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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 경찰관과 찬송가>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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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8.04.02  11: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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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면 마음을 돌려 먹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게으르고 의욕이 없고 제 손으로 벌어서 먹기 보다는 구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런 사람에게 밖에서 생활하기 좋은 봄, 여름이나 가을은 천국의 계절일 것이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고 눈이 오면 공원의 벤치는 노숙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오 헨리 단편소설 <경찰관과 찬송가>에 나오는 주인공 소피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밤하늘의 기러기가 울며 지나가고 모피 코트가 없는 여인들이 남편에게 상냥해지는 계절 곧 겨울이 코앞이다.

공원의 벤치는 추위를 막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어서 소피는 낙엽 한 잎이 무릎위에 떨어지자 불편하게 몸을 뒤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서둘러 특별생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는 얼어 죽을 것이고 이것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의식을 거행하기로 작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의 사람에게 무슨 거창한 기대가 있을 수 없듯이 소피의 희망사항도 간소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뉴요커처럼 지중해의 어느 섬에서 한 철을 보낸다거나 베수비오만의 나른한 남쪽 하늘을 즐기기 위한 꿈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그 섬(교도소)에서 한 석 달 정도만 머무르면 되는 소박한 꿈을 소피는 지금 꾸고 있는 것이다. 꿈이 소박하므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절차도 까다롭거나 힘든 일이 아니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실컷 먹고 돈이 없다고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친절한 경찰은 그를 판사에게 데려갈 것이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그것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첫 번째 시도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들어가기도 전에 초라한 행색을 보고 웨이터가 걷어찼기 때문이다.

오리 통 구이와 치즈를 곁들인 프랑스 산 백포도주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식도락의 길은 그가 가는 길이 아니었다.

화가 난 그는 화려한 상점에 돌맹이를 냅다 집어 던졌다.

그러나 경찰은 소피가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힌트를 줬음에도 차를 타려고 달려가는 다른 남자를 쫒아 가기에 바빴다.

처량한 신세가 된 소피는 브로드웨이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전 보다 조금 싼 음식점에 들어갔다. 낡아 빠진 구두와 형편을 숨길 수 없는 바지를 입고서도 그는 비프 스테이크를 먹는데 성공했다.

그는 태연자약하게 ‘난 빈털터리’오. 그러니 경찰을 불러라 라고 목을 길게 뺐다. 하지만 웨이터는 그렇게 하는 대신 그를 길에 내동댕이쳐 귀를 찧어 놓았을 뿐이다.

소피는 다른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여자에게 수작을 걸기로 한 것이다. 바로 2미터 근방에 험악하게 생긴 거구의 경찰관이 있어 이번에는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모욕을 느껴 경찰관에게 손가락으로 까딱 거리는 신호를 보내는 대신 수작에 호응을 하면서 소피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쯤 되면 때가 아니라고 포기할 만도 한 데 우리의 주인공 소피는 그러지 않았다. 화려한 극장 앞에서 순찰중인 경찰을 발견하자마자 주정뱅이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었다.

춤도 추고 악도 쓰고 사납게 날뛰면서 소란을 피운 것은 법의 집행자가 낚아채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경찰은 온순했다. 대학생들이 승리를 자축하는 의미라며 상부에서도 놔두라고 한 명령을 잘 따랐다. 우산을 훔치는 좀도둑질에 걸려도 여간해서는 경찰의 손에 체포되지 않았다.

소피는 정처 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고풍스러운 교회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창문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다가오는 안식일에 잘 하려고 연습하고 있는 오르간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감상적이 되고 만다.

더구나 달은 하늘 한 가운데 떠서 고요하게 빛나지 차나 행인은 거의 없어 고요한데 참새 소리는 졸린 듯 재잘 거리고 아름다운 음악은 귀에 익어 어머니나 장미나 야망이나 친구나 때 묻지 않은 어린 시절이 떠오르게 한다.

소피는 문득 결심한다. 그렇게 하기에 좋은 때가 왔다.

그는 새로운 기분에 설레어 타락한 나날과 못쓰게 된 재능과 현재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는 군색한 동기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본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그는 세상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고 언젠가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찾아 가리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로 이 때, 소피가 새롭게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 경찰도 비로소 할 일을 찾았다. 두 사람 다 할 때가 돼서 그렇게 했으므로 누구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섬에 가기 전에 시설에 들어가면 어떠냐고. 감옥보다 시설이 더 편하고 좋지 않으냐고. 하지만 소피의 생각은 그들과는 달랐다.

그가 자선의 이름으로 거리의 떠돌이들에게 제공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설들을 경멸한 것은 자선보다 법이 더 친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선의 손길을 받는 순간 정신적 굴욕감을 느낄 것이고 이는 그처럼 자존심이 강한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오 헨리의 본래 이름은 시드니 포터 였다. 오 헨리는 말하자면 필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드니 포터가 감옥에 있을 때 딸이 나중에 커서 자신의 글을 읽게 될 까봐 그를 감시했던 간수장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대표작인 <마지막 잎새>는 1905년 완성했고 거기 실린 단편집에 <경찰관과 찬송가>도 함께 들어 있다.

일찍 세상을 뜬 것 만큼 오 헨리의 삶도 순탄치 않아 언제나 돈에 쪼들렸으며 알코올 중독과 간경화와 당뇨 등으로 평생을 고생하면서 살았다.1897년 48세의 나이로 죽을 때 까지 10여 년 간 300여 편의 주옥같은 단편을 세상에 남겼다.

허를 찌르는 유머와 마지막의 반전은 읽고 나서 허탈하기보다는 묘한 기분에 빠져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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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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