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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파리, 텍사스(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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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파리, 텍사스(1984)
  • 의약뉴스
  • 승인 2012.12.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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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상처 받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대하는 것이 왜 나쁘지? 반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빔 벤더슨 감독의 '파리, 텍사스'(원제: Paris Texas)를 보면서 버리지 못한 작은 새가슴이 원망스러웠다.

이제 좀 뭔가 나오겠지 하는 조바심은 실망의 연속이고 대사는 영 마음에 들지 않으니 보다가 한 시간 후에 다시 보고 아예 이틀을 보지 않고 그래도 후반부에는 뭐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또 다시 보고 그렇게 해서 영화 한편 보는데 3일이 걸렸다.

출발은 아주 좋다.

황색의 사막은 세월의 흔적이 남긴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고 늘어진 기타줄을 세게 위로 뜯으면서 내는 소리는 어, 제대로 골랐어 하는 흡족한 마음을 들게 한다. 하지만 갈수록 줄은 느려 터지고 경치랄 것도 없는 자연은 마냥 왜소하다.

 
어쨋든 누구나 사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으로 한 남자가 걸어가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목적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비틀 거리는 것이 조만간 사고를 칠 것 같다. 예상한대로 다음 장면에서 남자는 얼음 덩어리를 먹고 쓰러진다.

이 영화에서 역설이나 반전은 없다. 그냥 누구나 예상하는대로 이어진다. 그러니 머리를 쓸 일도 없고 잠시 한 눈을 팔다 봐도 손해 볼 일이 없다.

사막의 남자는 트레비스(헤리 딘 스텐톤)로 4년간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다 어렵게 찾아온 LA에서 광고일을 하는 동생 월트(딘 스탁웰)를 만난다. 말도 않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트레비스는 동생의 집에서 아들 헌터(헌터 카슨)를 만나고 서서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지난 과거를 회상한다.

정신을 차린 트레비스는 아들과 함께 엄마를 찾으러 가고 자다 깬 아들은 붉은 차에 탄 여자를 엄마라고 여겨 아빠와 함께 뒤쫒아 간다.

그곳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곳이다. 남자를 상대하면서 스웨터를 벗을 수는 있지만 몸을 팔지는 않는다. 두 사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암시다. (여자는 밖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은 금지라는 말을 강조한다. )

여자는 남자를 볼 수 없지만 남자는 여자를 볼 수 있다. 그곳에서 트레비스는 아내 제인(나스타샤 킨스키)을 만나 3인칭 화법으로 자신이 남편임을 알린다.

너무나 사랑해 한 시도 떨어져 있지 못해 직장까지 그만둔 남편을 외면한 아내는 어느 날 생활하던 트레일러가 불이 나자 아들과 함께 종적을 감춘다. 비극적인 가족해체. 트레비스는 마구 걷기만 한다.

이 말을 전하는 트레비스의 두 뺨에 눈물이 흐르고 듣는 여자의 얼굴도 상기된다.

여기서 부터 영화는 생명력을 얻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본 보람이 있다. 아내는 아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온다. 엄마와 아들은 감격의 포옹을 한다. 트레비스는 떠난다.

왜 어렵게 찾은 행복을 뒤로 하고 떠나느냐고 시비하고 싶지는 않다. 떠날 수도 있고 남을 수도 있지만 떠날 것을 예상했으니까.

국가: 독 프 영
감독: 빔 벤더슨
출연: 헤리 딘 스텐톤, 딘 스탁웰 ,나스타샤 킨스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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