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여전히 평행선
상태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여전히 평행선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1.05.27 0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6일 열린 공청회서 의료계ㆍ환자단체 입장차 극명...쟁점마다 대척점

수술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렸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ㆍ안규백ㆍ신현영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의료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김남국 의원안과 안규백 의원안은 각각 지난해 7월 24일, 31일에 발의됐고, 신현영 의원안도 같은 해 12월 15일에 나왔지만 아직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 3건의 개정안은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을 막기 위해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건의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수술실 내 설치는 자율에 맡기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는데, 지난 4월 법안소위에서 이 안(案)을 논의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환자ㆍ시민 측과 의료계가 첨예하게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수술실 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26일 진행했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환자ㆍ시민 측과 의료계가 첨예하게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수술실 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설치’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26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는 이러한 배경 속에 개최됐다.

공청회에는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대한병원협회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환자권익연구소 이나금 소장이 진술인으로 나섰다. 2명의 의료계 인사들은 이전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2명의 환자단체 인사들은 찬성 의사를 밝혀왔다.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는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얻을 공익보다 더 많은 걸 잃을 상황을 우려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논점은 ‘신체 노출에 의한 인권침해’이라고 말했다.

김 보험이사는 “전국 약 1만개 수술실 내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모든 병원은 보안관리업체와 계약해야 한다”면서 “큰 병원은 문제가 없겠지만 중소병원 및 의원은 영세업체와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국방부도 해킹되는 시대에 (영세 보안업체의)방어벽을 뚫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만약 민감한 자료가 1건이라도 노출되면 관련된 개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민 보험이사는 의료소송을 위한 근거자료 생성ㆍ제공 차원에서라도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맞은편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최근 5년간 의료소송을 보면,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지 대리수술 쟁점은 거의 없었다”면서 “매일 수술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고정식 CCTV로는 수술실 과정을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태아를 떨어트리는 경우처럼 명확한 사고가 아니라 지혈, 접합 등의 과정은 CCTV로 확인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 수술실 내 CCTV 설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 수술실 내 CCTV 설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병협 오주형 회원협력위원장의 발언도 의협 김 보험이사의 주장과 대부분 궤가 같았는데, 오 위원장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로 불법 의료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행정 편의주의”라고 했다.

그는 “CCTV를 설치하면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과 같은 범죄를 방지하거나 확인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일들은 굉장히 예외적이고 국한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더군다나 “수술실 내부에는 집도의 외에도 많은 의료인력이 있다”면서 “이는 곧 구조적으로 부정 의료행위나 성범죄 발생이 어렵고, 설사 발생하더라도 숨기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량한 의사들을 감시하고 불신상태로 몰아넣는 CCTV 설치가 과연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만약 수술의 전체 과정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감시당한다면 (의사들은)아마도 심리적 위축으로 사고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다른 방식으로의 진료를 유도할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진술인들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 수술실 내 CCTV 설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 수술실 내 CCTV 설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오히려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특히,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촬영 영상이 해킹ㆍ유출돼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현장에서 CCTV 영상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납득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 우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응급실에서도 동일하다”면서 “의료계는 응급실 CCTV 설치에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현재 허용되고 있는데 수술실에는 안 된다는 건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의료계측 주장에 대해 환자권익연구소 이나금 소장은 울분을 토했다. 이 소장은 2016년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진 후 결국 숨진 故 권대희 씨(사고 당시 25세)의 어머니다. 권 씨의 죽음은 수술실 내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실체가 밝혀졌다.

이 소장은 “저희 아들 대희도 ‘4인 동시 공장식ㆍ분업식 유령수술’이라는 괴상한 범죄수술대에 누웠다가 살아나오지 못했다”면서 “지금까지도 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CCTV 자료를 구하기 전에는 그냥 죽었는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 그는 CCTV를 통해 확보한 아들의 수술실 장면을 보여주면서 “피가 이만큼 떨어지니 대걸레질을 13번 했는데, 간호조무사는 여기(수술실)가 놀이터였다”고 격하게 표현했다.

이나금 소장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돈벌이와 자아도취로(가득 찬) 야만적인 수술실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의료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동체 구성원들이 감시해야 할 단계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선량한 의료인들과 환자 개인 인권을 위해 세밀하게 (법안을)살펴봐 달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