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에 가거나 지리산 언저리에 있다면 실상사를 보고 와야 한다.
둘레길을 걷는 순례자들이라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평화를 얻었을지라도 여기에 오면 그것이 더 한층 가슴 깊숙히 박히기 때문이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나온 실상사는 평지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터 좋은 깊은 산 속이 아니라 농사짓는 너른 땅에 보란 듯이 그렇게 있다.
몇차례 불길로 전소되는 아픔도 겪고 수백년 동안 방치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살아나 천년의 향기를 품어 내고 있다.
이 맘때쯤 가면 잘 익은 감도 딸 수 있다. 운 좋은 사람은 떨어지는 감도 받아 낼 수 있다.
서까래의 날렵한 선이 파란 하늘에 걸릴 때면 내 마음은 온전히 행복속으로 빨려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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