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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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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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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의료현장 의견 반영해 법ㆍ제도 마련해야

[의약뉴스] 진주 방화 살인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등 일련의 사건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 사건의 범인들 중 일부가 과거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건강의학계에서 한 목소리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국가가 정신질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며 “발견과 이송, 재활과 거주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과 함께,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법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동욱 회장.
▲ 김동욱 회장.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현장 악화되고 있어
김동욱 회장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등에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 “자칫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지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분들이 치료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년 전 많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안인득 사건, 정신과 전문의 피살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이후, 제도적 개선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로 인한 감염 예방을 명분으로 급격하게 진행된 시설 규정 강화로 인해 지난 2~3년간 유수의 정신과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폐원했고, 전국적으로 1만 개가 넘는 정신과 입원 병상이 단기간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대로 지역 사회 정신 보건 현장에서는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재활과 거주 등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탈원화 정책은 취지와는 달리 수많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회의 여기저기에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폐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법과 제도 정비 ▲국가가 지원하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시행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환자의 돌봄과 치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입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부담을 감당할 가족관계가 더 이상 견고하지 않다는 것으로, 무한한 부양의 책임을 짊어질 수 있는 보호의무자로서의 가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ㆍ퇴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간의 갈등이 지지체계의 붕괴를 낳고, 이는 정신질환의 지속적인 치료를 어렵게 한다는 것.

김 회장은 “정부는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정신보건의 현장과 현실의 문제들,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특히 스스로가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조기의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기 전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와 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송과 입원 과정 등에 필요한 정신응급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퇴원 이후에도 국가 책임 하에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외래 치료 명령 제도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며 “지금의 입원 제도로는 자타해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조기 정신증 상태의 환자들이 증상이 악화되어 위험해지기 전에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ㆍ타해 위험이 확인돼야 이송과 입원이 가능한 현재의 제도는 입원 치료가 정신 증상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한계와 모순이 있다”며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범죄 피의자가 되어 수감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환자들은 더 큰 편견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 이상 정신질환자의 응급 후송과 비자의 입원 결정 과정, 외래 통원 치료의 부담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일 없이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쉽게 말하는 탈원화는 무작정 병원을 없애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벗어난 정신질환자들의 재활, 거주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세밀한 준비와 구체적던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마약류 관리법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분리해야
김동욱 회장은 마약류 관리법에서 향정약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효율적 관리를 위해 마약법, 향정신의약품관리법, 대마법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가 쌓여,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김동욱 회장.
▲ 김동욱 회장.

김 회장은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NIMS)이 이미 의료기관에서 확고한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으면서 과도한 처방이나 약물사용의 오류 등을 시스템에서 확인하고 있다”며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류'라는 이름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동안, 불법 마약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약처 품목허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서비스라는 삼중 안전장치를 통해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입, 제조, 도소매와 병ㆍ의원, 약국을 시스템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며 “이처럼 전국적 시스템을 구축해 오남용을 엄격히 관리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마약은 제도권 시스템 밖에 있으며, 그 밀수, 거래, 보관,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뿐 아니라 법무부, 검찰, 외교부, 관세정, 국과수, 교육부 등 전 부치를 아우르는 협력과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확인할 수 있고 통제가 가능한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와 통제가 안되고 다른 기관에서 시스템 외의 문제로 집근해야 하는 불법마약을 같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안에 통합해 관리하는 것은 큰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마약법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한 이후에도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존과 같이 명확하게 구분해 정의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UN은 1961년 마약에 관한 단일 협약을 채택하고, 1971년 향정신성물질에 관한 협약을 별도로 채택함으로써, 양자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를 달리하는 두 개의 다른 물질을 모호한 법테두리 안에 함께 통합함으로써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향정신성의약품에 덧씌워진 마약이라는 오명으로 인해, 국민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고 향정신성약품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정신의학적 치료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례로 “약물치료 기피 현상으로 인해, 우울증, ADHD 등 대표적인 정신건강 질환에서조차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2018년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오래 먹으면 중독된다’라는 답변이 56.6% (475명)을 차지할 만큼 국민이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거나 미루게 되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은 많은 전문가와 입법기관이 함께 논의해야 할 큰 과제이지만,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

 

◇보험사의 ‘F코드’ 차별 논란
현행법은 정신질환자 권익보호를 위해 교육 고용 시설 등 이용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보험사에서는 소위 ‘F코드’로 대변되는 정신건강질환자나 관련 병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가입이나 보장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있다.

이 같은 실정을 인지한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선 과거 성명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면 F로 시작하는 질병코드가 붙어 인생을 망친다는 괴소문으로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 많은 보험회사가 F코드로 진료받은 적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가입과 보장에 제한을 두는 차별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동욱 회장은 “최근 국내연구에 따르면 10대의 25.9%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이 남아 대학입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며 “20대들도 기록이 남아 향후 취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30~40대는 정신과 치료 기록이 남아서 보험가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50~60대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지 않은 이유로 사회적 편견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MZ 세대마저 정신과 기록이 취업, 임시 등에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개인의 진료기록이 대학, 군이나 사기업에서도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 우려가 크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한 진료기록은 민감한 개인 정보이자 법적으로 보호받는 기록이므로 일반적으로 법령에서 정한 특수상황이나 본인의 동의 없이 제3자가 열람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실제로 개인의 진료내용은 자신의 진료기록을 건강보험공단 온라인서비스로 열람해 확인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은 출력할 수 없다”며 “기관 대 기관에서 이뤄지는 제3자 정보제공도 범죄 피의자 진료기록 확인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되므로 채용이나 임용, 승진, 대학 진학 등에서 정신건강정보가 제공된다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의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진료에 대한 장벽이 높은 상황에서도 점차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넓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 블루, 유명인의 정신과치료 경험에 대한 공유,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사건이 알려지면서 점차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전국 총회와 함께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김동욱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전통적인 관심분야인 물질의존에 관한 주제로 강의가 있었다”며 “과거의 알콜의존, 도박 등의 전통적인 주제 외에도 마약류 중독에 대한 외래에서의 치료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이해와 조절에 대해 국내 최고의 연자들이 모여서 함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는 개원의 및 봉직의들이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오픈채팅방에 항상 700명정도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며 “올해 10월에 리뉴얼한 새로운 의사회 홈페이지에는 PC와 모바일 모두에서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중앙 상임이사회뿐 아니라 각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위원을 선출, 중앙과 지역을 원활하게 연결하고 서로의 의견을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한 달에 두 번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열고 있는 상임이사회에서 각 지역위원들과 함께 참여, 의견교환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의사회내 구축된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이태원 사고나 올해 초등교사 자살사건에서 교원정신건강관련 지원에 4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자원, 교육부와 협조체제를 갖출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며 “이렇듯 개개인의 작은 의원이 아닌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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