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최근 의대 정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건의료체계의 전체적인 변화 없이 의대 정원을 적게 늘리면 효과가 없고, 많이 늘리면 국가가 늘어난 의사 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의대 정원’과 관련된 의견을 남겼다.
최근 김윤 교수와 함께 KBS 열린토론에 출연, 우리나라 의료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 언급한 것을 정리한 내용이다.
먼저 정 교수는 단일정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대 정원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정책 변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더 과감하고 충분히 이뤄진 후에 의대 정원 변경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1000명, 3000명으로 정해놓고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를 바라보며 의견을 나눠야 한다”면서 “현재 출생아 수가 30만 명 선도 무너졌고, 출산율은 1보다 밑인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려서 나온 의사가 활동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의사 인력과 정원을 적절히 맞추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정원을 늘려서 과연 미래에 의미가 있을 것인가’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당장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이공계 인력이 얼마나 의료계로 유출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늘어난 의사 인력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재정이 과연 가능한 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20년, 30년 뒤에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이 유지될 수 있을지, 우리가 낸 국민연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을 큰 논의 없이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제안처럼 3000명이 추가로 늘어 정원이 총 6000명까지 증가하면 올해 태어난 아이가 20만명 선인데 100명 중 3명의 우수 인력을 의료에 계속 투입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늘어난 의사 인력이 필수 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재정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의료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감기 같은 경증 질환에 대해서도 국가가 동등하게 보장해주는 원칙이 있었다”며 “미래의 건강보장은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 보장해주고, 경증 질환이나 비필수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의료 인력과 의료비 증가가 누구에 의해 감당될 것인지, 실손 보험이나 비급여 진료 등 필수의료가 아닌 영역에 대한 서비스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의대 정원보다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것.
정 교수는 “전체적 변화 없이는 의대 정원을 적게 늘리면 효과가 없고, 많이 늘리면 국가가 늘어난 의사 수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