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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환자 사망, 병원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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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환자 사망, 병원 책임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08.28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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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헤르페스 감염 진단 어려웠다" 인정

내 몸에 도깨비가 들어와 있다고 정신질환을 호소하던 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만하고 헤르페스 뇌염 같은 신경학적 질환 치료를 하지 않은 병원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물을 수 없다’ 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0년 8월경 지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부터 심한 두통과 함께 주변 사물들의 색깔과 형태가 잘 구분되지 않아 불편감을 호소했고, 두통이 점차 심해지자 인근 병원에 내원해 뇌 CT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중 A씨는 흰 옷을 입은 누군가가 자신을 잡으러 오고 있고, 본인 몸속에 도깨비가 들어와 있다고 횡설수설하며 불안해하는 상태가 유지되는 등 환시, 환청, 불안증 등이 계속됐다.

이에 B대학병원에 내원한 뒤 약을 처방받은 뒤 귀가했는데 급기야는 사탄을 물러가라며 가족들 및 허공에 크게 소리 지르고, 쉴 새 없이 방안을 뛰어다니기도 했으며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신체검진 및 문진을 시행한 결과, 망상과 폭력성 등의 증상이 추가된 증상에 대해 단기 정신병적 장애 등으로 추정진단한 뒤 입원하도록 했다.

그러던 중 A씨에게 발열이 관찰되고 산소포화도가 80% 정도로 유지되자 의료진은 감염내과 및 호흡기내과와의 협진을 통해 A씨에게 흡인성 폐렴에 준한 항생제 투여를 시작했고 신경과와의 협진을 통해 뇌염 감별을 위해 뇌척수액 검사를 실시했다. 뇌염이 의심되자 항바이러스제 투여도 시작했다.

의료진은 A씨의 상태가 행동조절 등의 정신과적 문제보다 뇌염 등 신체질환 치료가 우선일 것으로 판단해 신경과로 전과하기로 결정했고 치료를 계속받았으나 A씨는 헤르페스 뇌염에 따른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들은 “정신과 질환 병력이 없던 A씨가 심한 두통, 환시, 환청, 불안증 등을 보이고 시간적 경과에 따라 증상의 악화가 있는 경우 신경학적 질환을 의심해야했다”며 “이에 따른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거나 신경과에 신속히 자문을 의뢰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아 진단과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B대학병원에 내원했을 때에는 정신질환 증상이 주호소였고, A씨가 입원한 후에 보인 증상 역시 정신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며 “뇌CT 검사와 뇌 MRI검사 등에서 정상이었던 A씨에 대해 뇌염의 대표적 증상인 발열이 있기 전까지는 뇌염을 진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A씨가 정신과가 아닌 신경과로 내원했더라도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도록 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A씨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남과 동시에 산소포화도가 저하됐을 때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해 항바이러스 약제를 투여한 의료진의 조치가 늦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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