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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사-환자 찬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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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의사-환자 찬반 갈등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6.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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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수술ㆍ성범죄 예방 VS 의사-환자간 신뢰 훼손...23일 법안심사소위 관심 집중
▲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안전’이라는 명제를 두고 추진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두고, 의사와 환자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안전’이라는 명제를 두고 추진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두고, 의사와 환자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안전’이라는 명제를 두고 추진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두고, 의사와 환자간 갈등이 벌어지면서, 상호간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6월 임시국회 중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최대 관심사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쟁으로, 환자ㆍ시민단체들은 대리ㆍ유령수술 방지, 환자 알 권리 보장, 의료소송 대비 자료 확보 등의 이유로 통과를 요구하고 있고, 의료계는 대리ㆍ유령수술 방지 실효성 의문, 의료인 등 의료기관 종사자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의혹 사건과 광주 모 척추전문병원 대리수술 의혹 사건 등이 터지며 어느 때보다 법 개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수술실 CCTV 입법 드라이브를 걸며, 법 개정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로 예정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법안 발의에서부터 큰 역할을 했던 환자단체들은 수술실 CCTV가 최근까지도 발생하고 있는 대리수술 등 수술실 내 심각한 범죄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국민 여론 역시 환자와 의사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는 수술실 안을 CCTV로 감시하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데, 지난달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찬성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80.1%였다. 반대 응답은 9.8% 수준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해당 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광역시ㆍ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7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현재 입법 논의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을 예방하고, 의료 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 활용을 내세운다”며 “이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다른 해결 방법을 먼저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술실 CCTV 설치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환자가 최고의 의료를 제공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듯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 또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도 ‘현실은 의학드라마가 아니다’라며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반대의견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일부 무자격자에 의한 수술 진행과 안타깝게 발생한 여러 의료 사고 등 수술실 CCTV 설치 논의를 촉발시킨 일련의 사태들에 뼈저리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대학병원을 비롯한 전공의 수련 환경에서 여러 우려 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술실 장비 블랙박스 도입 및 설치 ▲수술기록부 및 수술실 출입 기록 등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 ▲수술실 출입 시, 의료진의 생체정보 인식 등을 통한 비의료인의 출입 통제 등을 제안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강제로 규정한 국가는 없다”며 “의료계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탈의 사례를 막는다는 명분은 타당하지도 않다. 범법행위는 현재의 법으로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해당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은 “의료진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CCTV 강제화의 취지로 인해 의사들은 경악하고 있다. 의료진을 감시 하에 두겠다는 여론전이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해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외과 기피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고, 수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외과 의사의 숙련도도 부족해져, 결국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안전한 수술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수술실 CCTV 법안이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수술실 CCTV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도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찬반 논쟁이 벌어졌고, 지난 19일 KBS 심야토론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의료계와 여당-환자단체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환자들의 여러 가지 신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수술실 내부에 CCTV가 필요하다. 여러 부작용에 대해선 설치를 전제로 대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막기 위해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2014년부터 무자격자 대리수술, 유령수술에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단체에서 반대해 21대 국회까지 오게 됐다”며 “수술실의 안전과 인권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으로, 국민들의 80% 이상이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수술실에서의 안전과 인권에 대해서 수술실 설치 의무와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대표로 출연한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부회장(의협 대외협력이사)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수술실 CCTV를 설치하는 곳은 없다. 수술실이라는 공간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에서 시작된 공간”이라며 “의사가 수술도구로 상해를 주면서 더 큰 이득을 환자에게 주는 신뢰의 관계에서 쌓인 것으로, 이런 신뢰의 장에 극히 드문 상황을 가정해서 만들어 CCTV라는 조치를 한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도 “무조건 수술실 CCTV를 반대한다기 보단 법안 이면에 어떤 부분이 있고, 이를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항상 법안을 시행한 다음에 수습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술실 CCTV 법안은 국민 건강은 물론, 의료체계 붕괴와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해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정치적 쟁점으로 통과시키는 건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수장 단체인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세우는 한편,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의료계, 정부, 정치권,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가 우려를 표명한 서안을 지난 18일 공개했다.

해당 서안에서 세계의사회는 “수술과 투약 등의 의료 행위는 신뢰와 믿음에 기반하는 것으로 이것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프라이버시를 필수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라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환자와 의사간 지속적인 불신을 말하는 것으로 환자의 치료나 회복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 입법 제안은 정말로 오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는 자유사회보다는 전체주의 정권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게 세계의사회의 설명이다.

세계의사회는 “믿음과 신뢰를 파괴하는 법안을 반대한다는 의협을 지지한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이 폐기되기를 바란다. 한국 입법자들이 겁을 주거나 감시하는 대신 프라이버시와 의무를 존중하고 전문성과 윤리적인 행위를 키워 나가는 자유사회 정신을 따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권력을 통한 통제 대상이 아니라 사회 발전을 위한 능동적 주체로서 보다 나은 대안을 위해 적극 대화하고 협력하겠다”며 “대리수술 방지책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ㆍ정부ㆍ정치권ㆍ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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