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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의료기관서 의료행위, 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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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의료기관서 의료행위, 불법인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1.2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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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학회 학술대회...공단 손배소 논쟁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한 것을 불법행위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 의료행위를 한 의료기관이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일 때에도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정당한 것인가?

대한의료법학회·법원의료법분야연구회는 지난 21일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최근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몇 가지 쟁점’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2012다91262, 2012다72384)를 중심으로 ‘의료법 위반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다.

 

이 변호사가 발제의 중심으로 삼은 대법원 판례의 내용은 자신의 안과의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던 의사 A씨가 다른 안과의원을 개설한 의사 B씨로 하여금 자신의 의원으로 방문, 백내장 수술 등과 같은 외래진료를 하도록 했고 환자들에게는 자신의 명의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A씨에게 4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A씨가 위법한 원외처방전을 발행해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없는 건보공단으로 하여금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해 손해가 발생됐다고 판시해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사건은 의사 C씨가 사무장에게 고용돼 의료기관을 개설, 진료한 행위에 대해 건보공단이 민법 제750조에 의거,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가 헌법상 국민의 보건에 관한 보호의무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보험 원리에 기초해 요양급여대상을 법정하고 이에 맞춰 보험재정을 형성한 국민건강보험 체계나 질서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보험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 제750조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들을 예로 든 이동필 변호사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에서 규정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위법성, 손해의 발생, 가해자의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한다”고 밝혔다.

타 안과의원에서 진료행위를 한 사건에 대해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개별적 진료를 함에 있어 의료법을 위반한 모든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부당한 방법’에 포섭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에서 적법한 면허를 가진 의사에 의해 진료가 됐고,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하거나 이를 잠탈한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의료법 위반 행위를 한 것을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방법’에 포함시켜 건보공단이 지급할 의무가 없는 요양급여비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한 이동필 변호사는 사무장병원 판례에 대해서도 “건보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건보공단은 각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문제의 의원에서 진료가 없었더라면 존재할 건보공단의 재산상태와 진료가 이뤄진 이후의 재산상태에 어떠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불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C씨가 요양급여(현물급여)를 행했지만 이로 인해 해당 환자에 대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현물급여)를 제공할 채무를 면제받은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건보법에 따라 지급하지 않아도 될 요양급여비용을 불법 요양기관에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와 이득을 고려하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건보법의 행정처분 법리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법리를 혼동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동필 변호사는 “환자가 진료를 요청한 경우에는 진료라는 요양급여를 행할 건보법상 의무자는 건보공단이므로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에 의해 요양급여기준에 적합한 요양급여가 이뤄졌다면 결국 건보공단으로서는 요양급여행위에서의 법 위반 여부를 떠나 구체적 현실적 손해가 없다”고 전했다.

이를 간과하고 건보공단이 급여비용을 지급한 측면만 평가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민법 제750조 해석에 맞지 않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척결해야하지만 의료법, 건보법을 위반한 행위라면 법에 따라 처벌하거나 환수를 해야하고 완전하지 못하는 법 때문에 환수를 못했다면 입법적 보완을 해야지 민법 제750조의 무리한 해석, 적용을 통해 행정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동필 변호사의 발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 김준래 변호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이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건보공단·요양기관·보험가입자의 삼각관계는 공법관계와 사법관계가 혼재된 특수한 법률관계”라며 “현물급여는 가입자가 요양기관에 대해 청구를 하면 요양기관은 현물급여를 실시하고 이후 요양기관은 건보공단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관계지, 가입자가 직접 건보공단을 상대로 현물급여채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발제문에 ‘환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료기관에 가지 않았다면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건보공단은 어차피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했을 테니 건보공단의 손해는 없다’는 내용에 수긍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먼저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를 상정해야하는데 위법행위가 없을 경우 재산상태를 상정함에 있어 고려할 사정들은 위법행위 전후의 여러 정황을 종합한 합리적인 추론에 의해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해 기준을 제시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규범적 손해개념, 즉 차액설에 의해 손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손해를 인정하기 위해 독일민법학에서 발달한 이론으로 가해적 사태가 있기 전의 상태와 있고 난 후의 상태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사태의 진전을 평가적으로 고찰한다면 재산적 손해가 있는 것으로 다뤄져야하는 경우에 규범적 손해를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피해자의 손해를 부정한다면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부당하게 되는 경우 규범적 손해개념이 인정될 수 있는데 실제로 이에 따른 대법원 판결도 있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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