들어갔던 대원들과는 다른 차원의 행동을 했다.

멈춰 섰다가 다시 이동할 때는 뒤를 돌아보면서 왔던 곳을 외워두었으며 그들만의 표식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대검을 이용해 벽의 표면에 작은 글씨를 썼는데 그것은 콩이라는 우리말이었다. 이 글자만 따라가면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갈래길이나 좁거나 넓어지는 곳에는 반드시 콩 자를 새겼는데 높이는 자신의 눈에 맞는 곳이었다. 어떤 곳은 서서 갈 수 있으나 어떤 곳은 허리를 구부려야 했고 또 어떤 곳은 무릎으로 기어갈 정도로 높이가 낮았다.

그 때마다 그는 눈을 똑바로 들어 눈과 마주치는 곳에 글자를 팠기 때문에 진행하는 속도는 빠르지 않고 느렸다. 사실 이번 동굴 수색은 빠른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숨어 있는 적을 찾아내 섬멸하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앞서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는 적들이 잠시 쉬기 위해 머물렀던 흔적들이나 무엇을 먹고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그로 인한 배설의 흔적들을 찾아내는데 인디언과 같은 본능적인 감각을 사용했다. 그가 멈췄을 때는 반드시 이상한 것을 발견한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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