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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 감염 증명책임’ 주체전환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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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 감염 증명책임’ 주체전환 고려하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1.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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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 변호사 “환자에 전가” 지적...부담 완화 필요

병원감염에 대한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책임의 주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병원감염의 입증 책임 논란은 병원의 대형화로 부각되어 최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에서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대한의료법학회·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는 최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최근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몇 가지 쟁점’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현정 변호사(유현정 법률사무소)는 ‘병원감염 사건에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입법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 학술대회 현장.

병원감염이란 입원 당시 나타나지 않았던 혹은 잠복하고 있지 않았던 감염이 입원기간 중에 발생한 경우로, 통상 입원 후 48시간 이후에 발생한 감염을 말하며, 이번 메르스 사태 때에서도 수많은 환자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메르스에 감염되는 등 큰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유현정 변호사는 “각종 면역저하 환자들의 장기간 입원, 병원의 대형화로 병원감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메르스 사태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병원감염의 문제는 전 사회적, 국가적 문제로 대두됐다”며 “병원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적정하게 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소송에서 과실 및 인과관계의 증명과 관련해 병우너감염 사례에 관한 판결들을 분석해보면 병원감염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과실이 추정될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주류적인 태도”라고 전했다.

다른 의료사건에 비해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판결의 주류적 태도는 병원감염으로 인한 손해의 분담은 사실상 환자 측에 전가하고 있어,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의료소송의 다른 분야에 비해 대폭 완화하기 위한 법 해석이나 이론적 방법을 강구해야한다는 게 유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에 유현정 변호사는 지난 2013년 개정된 독일 민법전의 규정을 예로 들어 검토를 했다.

독일 민법전 제630조 ‘진료상 오류와 설명상 오류에 대한 책임의 입증 부담’ 중 제1항 ‘진료자의 오류는 진료자가 전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고 환자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의 침해를 초래한 일반적 진료상 위험이 실현된 경우에 추정된다’로 규정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독일 민법전의 경우, 진료계약을 민법상 전형계약으로 규정하고, 병원감염과 같은 의료진 측이 전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환자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의 침해를 초래한 일반적 진료상 위험이 실현된 때 진료자의 오류가 추정된다고 명문으로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진료계약은 광범위하게 국민의 실생활에서 체결되고 있고, 이로 인한 분쟁도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를 독일과 같이 민법의 전형계약으로 규정해 계약 내용의 기준과 분쟁 발생시 증명책임 등에 관해 규율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민법에 규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거나 절차적으로 어렵다면 프랑스와 같이 특별법으로 규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령에 의해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환자 측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하므로 병원감염이 발생했다고 해 의료진 측에 모든 책임이 인정되는 등의 급격한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게 유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법률에 의한 병원감염 발생 관련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의 전환은 병원감염 발생 과정에서의 과실에 따른 피해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적 문제를 법률에 의한 무기평등에 가까운 상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정 변호사의 발제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하태헌 판사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 판사는 “현재 의료소송의 실무는 의료진의 과실이 쉽게 인정되는 경우는 이미 병원이나 보험사를 통해 해결되고 있고 과실이 모호한 경우는 상당수가 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회나 소비자보호원 등을 통해 소송에 이르기 전에 걸러지고 있다”며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의료진 과실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 사건은 추가로 수소법원 조정 등을 통해 종국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국 병원감염 사례에서 판결까지 가서 기각되는 사건들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입증책임의 법리로서는 당연히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주장을 살펴봤음에도 과실과 인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기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 판사는 또, “병원감염에 국한해 봤을 때, 현대 의학기술로 아무리 철저한 대비를 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기에 의료소송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누구의 잘못도 없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병원감염의 영역일 것”이라며 “무과실 병원감염 손해를 의료진과 환자 중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로 접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무과실 손해는 손해를 당한 측에서 지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손해를 전가하거나 분배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 전가 또는 분배해야하고, 이러한 문제는 각 나라마다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의료수가 등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는 게 하 판사의 설명이다.

하 판사는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만 전환되는 것이지 인과관계의 증명은 환자 측에 있으므로 급격한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병원감염 사례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것이 의료진의 과실”이라며 “과실이 인정돼도 인과관계 단계에서 책임이 부정되는 사례를 생각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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