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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염쟁이 유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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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염쟁이 유씨’의 교훈
  • 의약뉴스
  • 승인 2009.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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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웅 씨가 단독 출연한 연극 ‘염쟁이 유씨(氏)’는 2006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소극장 연극 사상 최단기에 6만 관객을 돌파한 모노드라마다..

특히 지방도시 청주에서 만들어 전국을 휩쓴 감동의 ‘1인 15역할극’이어서 의미가 깊다.

어느 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몇 해 전 자신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에게 연락을 하고 기자에게 수시(收屍)로부터, 반함(飯含), 소렴(小殮), 대렴(大殮) 입관(入棺)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염의 전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지나온 인생 여정을 털어 놓는다.

흉기로 난자당한 조폭의 영혼이 고이 잠들도록 정성을 다해 염습을 해주자 조폭 귀신이 나타나 고맙다며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날 장소를 예언해 준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시신을 대하는 장의대행업자에 대해 분노했던 기억을 털어 놓으며 염쟁이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되새기기도 한다.

시신의 염습을 하는 자리에서 ‘치매를 앓던 부친이 유언장을 씹어 삼켰다’며 배를 갈라야겠다는 큰아들, 해부했다고 거짓말을 한 후 자기가 가져 온 유언장을 대신 읽어 달라고 당부하는 막내딸, 이들을 탓하지 못하고 담배만 뻑뻑피는 우유부단한 둘째 아들의 이야기에선 고인의 사회적인 화려한 성공뿐 아니라 자녀교육도 소중하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시신 앞에서 상주(喪主)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큰 아들 부부와 남매들이 고성을 내뱉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쟁이 유씨는 결국 ‘자식들 몫의 재산을 사회시설에 기탁한다’는 고인의 유언장을 새로 작성해 장례식을 마쳤다고 털어 놓았다.

주인공이 염쟁이 가업을 물려받은 이유는 ‘염쟁이가 아닌 네 갈 길을 가더라도 3년만 도와준 후 떠나라’는 부친의 간청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산사람도 우습게 여기는 세상에서 죽은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염쟁이 직업의 고귀함을 깨달았다.

또한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한 평생을 살아 온 부친이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영면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염쟁이 흉내를 내며 소꿉장난을 하는 아들만큼은 염쟁이 가업을 물려주지 않으려 9년 동안 객지 생활을 시킨다.

그러나 주인공은 어미 없이 홀로 키운 고명아들마저 손수 염을 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이었다.

‘염쟁이 유氏’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반성하고 재조명하고자 하는 연극이다. 인간이 잘 살고자 함은 삶이 소중하기 때문이며, 삶이 소중한 이유는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유한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약 없이 찾아오는 죽음 앞엔 남녀노소의 차별과 순서가 없다. 해서 죽음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통보 없이 다가올 것을 깨달은 사람은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 결산은 입시(入試)에서 판가름 나듯 인생의 결산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영면의 순간과 영안실 빈소(殯所)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염쟁이 유씨(氏)’의 독백은 우리의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의 여운을 새겨준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체를 무서워하지 말고 살아있는 자를 조심하라! 죽은 자가 사기를 치고 살인을 하는 일은 없다!’

‘썩은 냄새는 시신보다 산자에게서 더 풍긴다!’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삶이 좋은 죽음으로 연결되어 사후 올바른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든 거야!’

‘직업엔 귀천(貴賤)이 없다. 영혼을 귀천(歸天)시키는 염쟁이 일도 사명감을 가지면 그 이상의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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