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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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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 의약뉴스
  • 승인 2016.04.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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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을 후안무치라고 한다. 철면피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표현은 남자에게도 치욕이지만 여자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얼굴 전체에 남자보다 더 강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이런 강안여자(强顔女子)의 일생은 아무래도 평탄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무려 세 명의 감독 즉 샘우드, 조지큐커, 빅터 플래밍이 참여해 만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원제: Gone with the wind)에 등장하는 스카렛 오하라( 비비안리)는 이런 강한여자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강하니 남자들은 대개 약한 존재이거나 점잖 빼는 신사가 상대역이다. 그런데 스카렛과 대적할 적수가 나타나는데 그 이름은 래트 버틀러( 클라크 케이블) 다. 적수는 적수를 알아본다고 이들의 관계는 내내 티격태격 아옹다옹 이다. 누구 하나가 져야 하는데 성격이 다 그러니 부딪치고 부러진다.

스카렛은 미국 남주의 전형적인 지주 집안의 세 딸 중 첫째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농장에는 씨를 뿌리기 위해 갈아 놓은 밭이랑이 길게 늘어져 있고 수확을 앞둔 목화 사이로 만개한 복사꽃이 지천이다.

흑인 노예들도 부족함이 없으니 세상은 평화 그 자체다. 그런데 남자들이 모인 곳에서는 전쟁이야기가 불꽃을 튀긴다. 노예를 해방시킨 북부가 남부에게 이를 강요하자 조지아주는 연합을 탈퇴하고 북군은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스카렛의 눈에는 이런 것이 다 미친짓으로 보인다. 그의 눈에는 오직 한 남자만이 보일 뿐이다. 청년들에 둘러싸여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스카렛은 애슐리( 레슬리 하워드)를 찾아 사정없이 두리번 거린다. 애슐리 말고는 다 애송이다.

하지만 애슐리는 사촌인 멜라니(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와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바비큐 파티가 열리는 저녁 발표할 예정이다. 스카렛은 애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랑한다, 나와 결혼해 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운 애슐리는 스카렛의 구애를 뿌리치고 멜라니와 결혼한다.

비참해진 스카렛은 마음에도 없는 찰스와 결혼한다. 전쟁은 터지고 남자들은 자원해 총을 든다. 스카렛 손에는 곧 찰스의 사망통지서가 날아들고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검은 상복을 입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이다.

그녀는 남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전쟁 기금마련을 위해 준비한 거대한 파티가 열리는 장소에 나타난다.

사회자는 노예 경매를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남자들에게 여자를 점찍게 하고는 춤추는 대가로 지불할 돈을 부르게 한다. 앞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다리를 벌리고 서 있던 래트는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스카렛을 지목하고 군중은 그녀가 화낼 것으로 예측하는데 스카렛은 기쁜 마음으로 제의에 응한다.

검은 색이 울긋불긋 현란한 옷 속에서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래트는 그녀가 서재에서 애슐리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장면을 영원히 비밀로 묻어 두겠다며 스카렛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전쟁은 양키로 하찮게 불리던 북군이 버지니아 북부로 진격한다는 리 장군의 허풍을 단숨에 뭉개고 승리한다. 애슐리는 포로로 잡혀 있다 구사일생으로 스카렛과 아내가 있는 타라 농장으로 찾아온다. 스카렛은 멜라니보다도 더 흥분된다.

하지만 애슐리는 스카렛을 아내의 친구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전쟁에 패한 남부는 황폐하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북군은 타라 농장에 도저히 갚을 수 없는 300달러의 세금을 부과한다. 가진 것이 10달러가 전부인 스카렛은 래트를 찾아 나선다.

감옥에 갇혀 북군장교들에게 물 버리듯 돈을 잃어주던 래트는 친절을 베풀거나 유혹을 하는 대신 난 대가없이 뭘 주는 일이 없다며 콧 수염 아래 흰 이를 드러낸다.

 

그 와중에 전쟁 전에 알던 이웃을 만나는데 그는 목재상으로 돈을 벌고 있다. 스카렛은 동생의 연인이기도 한 그를 낚아채 결혼하지만 이 남자도  곧  죽는다.

세 번째로 스카렛이 결혼한 남자는 래트다. 그와 사이에서 예쁜 딸도 낳았다. 하지만 스카렛의 마음은 온통 애슐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천하의 래트도 스카렛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

스카렛의 애타는 구애에도 불구하고 애슐리는 엄청난 인내력을 발휘해 키스나 포옹이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날 멜라니는 두 사람이 붙어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사실을 래트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애슐리보다 더 정숙한 멜라니는 모른척한다. 성장한 래트의 딸은 말을 타다 스카렛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사고로 죽는다. 멜라니도 병사한다. 자, 이제 스카렛은 원하던 애슐리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래트는 애슐리를 향한 스카렛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혼을 통보하고 그녀를 떠난다.

그제서야 스카렛은 자신이 그를 사랑했음을 안다. 그러나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고민하던 그녀는 문득 타라를 떠올린다. 일하고 싸우고 죽을가치가 있는 것은 오직 땅뿐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면서 타라라면 래트를 다시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한다.

떠나서야 사랑을 확인하고 되돌리려는 스카렛의 마음은 강안 얼굴만큼이나 강한 마음으로 남아 있다. 큰 나무가 서 있는 언덕에서 농장을 바라보는, 이제는 혼자인 스카렛의 뒷모습이 석양을 받아 불게 물든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국가: 미국
감독: 샘우드, 조지큐커, 빅터 플래밍
출연: 비비안리, 클라크 케이블
평점:

 

팁: 감독이 세 명인 것도 놀라운데 상영시간도 무려 222분이다. 세 시간 하고도 한 참을 봐야 한다.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대작이 아닐 수 없다.

각본이 탄탄할 수밖에 없는 마가렛 미첼 원작을 바탕으로 했어도 1939년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허리우드가 삼는 대작의 기준이라거나 허리우드 영화의 결정판이라고 불러도 과히 손색이 없다.

클라크 케이블의 능글능글한 웃음, 난 이미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파란 드레스 속에 어떤 속옷을 입었는지 다 안다는 듯 한 비열한 미소와 이에 맞서는 비비안 리의 앙칼지고 표독스럽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없이 여자스러운 악어의 눈물은 두고두고 술안주 삼아도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광대한 대 자연에 맞서 오른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해 난 결코 지지 않아, 다시는 굶주리지 않을 거라고 절규하는 강안여인을 연기할 때의 그녀는 어떤 남자도 호령할 수 있으며 그녀를 안고 저택의 계단을 성큼 성큼 올라가는 그는 세상의 어떤 여자도 사냥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정욕의 소유자다.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었지만 끝내 사랑하는데 실패하는 아이러니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비해 신사중의 신사 숙녀중의 숙녀인 애슐리와 멜라니는 이들을 위한 감초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음탕하고 오만한 욕정남녀의 길고 긴 러브 스토리는 하루 날 잡고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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