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8 15:11 (일)
‘조현병’으로 병명 바꿨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
상태바
‘조현병’으로 병명 바꿨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29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2018년 언론매체 조현병 관련 기사 분석..."갈등 프레임 보도에 주의해야"

[의약뉴스] 정신분열병의 병명을 조현병으로 변경했지만,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는 조현병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영향이 크다는 지지적이다.

용인정신병원 이유상 병원장(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과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일빈 교수 공동 연구팀은 조현병 관련 보도가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BMC Psychiatry’ 11월호에 게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조현병학회는 지난 2012년 편견과 낙인 해소를 이유로 정신분열병의 병명을 조현병으로 개정했다.

연구팀은 병명이 바뀐 뒤 미디어 프레임과 사회적 인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바람직한 보도 정립과 조현병 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 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지난 2005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네이버 온라인을 통해 약 800개 미디어 회사가 보도한 뉴스 기사를 수집, 토픽 모델링과 텍스트 분석을 통해 기사 내 조현병과 관련된 주요 토픽과 키워드를 식별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건강보험 빅데이터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사용,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빈도에 대한 정량적 역학 분석을 수행했으며, 미디어 보도의 변화와 이로 인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이것이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 빈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특히 거시적 언어 분석을 위해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주제 모델링을 사용, 온라인 뉴스 기사의 전반적인 특성을 조사했다.

LDA는 논문 모음에서 추출한 각 주제 그룹에서 실현 불가능한 항의 확률 분포 계산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주제 모델링 기법이다.

먼저 LDA 주제 모델링 결과, 정신분열증 이름과 상관없이 정신분열증 환자를 범죄에 연루시키는 갈등 프레임의 미디어 주제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는 ▲의료 프레임 ▲갈등 프레임 ▲정책 프레임 ▲중립적 프레임 등 4개 미디어 프레임으로 선정했다.

의료 프레임은 증상, 연구, 원인, 치료와 같은 의학적 내용을 포함,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이해와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두며, 갈등 프레임은 범죄와 같은 갈등을 포함해 조현병 환자들과 관련된 범죄 사건과 같은 갈등적인 상황을 강조한다.

정책 프레임은 정책과 복지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며, 조현병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지원 체계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 중립적 프레임은 일화와 예술과 같은 중립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4개 미디어 프레임으로 살펴본 결과, 국내 언론은 조현병을 범죄와 같은 갈등 위주 프레임으로 주로 다뤘으며, 의학적 정보는 소개하는 기사는 점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미디어 프레임별 정신분열증 주제 비율.
▲ 미디어 프레임별 정신분열증 주제 비율.

연구팀은 “조현병 병명 개정 후, 미디어에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 보도는 5배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같은 특정 사건이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반면 “증상과 연구, 원인, 치료 등 의학적 내용을 담은 기사는 조현병 병명 개정 후 절반 이상 감소했다”며 “이는 조현병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정보가 더 이상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지 않게 됐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미디어의 보도 프레임 방식 변화는 조현병 환자를 강력범죄에 연루된 고정관념을 증폭시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초래했고, 질병의 명칭 변경 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인식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정적인 보도가 증가할수록 입원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추가로 미시적 언어 분석을 위해 TF-IDF(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가중치 모델을 사용, 논문 간의 관계 및 문맥적 특징을 조사했다.

TF-IDF는 문서 내의 단어가 텍스트 마이닝에 얼마나 중요한지 평가하기 위한 언어 분석 접근 방식이다.

연구팀은 “질병명 개정 전 조현병(정신분열장애)에 관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의학, 연구, 복용량, 심리학, 정신의학 등 의학 용어의 단어가 상위 20개 단어 중 TF-IDF 값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대중이 질병명 개정 이전에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보다는 의학적 측면에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명 개정 후 정신분열증(정신분열장애)에 관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의학적 프레임의 TF-IDF 값이 높은 단어는 개정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며 “반면, 갈등 프레임의 TF-IDF 값이 높은 단어는 개정 후 상위 20개 단어 중 7개(35%)를 차지했고, 개정 전에는 20개 중 1개(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찬가지로 병명 개정 후 정신분열증(조율장애)에 대한 단어를 분석한 결과, TF-IDF 값이 높은 상위 20개 단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찰, 경찰서, 살인, 범죄와 같은 갈등 프레임의 단어가 많았다(20개 중 7개, 35%)”면서 “반면, 개명 전(상위 20개 단어 중 11개, 55%)에 비해 개명 후(상위 20개 단어 중 5개, 25%)에 비해 의료 프레임과 관련된 단어 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조현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질병의 명칭 변경과 무관하게 의학적 측면에서 갈등의 프레임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보도로 조현병 환자는 강력 범죄에 연루되기 쉽다는 등의 편견을 증폭했으며, 부정적인 보도가 늘어날수록 환자의 입원 빈도가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종합적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미디어의 프레임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조현병에 대한 낙인을 완화하기 위해 명칭을 수정하려는 정교화와 노력으로 거의 완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보도를 통해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편견 해소에 기여하는 의학적 프레임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는데, 오히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와 편견을 저해하는 갈등 프레임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조현병 명칭은 낙인을 없애기 위해 개정됐지만, 강력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순히 언론 보도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정신질환에 대한 개인의 인식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현재 국내 언론은 정신 질환 보도에서 범죄 등 갈등 위주 프레임을 주로 다루고 있다”며 “이는 정신 질환에 대한 불합리한 공포와 낙인을 갖게 할 수 있기에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