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5-03 20:46 (금)
"국가암 검진에 혈청 전립샘특이항원 검사 도입해야"
상태바
"국가암 검진에 혈청 전립샘특이항원 검사 도입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12.05 0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휘ㆍ이영구 교수, 의협회지 기고...효용성 밝힌 해외 연구 축적

남성 전립샘암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국가암검진에 PSA(전립샘 특이항원, Prostate Specific Antigen)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고영휘 교수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비뇨의학과 이영구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전립샘 특이항원을 이용한 국가암 선별검사의 당위성’이란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립샘암은 대표적인 남성암으로, 전립샘암과 관련된 자료가 가장 많이 축적된 미국의 경우 2020년에 1만 9130명의 전립샘암 환자가 발생하고, 3만 3330명이 전립샘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에서도 2015년에 9만 8400명이 발생해 전립샘암이 가장 흔한 남성암으로 등재됐다.

▲ The change of age-standardized incidence rate of male cancer in Korea from 1999 to 2017. Adapted from National Cancer Center. Annual report of cancer statistics in Korea in 2017 [Internet]. Goyang: National Cancer Center; 2020
▲ The change of age-standardized incidence rate of male cancer in Korea from 1999 to 2017. Adapted from National Cancer Center. Annual report of cancer statistics in Korea in 2017 [Internet]. Goyang: National Cancer Center; 2020

대한비뇨의학회의 블루리본캠페인을 통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55세 이상의 남성 1만 363명에 대한 인구비 보정 추정 전립샘암 발견율은 3.4%로 보고했고, 이는 유사 시기의 일본이나 중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5년 암 순생존율 분석의 동일한 기준과 연령구조로 보정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전립샘암 생존율은 2000~2004년 76.0%, 2005~2009년 87.3%, 2010~2014년 89.9%로, 2018년에는 94.1%까지 증가하고는 있어, 2008~2014년간 미국의 98.9%나 2006-2008년간 일본의 97.5%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

고영휘, 이영구 교수는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인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폐암의 5년 순생존율이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에 비해서도 대체로 높은 점을 비교해보면, 전립샘암에 대한 선별검사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현재 전립샘암에 대해 광점위하게 사용되는 검사는 혈청 전립샘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검사로, 전립샘암은 전신 전이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통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초기 임상증상은 전립샘비대증과 감별되지 않기 때문에 PSA 검사의 시행 및 결과에 근거한 전립샘 조직생검의 수행이 유병률을 결정짓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과거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연구가 부적절한 임상 디자인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PSA를 이용한 선별검사의 사회경제적 유용성을 위해, 대규모 RCT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Prostate Lung Colorectal Ovary(PLCO) 연구와 유럽의 European Randomized Study of Screening for Prostate Cancer(ERSPC)가 지난 2009년에 첫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들은 각각 55세부터 74세 사이의 7만 6693명, 50세부터 74세 사이의 18만 2000명을 대상으로 평균 14년 및 9년간 관찰했음에도,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고했다. 미국의 PLCO는 10년 이상의 추적관찰에도 불구하고 선별검사군이 대조군에 비해 사망률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ERSCP 연구에서는 21%의 전립샘암 특이 사망률 감소가 보고됐다.

그러나 ERSCP에서 선별검사군은 평균 4년에 한 번씩 PSA 검사를 받아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검사 주기와 다소 거리가 있었고, 전립샘암으로 인한 사망자 한 명을 줄이기 위해 1055명의 선별검사가 필요하여 비용대비 효율 문제가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들의 상반된 결과는 전립샘암 발견의 거의 대부분을 증상이 아닌 PSA 검사 결과에 의존하고 있던 진료현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특히 유병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미국에서 왜 이런 결과가 야기됐는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시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지적은 PLCO 연구의 방법론적 부정확성으로, 대조군의 90%가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PSA 검사를 시행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며 “많은 연구자들은 과연 이 연구를 RCT로 분류하는데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 대조군의 오염이 효과적으로 방지됐던 다른 연구들에서 PSA 검진의 사망률 감소가 공통적으로 증명된 것과 명백한 대조를 이뤘다”고 전했다.

