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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치료지원법 국회 통과에 의사 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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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치료지원법 국회 통과에 의사 단체 ‘발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1.1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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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웅 한특위원장 “문제 많다”...산부인과의사회ㆍ바른의료연구소도 비판 성명

[의약뉴스] 한의약 난임치료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의사사회가 들끓고 있다.

과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 치료를 국회가 법으로 권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는 지난 9일 국가가 한의약 난임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한의약 난임치료에 관한 기준을 정해 고시 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을 의결했다. 한방 난임 치료비 지원 조항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 법률안은 서영석 의원과 김영배 의원이 2022년 11월과 2023년 5월에 각각 대표발의 했으며,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를 통합ㆍ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다.
 
이번에 통과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제11조 제2항 제1호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에서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 비용의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제11조의2를 ‘보건복지부 장관은 난임시술 의료기관의 보조생식술, 한방난임치료 등 난임치료에 관한 의학적ㆍ한의학적 기준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로 개정, 한방난임치료를 추가, 명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는 “대한민국의 난임부부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 없이 한의약 난임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모자보건법 개정을 계기로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단체들은 연이어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법안 통과에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방난임사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 김교웅 한특위원장.
▲ 김교웅 한특위원장.

김 위원장은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의 문제점에 대해 국회 토론회도 열고, 한특위 위원이 전국의 지방의회를 다니면서 설명을 하면, 잠깐 효과 있다가도 다시 지방 의회에서 한방 난임치료비 지원을 통과시킨다”며 “이를 지적하면 전체 난임에 대한 예산의 95%가 의과로 들어가고, 적은 부분만 한방으로 가는 것을 두고 왜 그러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019년 한의계는 동국대 한방부인과 김동일 교수가 발표한 난임치료 연구결과를 내세우며 한방이 난임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객관적으로 근거 수준이 낮은 연구”라고 지적했다.

과거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을 비롯한 3개 한방병원에선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0명 중 10명이 중도탈락하고 나머지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 6주경 임상적 임신율은14.4%, 7명이 만삭 출산해 생아출산율은 7.78%로 보고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방난임치료 결과를 주기별로 나눠보면 주기별 임신율은 2.06%로 이는 치료 받지 않은 원인불명 난임 환자의 주기별 임신율인 2~4%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이는 과학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기를 확대하면 한의약 난임치료를 받은 환자의 7주기 누적 임신율 14.4%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6개월간 자연 임신율이 20~27%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김 위원장은 “자료를 앞뒤 다 잘라놓으니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단순 비교는 곤란하지만 열등하지 않다’는 말을 믿게 된다”며 “아이가 간절한 난임 부부가 한방 난임치료를 하느라 임신이 가능한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와 산부인과계에서도 국희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난임을 조장하는 한방 난임 치료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국회가 막기는커녕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혈세를 낭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자체별로 진행된 한방난임치료지원사업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 관련 내용을 분석해 그 임신성공률이 자연임신율보다 낮을 뿐 아니라 산부인과 보조생식술과는 비교도 안된다고 지적해 왔다.

이들은 “21세기 최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로 하여금 과학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권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을 법률로 만들었다”며 “황당함을 넘어 대한민국을 국제적인 조롱거리로 만드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힐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한방 난임 시술이 임신율을 높였다는 과학적 근거를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투입해 한방 난임 치료지 지원 사업을 수행하려면 사업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외 문헌 가운데 의학적ㆍ과학적 관점에서 '한방 난임 시술 효과를 명백하게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도 성명을 발표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임신 성공률과 낮은 경제성의 한방난임사업지원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밑받침돼 객관적 효과 입증이 선행된 후 국가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민건강의 안전과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의 국가적 지원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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