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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료원장 임명 철회, 모든 교수가 동의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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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료원장 임명 철회, 모든 교수가 동의한 건 아니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02.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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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평의회 의사결정에 문제 제기...'교수 일동' 표현에 "당혹"

[의약뉴스]

 

의대 교수이면서도 의대 교수 일동으로 대접받지 못해 당혹스럽다.

 

소아 중환자실 신생아 사망사고에 이어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위기를 헤쳐온 이화의료원이 내홍에 빠졌다.

최근 이화여자대학교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현 유경하 의료원장을 임명했다.

유경하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2020년 2월 1일, 제18대 이화여자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이화의료원은 2017년 말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소아 중환자실 신생아 사망사고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자진 철회하는 등 위기 속에서 이대서울병원을 개원(2019년), 리더십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돼 사립대학교 부속병원 중 절반의 의료수익(매출)이 줄어드는 험난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화의료원은 위기 속에서도 2020년 이대목동병원 상급병원 재지정을 이뤄냈고, 의료수익도 꾸준히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연임에 성공한 유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병원회로부터 동아병원경영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3연임에 성공, 오늘(1일)부터 세 번째 임기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세 번째 임명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화학당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 정년을 앞둔 유 원장이 3년간의 임기를 보장받게 된 것.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은 26일, 정관 개정 승인과 의무부총장(의료원장) 임명 등에 대한 의결을 전면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들은 당초 29일 오후 6시까지 자신들의 요구에 답변할 것을 주문했으나 이사회가 응답하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 후속 대응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일동’ 명의로 배포된 성명서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성명서 배포 전 의견 수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전체 의대 교수진 중 일부가 참여한 회의에서 박수로 동의를 얻어 ‘의과대학 교수 일동’이라 발표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 이화의료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이화의료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두고 교수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평의회 자유게시판(배나무숲)에는 평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등장했다.

글쓴이는 “사안의 내용을 떠나 평의회가 정당한 절차를 갖추어 일을 진행한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면서 “평의회라고 해서 언제든지 의대교수 일동이라는 명칭을 함부로 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회의에 참석한 일부가 동의했더라도 전체 교수의 의견이 될 수 없다”면서 “전체 의대 교수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제출하건, 집단 행동을 하려면 정말로 전체 의대 교수들에게 의견을 여쭈어 주시고, 여러 이유로 힘들다면 자세한 사전 안내 메일이라도 꼭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의대 교수이면서도 의대 교수 일동으로 대접받지 못해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댓글 중에는 “주장하는 내용이 옳다고 절차를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박수가 정말 의미있는 동의라 생각하는가”라는 글도 있어 평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31일, 의약뉴스와 만난 이화의료원 모 교수는 “모든 교수가 평의회의 결정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대 교수 일동’이라는 표현에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을 포함해 적지 않은 교수들이 평의회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공개적으로 동의 여부를 묻고 ‘교수 일동’이라고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화의료원 내 전체 교수 약 450명 중에 전임교수는 약 180명으로 절반이 되지 않는다”면서 “의대 교수 일동이라 하려면 전체 교수에게 의견을 다 물었어야 했는데, 회의에는 전임교수 180명 중에서도 55명 정도만 참석했다”고 전했다.

특히 “인원수 자체도 대표성이 없는데 의결 과정도 비민주적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교수 일동’이라니 너무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뜻이 다른 교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 일동’이라 표현, 외부에서는 재단이 이화의료원 교수 모두가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돼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금은 이대서울병원이 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며 “이런 시기에 논란에 휘말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오히려 위기 속에 개원한 이대서울병원이 유경하 의료원장 체제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은 만큼, 재단 이사회의 결정에 공감하는 교수들도 많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소아 중환자실 이슈 이후 이대서울병원 개원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원한 다른 병원보다 오히려 더 우위에 섰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비뇨기병원과 혈관병원을 만들었는데, 비뇨기과나 흉부외과 기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도 외부에서 지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외부에서 영입한 교수님들이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쉽지 않은 시기에 의료원장으로서 이러한 성과를 보여주니 이사회에서도 만장일치로 연임에 찬성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특히 주니어들 중에는 이사회 결정에 공감하는 교수들도 많은데, 평의회에는 참석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회의 결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의 의결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사회 의결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의 의견수렴 과정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

한편, 요구했던 시간(29일 오후 6시)까지 이사회의 답변을 얻지 못한 평의회는 30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후속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했으나 의견을 모으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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