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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록키(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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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록키(1976)
  • 의약뉴스
  • 승인 2016.04.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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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1월,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록키에게는 그렇다. 록키는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 정월 초하루 이벤트 권투 경기에서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존 G. 에이빌드슨 감독은 록키( 실베스터 스텔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록키> (원제: Rocky)를 만들어 적어도 그 해에는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꿈이 있는 자는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영화 초반 록키는 기회를 잡기 보다는 기회를 잃는 쪽을 선택한 사람처럼 보인다. (아버지의 권유로) 머리가 나빠 몸을 쓰는 직업을 선택했다. 세금을 제외한 승리수당 40불을 위해 4라운드짜리 권투 경기에 나선다.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이나 열정 같은 것은 안 보인다. 대신 고리대금업자의 청부를 받아 약자의 돈을 갈취하는 하수인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그래도 양심은 조금 있어 준비된 돈이 부족해도 엄지손가락을 부러트리라는 보스의 말을 모른 척 한다. 12살의 어린 소녀에게는 건달과 어울리다가는 창녀 꼴을 못 면한다고 충고한다.)

그런데 어느 날 도전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챔피언은 이미 홍보비로 백만 불 이상을 썼다. 경기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타를 구해보려 하지만 신통치 않다. 책을 뒤적이던 챔피언은 닉네임으로 ‘이탈리아 종마’를 쓰는 왼손잡이 록키를 지목한다. (실력으로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우스꽝스러운 이름 때문에 선택된다.)

참신한 무명선수 록키는 도전자로 결정되고 (대단히 미국적이다.) 그 날 이후 그의 연습은 놀라울 정도로 무섭다. (틀어졌던 매니저와도 극적으로 오해를 푼다.)

새벽 4시 30분, 자명종 소리에 다른 사람이 아닌 록키가 일어난다. 날달걀 다섯 개를 먹고 난 후 새벽길을 달리는 록키의 모습은 이 영화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회색 트레이닝복에 검은 벙거지를 쓰고 허공에 주먹질을 하면서 필라델피아의 언덕길을 오르는 그의 모습은 마치 천하를 다 얻은 것과 같은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더구나 친구 폴리( 버트 영)의 여동생 아드리안 (탈리아 샤이어)을 사랑하는데 까지 성공했으니 그가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다면 마음씨 착한 하느님도 들어주기 버거울 것이다.

미술관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주변을 빙빙 돌다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찌르듯이 내지르는 장면은 아, 하는 알 수 없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마치 하늘에라도 닿을 듯이 뛰어오르면서 주먹질을 해대는 록키는 이미 챔피언의 스파링 파트너가 아니라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경쾌한 푸드 웍, 가벼운 좌우 어퍼컷에 이은 날카로운 스트레이트, 카운터 펀치를 노리면서 상대를 견제하는 잽과 흔들리는 샌드백을 향해 분당 수십 개의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는 말한다. 15회 (당시는 12회가 마지막 라운드가 아니었다.) 마지막 종이 칠 때 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낸 순간이다.

 

압도적인 기술과 체력으로 3회 정도에서 끝내려고 했던 무적의 세계, 파괴의 제왕, 46전 무패 기록의 챔피언은 큰 소리 치다가 다운을 당하는 등 코너에 몰리고 록키 역시 생애 처음으로 코뼈가 부러지고 눈이 부어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경기는 난타전이다.

그는 쇼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트레이너에게 앞을 보게 뚱뚱 부은 눈을 찢어 달라고 애원한다. 날카로운 매스가 지나간 눈두덩이 에서 한 줄기 붉은 덩어리가 튀어 오르고 그는 자유의 종을 난타하듯 글로브에 힘을 싣는다.

마지막 종이 울렸을 때 경기장에 두 발로 서 있는 로키. (여자를 상대하면 다리 힘이 빠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꿈이 없는 자, 꿈을 상실한 자 그래서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보라.

국가: 미국
감독: 존 G. 에이블드슨
출연: 실베스터 스텔론, 탈리아 샤이어
평점:

 

: <록키>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빌 콘티의 음악을 듣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리에서 혹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수도 없이 나왔고 지금도 간혹 들리는 'Gonna fly now'는 절망에 빠진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부추긴다. 좌절하지 말고 일어서라고 용기를 준다.

모두가 잠든 새벽길을 나 홀로 달릴 때 음악은 그의 뒤를 따른다. 아니 나란히 달리다가 앞서가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그와 함께 있다.

'삥'을 뜯던 그 길을 고가위의 기차와 나란히 질주 할 때 음악은 사정없이 볼룸을 높인다.

한 손으로 푸샵을 하고 허공에서 두 손을 마주치고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정육점의 매달린 고기를 향해 좌우 어퍼컷이 연타로 작렬하면 붕대 감은 손은 핏빛으로 물든다.

뚱뚱하고 늙은 회색 개를 데리고 골목길을 주먹을 피하듯이 요리조리 달려 나가면 그래서 시장을 지나고 강변을 제치면 스피드는 점점 붙고 이륙 직전의 점보 비행기 같은 가속도를 낸다. 이윽고 그는 한꺼번에 계단 두어 개를 뛰어넘는 호랑이가 되어 마침내 정상에 선다.

꼭대기에 서서 아래를 향해 도시를 마주보고 두 주먹을 하늘로 뻗으면 그는 날아오르고 관객은 더 높이 날아오른다. 새처럼 가볍게 나비처럼 우아하게.

위대한 영화와 위대한 음악이 만났으니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챔피언 먹었다 대신 엄마, 나 감동 먹었다고 외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루어 질 수 없는 그런 레퍼토리이지만 나대신 누군가가 해냈다는 대리만족을 얻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실베스터 스텔론은 3일만에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자신이 주연을 맡는 조건으로 대본을 제작자에게 넘겼다고 한다.

연기뿐만 아니라 작가 능력까지 인정받은 그는 이후 허리우드의 슈퍼스타로 우뚝 솟아났다. <람보> (1982)에서 M60 기관총을 한 손에 들고 설칠 수 있었던 것은 <록키>에서 다져진 근육질 때문에 가능했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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