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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마무리된 봉침 환자 구호 사건, 항소심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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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마무리된 봉침 환자 구호 사건, 항소심도 '무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0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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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응급처치 시행하는 보증인 지위" 주장...법원은 “응급의료종사자도, 응급의료기관도 아니다”

[의약뉴스] 봉침시술 후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왔다가 소송에 휘말린 의사에 대한 소송이 5년 만에 무죄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에서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는 유족 측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이들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며, 관련 병원 역시 응급의료기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 봉침시술 후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왔다가 소송에 휘말린 의사를 두고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보증인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 유족들에 반해 재판부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 봉침시술 후 사망한 환자의 응급처치를 도왔다가 소송에 휘말린 의사를 두고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보증인적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 유족들에 반해 재판부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지난 6월 봉침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 C씨의 유족들이 의사 A씨와 한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씨에 대한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던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B씨에 대해선 원심보다 늘어난 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30대 초등학교 교사 C씨가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후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자 한의사 B씨는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 ATl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A씨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에피네프린 투여,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이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지난해 7월, C씨의 유족은 한의사 B씨에게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었고, 동시에 응급처치를 도왔던 가정의학과 의사 A씨를 상대로도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A씨에 대해 “B씨로부터 A씨에 대한 협진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민법 제734조에서 정한 사무관리자의 선관주의의무에 따라 A씨에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시 에피네프린 투여, 응급심폐소생술, 119지원요청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B씨로부터 협진요청을 받은 후 할 수 있는 모든 응급조치를 다했다고 반박했으며, 재판부 역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로부터 C씨의 응급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심실세동, 뇌출혈, 폐부종,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예방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환자 상태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A씨로서는 에피네프린을 준비하기 전 C씨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C씨를 진단하면서 혈압, 호흡, 부족, 심장박동 등을 검사했고, 최종적으로 아나필락시스로 판단한 후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뛰어와서 에피네프린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곧바로 C씨에게 에피네프린, 덱사메티손, 푸라콩을 투여하고 C씨의 상태를 계속 관찰했으며, 추후 응급주사약물이 빨리 들어가도록 생리식염수, 정맥주사 링거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C씨의 자발호흡정지가 발생하자 119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장마사지를 했으며, C씨에게 재차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고, 구급대원이 도착한 이후에도 에피네프린을 정맥주사하는 등 필요한 응급조치를 다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특히 재판부는 ‘선한사마리아인 법’으로 알려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를 언급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에게 의료과실이 있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고, C씨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로, A씨가 C씨에게 한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로 인해 C씨가 사망했더라도 A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유족들과 B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한의사 B씨가 협진을 요청을 함에 따라 B씨가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가지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A씨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봉약침을 맞은 뒤 이상증세를 보인 C씨에 대해 진료 요청을 받았고, C씨에게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한 사실은 있지만, 각 사정에 비춰보면 A씨는 C씨에 대해 보증인적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A씨와 B씨는 같은 층에서 각각 가정의학과의원과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피고 A씨와 B씨는 C씨에 대한 치료를 요청하기 전까지 서로 이름과 연락처도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며 “A씨는 C씨와의 사전접촉이나 사전정보도 없었고, A씨와 B씨 사이에는 사전 협진 계약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A씨의 의료기관은 의사 1명에 간호조무사 1명으로 이뤄진 의료기관으로 응급의료를 협진할 수 있는 장비나 능력이 없었으며, A씨가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일반의료업무를 수행하는 의료인일 뿐,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유족들이 지난 2004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 "A씨가 B씨로부터 진료 요청을 받고 직접 대면진료를 했다면 진료요청을 받은 시점부터 보증인적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대법원 판결은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로 사망한 환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안”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다라서 “A씨가 본인의 업무수행범위 외에서 선의의 생명구호활동을 한 이번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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