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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8-08 11:59 (토)
도합 두마리가 그날 밤 뱀사냥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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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두마리가 그날 밤 뱀사냥의 결과물이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07.0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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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기 시작했다. 순찰은 계속됐다. 비워진 그물망이 채워지기 위해 우선 뱀을 발견하는 것이 급했다. 다 들 그걸 원했다. 땅꾼 부부만이 아니었다. 사촌은 물론 성일도 마음이 급했다.

어서 한 마리라도 나타나서 감탄사를 지르고 싶었다. 그러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어도 조심하면서 아, 하는 정도의 짧은 환호성은 질러도 무방했다. 그걸 가지고 시비걸 사람은 없다.

설사 꽃뱀이라고 하더라도 칠점사냐, 아니면 살모사냐고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은 땅꾼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서였다. 호기심에 앞서 나타나 줘서 고맙고 잡아서 기분 좋고 따라서 내가 따라와서 이런 횡재수가 생겼다는 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잽싸게 잡아서 망태기에 집어넣는 순간에 대한 칭찬은 그 뒤에 당연히 따라올 것이고 그 후에는 연신 감탄사를 조심해서 지르며 역시라는 말을 앞선 땅꾼은 물론 뒤따르는 땅꾼의 부인이 들릴 정도로 입 밖으로 내고 싶었다.

따라나선 것에 대한 미안함, 나로 인해 부정 타지 않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 마리라도 그물에 걸려들어야 했다. 이것은 빠를수록 좋았다. 더 많은 뱀을 잡는다면 그것은 오로지 성일의 동참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성일은 품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뱀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많이 잡아서 부인의 그 작은 눈이 뱀눈이 아니라 사람 눈처럼 커지는 것을 보고 싶었다.

뱀의 남자가 아닌 뱀의 여자가 웃을 때 앞니 두 개가 빠진 것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낮에 순찰을 돌지 않았기 때문에 낮의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러려면 망태기가 가득 차지는 않아도 들기에 묵직한 기분은 들어야 한다. 뱀들은 아짂까지는 이런 기대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기대한다고 다 채워지는 것이 아니듯이 뱀들이 성일의 그런 속사정까지 헤아리면서 뱀 그물로 돌진하지는 않았다.

뱀들은 아직 그러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저녁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 머잖아 낙엽이 떨어지리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뱀들이 꾸물 거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때를 기다리는 거야. 성일은 계절도 모르는 뱀들을 탓했다.

하지만 곧 지금쯤 산의 초입쯤 도달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앞서 해나갔다. 아니면 작은 내를 건너고 있을지도 몰랐다. 둠벙을 만나 지친 몸에 물을 끼얹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뱀들은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서 오라고 손짓하면서 애간장을 태울 일이 아니다. 그런 사실을 땅꾼은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금 미안해하면서 어서 나와 주기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는 성일에게 그럴 필요 없다, 괜찮다는 제스처로 손을 앞으로 들어 보이는 여유까지 부렸다.

성일은 나타나지 않는 뱀이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길잃은 나그네가 헛디딘 발을 물고 있느라 늦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땅꾼은 산에 오기 전에 이웃 동네 사람이 뱀에 물려 병원에 실려 간 사실을 이야기했다.

혹시 그 사람을 문 뱀이 내가 기다리는 뱀이 아닐까, 성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은 장화를 신은 발을 내려다 보았다. 땅꾼은 산에 오기 전에 양말을 신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어야 한다고 그래야만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야간 산행을 하기 전에 성일의 복장을 점검한 것은 자신의 말을 따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라면 뱀에게 물릴 일이 없고 그래서 물렸을 때 책임이 있을 거라는 걱정거리도 덜 수 있다고 판단되자 땅꾼은 앞장서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 장화라도 물고 늘어졌으면. 성일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뒤이어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땅꾼은 일행이 제대로 오고 있는지 뒤를 돌아보면서 낮은 소리로 조심해, 이렇게 말했는데 뒤돌아보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는 평상에 있을 때보다 더 작은 소리로 말해 귀에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큰소리는 뱀을 놀라게 할 거라는 미신 때문이었다.  그 미신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들 세계로 발을 디딘 이상 지켜 주는 것이 예의다. 그리고 예의 이전에 성일 자신도 그런 미신을 어느 정도는 믿고 있었다.

