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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배리 린든(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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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배리 린든(1975)
  • 의약뉴스
  • 승인 2016.02.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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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1971)와 <샤이닝>(1980) 사이에 나온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Barry Lyndon)은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덜 알려지고 평가도 인색한 편이다.

나오는 족족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여타의 영화가 말 그대로 대작이었기 때문에 <배리 린든>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 실제로도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은 것을 보면 큐브릭의 마니아가 아니라하더라도 이 영화가 그의 명성에 흠이 갈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영화는 한 남자의 일생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배리( 라이언 오닐)의 아버지는 귀족 집안 자제답게 법률가로 성장했고 죽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탁월한 법조인이 됐을 텐데 말들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결투을 벌이다 일찍 세상을 떴다.

배리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고 난 후 그녀에게 반한 숱한 남자들의 청혼을 뿌리치고 아들과 사별한 남편과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꿋꿋하게 인고를 삶을 살아간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배리의 마음은 아일랜드의 푸른 초원만큼이나 넓고 넓다. 배리가 성장하자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첫사랑이 찾아온다.

사촌 여동생은 수줍음을 타는 배리에게 적극적이다. 리본을 커다란 가슴사이에 끼워 넣고 자신의 몸 어디든 괜찮으니 뒤져서 찾아 내라고한다.

새소리와도 같고 바람에 날리는 바람과도 같은 배리의 사랑은 힌트를 주면서까지 리본을 찾게 만든 그녀와 결혼을 꿈꾸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침략 위협으로 격앙된 영국군대는 평화로운 아일랜드로 몰려오고 주홍색 제복을 입은 당당한 모습의 대위는 배리의 사랑과 무려 다섯 번이나 춤을 추면서 그녀의 혼을 빨아들인다.

배리 가문은 배리보다는 돈 많고 힘이 있는 대위와 결혼을 원하고 그녀도 애송이며 무일뿐인 배리보다는 춤도 잘 추고 진정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배리는 누가 진정한 남자인지 보여주겠다며 당신과 다른 4명의 여자 외에는 이런 정열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떠벌이는 배리의 연인인 대위에게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결투를 신청하고 겁쟁이 대위는 배리의 총을 맞고 죽는다.

정당한 결투였다고는 하나 살인자로 위험에 처한 배리는 아일랜드를 떠나 더블린으로 당분간 피신한다.

수중에 돈도 조금 있고 처음으로 자유도 있는데 슬픈 청년은 없다는 것이 큐브릭 감독이 내린 결론이다.

감독은 앞으로 배리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 하면서 당시 배리에게 떠오른 생각은 홀로 남은 어머니를 두고 온 집이 아니라 미래와 미래가 몰고 올 기적에 대한 생각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숨어 있기에 적격인 더블린으로 향하던 배리는 가는 도중에 젊은 아들과 늙은 아버지로 구성된 부자 날강도에게 가진 돈과 말까지 뺏긴다. 터벅터벅 걸어서 들판을 지나 어느 마을에 도착한 배리 앞에 북과 나팔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행진을 하는 영국군대의 위용이 대단하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군인이 되고 싶은 현명한 젊은이들을 모으고 배리는 유럽전쟁에서 공을 세울 기회를 행운처럼 얻는데 성공한다.

연대에 배속된 배리는 한 달이 못 되 훌륭한 병사가 되고 결투 와중에 후견자를 노릇을 했던 장교를 만나 사촌과 결혼한 대위의 이야기를 듣지만 사촌에 대한 그리움은 없다. ( 대위는 결투 중에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척 했던 것인데 이후 두 사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영국과 프러시아 연합군은 프랑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러시아와 전선을 형성하고 위대한 역사가라도 원인 규명이 어려웠을 7년 전쟁의 소용돌이로 배리는 빠져든다.

배리가 속한 연대는 프랑스군과 첫 전투를 치른다. 흔히 있는 작은 충돌에 불과했지만 배리에게는 기념비적인 첫 참전이었다.

