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8 15:11 (일)
"내성 균주 만드는 국소항생제 예방적 사용, 버려야할 때"
상태바
"내성 균주 만드는 국소항생제 예방적 사용, 버려야할 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2.01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의대 김일환 교수, 의협회지 기고...예방적 항생제, 미국선 권고 안해

가벼운 상처나 단순 절제술 후 국소항생제를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같은 관행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 균주가 증가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과 지역사회 건강유지에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의과대학 피부과학교실 김일환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피부상처나 단순 절제 후 드레싱에 국소 항생제가 필요한가’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가벼운 상처나 단순 절제술 후 국소항생제를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가벼운 상처나 단순 절제술 후 국소항생제를 예방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처나 수술 후 창상은 그 부위의 청결도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피부 소독과 멸균된 수술기구와 장갑을 착용하고 시행하는 조직검사나 단순 절제술이나 봉합술 등의 피부과적 수술의 창상은 분류상 class I/clean에 해당한다.

감염 위험이 1-2% 정도로 매우 낮아 현재 국내외 피부과학 교과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방적 항생제(국소도포제 포함) 사용은 추천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국소항생제를 바르고 있다는 것.

김일환 교수는 “면역기능 이상이나 만성질환자, 고위험 부위를 제외한 정상인의 피부는 장벽기능으로 감염을 방어할 수 있다”며 “급성 상처에서의 감염 과정은 오염, 집락형성, 국소감염, 전신감염의 단계로 진행하므로 감염된 피부상태와 단순 피부의 염증상태는 다르고, 예방적 사용보다 피부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인된 후 치료해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수술부위나 상처부위에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즉, 홍반, 부종, 통증, 열감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지속해 나타나거나 농이 나오거나 배양균이 확인되는 등의 징후가 있는 경우에는 임상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며 “예방적 항생제 사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임상적 진단 후 항균제를 이용한 상처드레싱과 경구항생제로 치료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가이드라인에는 매우 높은 근거수준(1B)으로 수술 부위 감염예방을 위한 국소 항균제(물약, 연고, 파우더 등)의 사용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지 않다.

과거 임상현장에서는 예방적 항생제(경구나 국소)를 흔히 처방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한 불필요한 경비 증가와 내성 균주의 증가 등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서 개원의의 19%와 대학병원 등 봉직의사의 11%에서 수술 후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처방했다. 

이에 미국피부과학회가 나서서 1980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료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을 통해 현황을 조사했는데, 피부과 의사에 의한 시술 후 국소항생제 처방건수는 연 75만건 이상이었고 총 네 개의 임상연구를 메타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소항생제를 도포한 군과 바세린을 도포한 군 간의 수술 후 상처 감염의 빈도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피부과학회가 2013년부터 항생제의 오남용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예방적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일반인과 의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 교수는 국소항생제를 예방적 목적으로 바르는 관행으로 인해 내성 균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증가하게 될 내성 균주를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항생제나 치료법의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지역사회 건강유지에 중요한 위협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며 “국소항생제의 내성률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확한 자료는 미미하나 이미 발표된 자료들에서 그 증가 경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발행된 피부과학 교과서, 미국 CDC 가이드라인, 미국ㆍ유럽 피부과학회 등에서 추천하지 않고 있으며 문헌적 근거도 충분하다”며 “피부상처나 수술에서 생리식염수나 소독제 등을 전처치로 사용하고 소독된 거즈와 장갑을 사용하여 시행하는 일반적인 피부과적 창상 수술과 드레싱에서 예방적 목적으로 국소항생제를 도포하는 것은 이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의료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일환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의 현황과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연구 자료가 미미하지만 단일 기관의 연구자료들에서 흔히 사용하는 국소항생제에 대한 내성 균주의 비율이 50%에 근접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국소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균의 증가를 막기 위해 관행적 습관적으로 드레싱에 국소항생제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세린 거즈 등으로 바꿀 때”라며 “상처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의 경우 항생제가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적용에 대해서는 그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예방적 국소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선진국과 관련 전문기관들의 권고에 따라 그러한 관행은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