PLCO연구의 명백한 설계 오류에도 불구하고 미국예방서비스전담팀(US Preventive Service Task Force, USPSTF)은 이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망률 감소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으므로 모든 연령층에서 PSA를 이용한 전립샘암 선별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2012년에 발표한 것.

연구팀은 “PSA 검사의 대중화가 없다면 전립선암의 증상은 뼈전이에 의한 통증이 나타난 후 발견되므로, PSA 검사율이 낮은 국가나 지역에서는 발견 당시 많은 환자가 암전이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PSA 검사에 대한 비권고 정책은 전립선암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전립선암이 증가세를 보이는 국내 현실에 이 같은 정책은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지난 30여 년간 임상에서 PSA 검사를 활발하게 진행한 미국과 다른 국가 간에 그동안 축적된 인구학적 및 종양학적 특성, 그리고 이에 관여하는 보건의료체계는 매우 다르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USPSTF 권고안의 기계적 수용은 국가적 암관리에서 정책적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립샘암과 관련된 국가간 혹은 인종간 차이들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PSA 검사의 빈도”라며 “약 20년 전인 2001년 Behavioral Risk Factor Surveillance System을 이용한 자료분석에서 50세 이상 미국 남성의 75%가 최소 1회 이상의 PSA 검사를 받았고, 57%는 주기적으로 PSA 검사를 시행받았음이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립샘암에 대해서 국가암 검진을 시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화돼버린 미국의 PSA 검사빈도는 앞서 PLCO연구에서 대조군 연구설계의 오류를 야기한 원인”이라며 “더 낮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미국질병관리센터의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 포함되나 전립샘암은 제외된 이유”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에서 전립샘암의 유병률은 2000년까지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기에 PSA 검사는 보편적인 검사로 시행되지 않았다”며 “지난 2004년의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50대 이상 남성에서 2년간 PSA 선별검사를 시행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국가간 통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유사한 전립샘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 일본에서 늘어나기 시작한 전립샘암에 대해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PSA 검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전립샘암이 발생률 1위가 된 것은, 이러한 노력에 의해 현재 일본의 50세 이상에서 PSA 검사의 수검율이 약 30%로 미국과 유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여기에 연구팀은 “이러한 배경에서 대한비뇨의학회는 PSA 검사의 정책적 보편화를 지난 10여 년간 보건당국에 여러 경로를 통해 요청했지만, 현재 국내에서 PSA 검사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검진 사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에서 PSA 검사가 생존율 향상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가 없고, PSA 검사를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추진하는 나라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7만 3280명의 전립샘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샘암 발병 전 세 차례 이상 PSA 검사를 받은 전립샘암 선별검사군과 첫 PSA 검사 이후 암 등록까지 3개월 이내가 소요된 대조군을 설정, 비교했다. 

분석 결과, PSA 검사군에서 국소치료의 비중이 높고 항암제를 포함한 전신치료의 비중보다 유의하게 낮았고, 전체 전립샘암 환자들 중 PSA 선별군으로 분류가 가능했던 환자는 27.7%에 불과했지만 검사를 시행받지 않은 대조군의 총 사망률은 선별군의 두 배(HR 2.05)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고영휘, 이영구 교수는 “2010년 후 전립선암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 국가 암통계 기준으로 남성암 중 유병률이 3위에 이르는 상황에서, PSA 검사의 유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인종적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전립선암 특성상 서양의 약 10년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료지침을 국내에 대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립샘암은 남성에서만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으로 최근 여러 지표에서 국내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보다 암생존율이 유일하게 낮다”며 “PSA 검사가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음이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어, “PSA 검사의 보편적인 시행은 기회균등의 차이와 더불어 교육적, 경제적, 성적 평등의 원리라는 시대정신의 실현을 의학의 영역에서 가능케 하는 중요한 정책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