이 전투에서 후견인이 총 맞아 죽자 배리는 전쟁의 영광에서는 멀어지고 6년 동안 군대를 탈출할 생각에 잠겨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영광스러운 전쟁을 꿈꾸기는 쉬워도 직접 해보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전쟁 아닌가.

그는 왕자의 급한 전갈을 받은 병사들이 서로 물놀이를 하면서 사랑싸움을 하는 사이 말과 프러시아의 장교복을 훔쳐 입고 탈영병의 길에 오른다.

그러다 어느 농가를 지나다 생긴 것을 따질 이유가 없는 군인이 어린 아이와 함께 있는 너무나 예쁘고 가슴이 첫사랑 여자처럼 커다란 네덜란드 여인을 만난다.

이제 1살인 아기 아버지는 봄에 전쟁에 떠나 소식이 없고 혼자 있는 여인은 외롭다. 아기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수작은 자연스럽고 여인은 남자보다 몸이 달아 며칠만이라도 있어달라고 요청한다.

 

군인이거나 전쟁터로 남편을 보낸 여인들은 애인을 빨리 바꿀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인생이 슬퍼진다. 쉴 만큼 쉰 배리는 떠나고 일단의 군인들을 만나 베를린 주재 영국대사관이 삼촌이라고 떠벌이다가 탈영병 신분이 들통 난다.

국군을 탈영한 배리는 어쩔수 없이 다시 군복을 입고 프러시아 군으로 전쟁의 막바지에 참여한다. 한 전투에서 배리는 대령을 구하기도 하고 이런 인연 때문에 베를린에서 첩보활동을 하고 이중간첩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쟁이 끝나고 프러시아의 국경을 넘은 배리는 다시 자유를 찾고 전문도박사가 되고 앞으로는 영원히 귀족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여느 귀족처럼 자신도 돈 많고 가문 좋은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한다.

그 때 종종 그렇듯이 우연히 한 여자를 처음 보았는데 그녀의 남편은 작위 기사를 가졌으며 각료를 지냈으나 지금은 통풍은 물론 수많은 질병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부인은 그를 만났지 6시간 만에 사랑에 빠졌다.

이를 눈치 챈 남편에게 배리는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라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조롱하고 그녀의 남편은 얼마 후 죽는다.

부인과 결혼한 그에게는 의붓아들이 있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아들을 낳는다.

이제 겨우 1부가 끝났다. 1시간 42분만이다. 잠시 후 파트 2가 기다리고 있다. 2부의 내용까지 적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심하다. 유부녀와 결혼하고 의붓아들이 있고 친자가 있는 배리의 인생이 어떨지는 2부를 보지 않을 사람이라도 상상의 날개를 펼 수는 있다.

국가: 영국
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라이언 오닐, 마리아 베랜슨
평점:

 

팁: 아무리 생각해도 후반부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유부녀와 결혼한 배리는 운이 풀려 자신의 힘으로 신분상승을 이루고 바야흐로 부귀의 정점에 선다. 그러나 정점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의붓아들은 어머니의 재혼과 배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데 체벌까지 받자 그에 대한 증오심을 키운다.

마침내 의붓아들은 배리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이때쯤 배리는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아있다.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는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고비 고비마다 헨델의 사라방드가 테마 음악으로 흐른다. 보통 빠르기의 춤곡으로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음악을 들으면 비장감이 들고 거대한 슬픔이 몰려오기도 하고 화려하고 근엄한가 하면 관능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든다.

사랑을 할 때 결투를 하거나 권투시합 혹은 전투를 벌이거나 도박을 하고 의붓아들을 폭행하고 도둑에게 털릴 때, 그 때마다 달리 들리는데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어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만큼 편곡이 기가 막히다.

공해 한 점 없는 깊은 산속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과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잘 익은 포도주를 먹으면서 속 깊은 대화를 곁들인다면 천국이 따로 없겠다. 자연광만으로 촬영을 했고 실내는 촛불의 밝기로만 찍었는데 한마디로 영상미가 일품이다.

사족: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시작된 스탠리 규브릭 전이 오는 3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감독의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으며 그의 작품 일부가 상영되기도 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 감독이 작품을 완성했는지 전시회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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