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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 양상 있어도 연명의료중단, 법원 ‘과실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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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 양상 있어도 연명의료중단, 법원 ‘과실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6.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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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됐어도 사망 임박상태...법에 정한 절차 거쳤으면 과실 없다고 판단
▲ 호전 양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연명의료를 중단,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환자의사를 확인하는 등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 호전 양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연명의료를 중단,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환자의사를 확인하는 등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호전 양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연명의료를 중단,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환자의사를 확인하는 등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경 B대학병원에 입원,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가 10월경 퇴원했고, 이후 다시 병원에 내원해 항암치료 없이 식이요법 및 자연요법을 시행키로 했다.

그러던 중 12월경 호흡곤란 등으로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 등의 진단으로 인공호흡기 착용, 항생제 투여,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받았다.

A씨를 치료하던 B대학병원 감염내과 담당의사는 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고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행했다. 이후, A씨는 췌장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의 유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A씨의 유족들은 “B대학병원에서 2018년 12월 3일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의 진단을 받고 인공호흡기 착용, 항생제 투약,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시행해 2018년 12월 19일까지 의식상태가 회복되는 등 호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해당하지 않고, 급성신부전에 대한 치료 경과 및 예후 등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을 위해 신장내과의 협진 내지 진단이 필요했음에도 감염내과 담당의사는 말기 암환자로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해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혈액투석이 중단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을 종합해 ▲A씨가 2018년 12월 10일까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항생제 투여로 폐렴 증상이 호전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의식이 반혼수 상태이고, 지속적인 혈액투석에도 급성신부전 및 대사성산증이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12월 14일경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한 단계 호전됐으나, 그때까지 발열, 수축기 혈압 등에 비춰 증상 완화와 악화가 반복되는 등 활력징후 및 검사소견이 불안정했고 18일경 혈색소(Hb) 수치가 정상범위에 못 미치는 7.7㎎/dl까지 감소하고 혈변 및 혈뇨 증상이 나타나며, 임종 직전 환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안구 편위 증상도 확인됐다.

이후 시행된 내시경 검사에서 췌장암의 위장 및 직장 부위 전이가 발견됐고, 그로 인해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감염내과 담당의사와 전문의는 2018년 12월 19일 연명의료결정법 제16조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했고, A씨의 가족으로부터 A시가 충분한 기간 동안 연명의료중단등에 관한 의사를 일관해 표시했다는 내용의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를 작성 받아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이해한 사실도 있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한 재판부는 “B대학병원에 입원한 이래 A씨는 급성신부전 및 대사성산증이 지속되며 체온, 혈압 등의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게 유지되다가, 혈변 및 혈뇨, 안구 편위 등의 증상이 일시에 나타나고 췌장암 전이도 확인됐다”며 “A씨의 전신상태, 전반적인 치료 내용 및 경과 등에 비춰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당시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B대학병원 담당의사 및 전문의는 A씨에 대해 임종과정에 있다는 판단을 하고 A씨의 가족 2명 이상으로부터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환자의사를 확인하는 등 연명의료결정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이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을 위반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의 유족 일부가 B대학병원 담당의사를 상대로 연명의료결정법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유족들의 신장내과의 판단이 필요했고, 혈액투석을 지속했더라면 A씨의 예후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하지만, A씨는 전이성 암,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 급성신부전 및 출혈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임종과정에 접어들었기에 그 일부 증상만 치료하더라도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지속된 혈액투석에도 상태가 악화됐고, A씨의 주된 병력이나 입원 이후 증상에 비춰 A씨의 임종과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신장내과의 판단이 필수적으로 동반됐어야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료기록 감정의는 지속된 혈액투석에도 큰 호전이 없고 위장 출혈의 발생 원인을 고려할 때 출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점 등에 비춰, A씨가 혈액투석을 계속 받더라도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입원한 후 치료를 통해 폐렴 증사이나 의식상태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동안에도 A씨의 활력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했고, 진료기록 감정의도 이런 수일이나 수주일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생명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며 “진료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병원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과정에서의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쳤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환자가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소견을 보이더라도 전반적으로 활력징후나 검사소견이 불안정했다면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을 위한 요건이 충족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환자 측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위반을 주장,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는 최초의 판결이 아닌가 생각되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 참고할 만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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