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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세 얼간이(2009)-천재가 인간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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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세 얼간이(2009)-천재가 인간적이라니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8.0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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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물의 373번째 ‘내 생애 최고의 영화’는 지난 372번째에 나온 <만약에>에 이어 인도 영화다.

인도 영화를 연속으로 소개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고 결과적으로 잘 선택됐다는 느낌이다.

태양은 뜨겁고 불쾌지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요즘 좋은 영화 한 편은 다른 사람과 싸우기보다는 한 대 얻어맞고도 한 대 더 때리라고 대주지는 못해도 물러날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이 만든 <세 얼간이>는 인도 영화 특유의 웃음과 비극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다. 사방에 깔린 코미디 적 요소가 그렇고 가난과 죽음이 그렇고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뮤지컬이 그렇다.

영화는 천재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천재이면서 인간적이기는 무척 어렵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한 천재는 마음이 비단같이 곱다. ( 그래서 제목처럼 천재 아닌 얼간이가 맞다.)

란초(아미르 칸)는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친구를 돕는다. 아무리 영화라 해도 그렇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이 손해 보는 짓을 한다.

관객들은 천재 그 자체에 한 번 주눅이 들고 그들의 인간적 행위에 두 번 무릎을 꿇는다. 영화는 40만 명 지원자 가운데 겨우 200명 만이 입학할 수 있는 인도의 대단한 공과대학이다.

어느 날 새내기들이 들이닥친다. 기다리고 있는 선배들은 엉덩이를 까는 모욕적인 체벌로 들뜬 기를 가뿐하게 죽이고 총장은 그들을 안아주기보다는 사지로 몰아넣을 만큼 가혹하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물 위에서는 행복한 미소를 짓지만 다리는 수면 아래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분주히 노를 젓는다.

하지만 란초는 다르다. 물 위 건 물아래건 가리지 않고 자신이 세운 인생의 원칙을 고집스럽게 밀고 간다.

파르한(마드하반)과 라주(셔면 조쉬)는 란초와는 다르다. 사진작가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글 쓰는 작가는 언감생심이다. 대기업에 취직해 가문의 위신을 세우고 몰락한 가정을 세워야 한다.

가족 모두는 이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고 그들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좋아하지 않는 기계를 연구하는 일은 고달프다.

그래서 고민이라는 것이 쌓인다. 그러나 학교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대학의 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그 선봉에 총장이 섰다.

시간이 아까워 자는 시간에 면도하는 총장은 인생은 경주이고 경주에서 짓밟히기 싫으면 빨리 달리라고 재촉한다.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고 열정의 대상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돈을 최고의 선이라고 추켜세운다.

그 과정에서 ‘나 그만 둘래’ 하는 유서를 써놓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학생도 나온다. 그러나 승부욕이 강한 총장이 보기에 그것은 나약한 한 개인의 옳지 못한 선택에 불과하다.

▲ 라다크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모였다. 남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사람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 라다크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모였다. 남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 길을 가는 사람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대다수 나머지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불철주야 눈코 뜰 새 없이 책과 씨름한다. 파르한과 라주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한순간이라도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틈새에 끼어 죽을 맛이다.

자신은 카메라를 매고 다녀야 하고 문학작품을 써야 하는데 현실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괴리는 넘기 힘들고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짐작하겠지만 그 고민의 해결사는 란초가 되겠다. 란초는 퇴학의 위기에서도 친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앞서 천재이면서 인간적이기까지 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 어려운 것을 란초가 잘도 해낸다. 그것만이 아니다. 총장의 예쁜 딸까지 차지한다.

과연 인생의 승자는 누구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인가, 아니면 불나방처럼 좋다는 곳으로 몰려가서 넥타이 매고 돈 좀 만지는 삶인가.

정답은 있으나 사람들은 모두 오답 쪽으로 손을 든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오답이 정답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팔구 할은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비록 웃기는 영화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감독의 연출은 그보다 더 좋다. 비판과 흥행에서 모두 대단한 성취를 이뤘다.

국가: 인도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 마드하반, 셔면 조쉬

평점:

: 란초가 주인공이면서 선의 편에 섰다면 그 반대편에는 대학을 상징하는 총장이다. 그 총장을 처음부터 골탕 먹인 란초는 여러 위기를 넘기고 결국 총장이 두 손 들게 만든다.

총장은 마침내 그를 받아들이고 사위로 맞는 해피앤딩은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원시적 신앙 같은 믿음을 솟구치게 한다.

악의 또 다른 한 축은 세 얼간이에 대항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철석같이 학교가 원하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맞춤형 인재로 태어난 한 친구는 졸업 10년 후 거대한 계약의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좋은 집과 좋은 차와 예쁜 부인까지 두고서.

계약 당사자가 란초인 것을 관객도 모르고 그는 더더군다나 모른다. 나중에서야 모든 것이 밝혀진다.

누가 인생의 승자인지는 관객들이 알 만큼 확실히 가려졌다. (세 얼간이와 친구가 만나는 라다크의 설산이 눈에 아른거린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가봐야지 다짐하는 것은 그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편 한국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많은 분량의 뮤지컬 부분이 삭제된 채 개봉된 것은 놀랍도록 아쉬운 점이다. 이 영화의 사라진 뮤지컬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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