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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기는 하되 퇴로는 열어 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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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기는 하되 퇴로는 열어 주어야
  • 의약뉴스
  • 승인 2014.03.1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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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제약업계에 '진짜' 시련의 시기가 다가왔다.

진짜라는 말을 시련의 앞에 넣은 것은 오래전부터 위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 전과는 강도가 달라도 너무 다른 위기 이기 때문이다.

약가 일괄인하의 타격은 컸다. 상위사, 하위 제약사를 가리지 않고 충격파는 오래갔고 그 결과는 부실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의 전방위적인 리베이트 단속은 관행으로 이어져 왔던 영업방식을 송두리째 뿌리 뽑고 있다.

다들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신약이든 개량신약이든 제네릭이든 신제품이 계속해서 쏟아지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케미컬 신약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연구직의 공통된 고민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휘청거리고 있고 한국에 진출한 자회사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게는 수조원의 연구개발비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물질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자 더 늦기 전에 손을 떼자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일부 제약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 매각이 성사되면 좋지만 인수할 곳을 찾지 못하는 제약사들은 의욕을 상실한 채 고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좋지 않은 것은 전염력이 빠르듯이 이런 소문은 영업직을 통해 혹은 연구종사자들의 입에서 업계에 퍼지고 있다. 어디 제약사가 매물로 나왔고 금액은 얼마더라 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떠돌고 있다. 하지만 성사는 쉽게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찾으려는 제약사들은 인수전에 뛰어들지만 실사를 해보면 거의 빈껍데기뿐이라고 혀를 차면서 발을 빼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시너지 효과는커녕 대규모 인원만 인수해 내부 분란만 조장할 것을 우려해서다.

다국적제약사들도 500억원 미만의 매물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인수에 따른 기대효과가 생각보다 적기 때문이다.

한 다국적사 임원은 “ 본사에서 괜찮은 물건은 사라는 오더를 받았지만 막상 사려고 실사를 해보면 이 정도까지였나, 하는 회의감이 들 정도로 내용이 부실하다”는 것. 그는 “ 공장이 포함된 땅 값 이외에는 가격으로 쳐 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인수전의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는 제약업계가 어떻게든 변화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그 기회는 N&A가 될 수도 있고 경쟁력 없는 제약사의 자연도태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수 백개 제약사가 10조원이 겨우 넘는 시장을 놓고 경쟁한 다는 사실은 여전히 아이러니 하다.

자기 제품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남의 약 카피만으로 생존하는 제약사를 '약을 만드는 회사'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다. 당국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실정을 이해하면서도 제약사가 진정으로 약을 만드는 회사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당근 대신 채찍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장이 정화되고 살아남는 제약사가 치킨게임의 승자 독식을 하게 되는 상황을 그려 보고 있을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당당히 맞서기 위해서는 체질을 개선하고 위기를 이겨내고 카피대신 신약으로 정면승부해야 한다는데는 반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신약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운석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만큼 시간이, 절대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러다가 하위사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 다 사라지면 그래서 외자사들이 시장을 거의 독점해서 마구 약값을 올리면 그 이후의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재정은 하루 아침에 적자로 돌아서고 국민 복지는 뒤로 밀려 급여는 더욱 축소된다. 우리는 당국에 약가인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자 한다. 이익이 있어야 투자가 있다는 것은 말 안해도 상식이다.

매출이 조금 늘었다고 '조여도 조여도' 제약사는 상승한다는 생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익이 나지 않는 매출상승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단속 등으로 바짝 조이기는 하되 퇴로를 열어 주면서, 다시 말해 강약을 조절해 줄 것을 우리는 당국에 촉구한다. 제약사가 있어야 인하도 하고 단속도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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