구구거리는 비둘기 소리와 다른 이름 모를 새소리 혹은 낯선 짐승이 지나가는 소리가 간혹 들려왔고 그때마다 땅꾼은 발을 멈추고 주변을 한 번 둘러 봤다. 그물 앞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옆으로 따라 도는 뱀이 아니라 아직 도달하지 못한 뱀이 아래쪽에서 힘겹게 위로 올라오고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런 경우 반질대는 땅이 아니어서 잡는데 어려움이 있으나 그런 것을 땅꾼이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물 옆이든 아니든 어디든 뱀만 있다면 그는 앞을 내젓는 뱀 사냥용 막대기로 잽싸게 뱀을 누를 것이다.

누르기 쉬운 몸통이 아닌 뱀을 제압하는 머리 쪽을 정확히 겨냥해서 말이다. 가다가 땅꾼은 자주 멈추었다. 어려워서 쉬거나 뱀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지 못한 뱀을 기다려 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여름이 지나가는 선선한 바람이 땀이 나올락 말락 하는 이마위로 불었다.

산에서는 그것이 조금 더 일렀다. 들이나 밭이나 논에 있던 뱀들은 산의 변한 기온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동면을 위해 높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욕구가 막 일어나기 시작했으나 쥐 한 마리를 더 먹고 기운을 보충해도 늦지 않았다. 빈 곳이 없도록 뱃 속 구석구석까지 든든하게 채워 놓아야 긴 겨울을 버틸 수 있었다.

한 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는 뱀들이 총력전으로 몸보신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후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뱀들에게 이것은 내년 봄을 기약하는 운명적인 작전이었다. 그 일을 마친 부지런한 뱀들은 머리를 반대로 돌려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나머지 뱀들이 그냥 무작정 시간에 쫓긴 몽블랑 정상 정복 대원처럼 앞선 대열을 뒤따랐다. 오로지 정상만을 향해 치고 올라가는 대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을 쉬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물이 나타나면 암벽에 막힌 산악대원처럼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올라가는 것이 뱀들이 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물일 때는 달랐다. 겨우 일 미터 높이를 넘지 못하고 옆으로만 이동할 뿐 나아가거나 돌아가지 못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위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쉬는 대신 끊임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무엇이 있는지 뱀들은 뱀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 자신의 몸을 숨기고 긴 겨울 동안 살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가 그쪽에 있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추구해야 할 생명 연장을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복병이 있을 줄은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미리 대비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뱀들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옆으로만 기던 뱀들은 중간, 중간에 깔때기 모양의 또 다른 그물이 마치 한겨울을 날 동굴인 것처럼 잘못 알고 걸려들었다.

그들은 들어갈 때 스르륵 미끄러졌기 때문에 나올 때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한 번 들어간 그들은 영영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됐다. 함정에 빠진 그들이 다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통발은 입구는 넓고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인데 그 사이사이에 파놓은 홈이 탈출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말하자면 이중 자물쇠와 같은 것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비늘이 있는 뱀이 들어갈 때는 자연스럽게 자기 뜻대로 들어가나 나오려고 하면 뒤로 뒤집어 지는 비늘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하도록 만든 정교한 형태의 덫에 녀석들은 당황하나 때는 늦었다.

덫에 걸린 녀석들은 아직은 살아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족제비나 청설모도 처음에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통 안의 먹이를 노렸으나 입술만 다쳐서 돌아갔다.

겉이 철사로 촘촘하게 엮어져 있는 간이 철망은 날카로운 이빨로도 뜯어낼 수 없었다. 먹잇감 앞에서 설치던 설치류 들이 포기할 즈음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려 나타난다.

뱀은 사람의 손에서 살아났다는 안도감을 잠시 느꼈다. 그들은 통발에서 자신을 건져준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들고 꼬리로 손목을 감아 들었다. 그것이 고마움에 대한 표시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지 못해도 뱀들은 마땅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듯이 들었던 머리를 숙였다 다시 들고 멈췄던 꼬리를 계속 흔들었다.

고마운 것도 끝낼 때가 됐다. 사람들은 귀찮은 듯이 팔에 감은 몸통을 풀고 얼른 다른 그물망에 집어넣고는 손을 털었다.

뱀은 다시 갇혔다. 갇힌 뱀은 자신을 창조한 신에 대해 원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애초에 감사할 줄은 알아도 원망할 줄은 몰랐다. 신은 그런 능력까지는 뱀들에게 주지 않았고 대신 다리를 없앰으로써 평생 걷지 않고 기어서 앞으로 갈수 있는 힘만 주었다.

뱀의 남자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성일에게 주의를 주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할 때 그는 중령 할아버지처럼 명령하는 투였다.

땅꾼의 명령은 달갑지 않았으나 그렇게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의미였다.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그의 심사를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사촌 형도 궁금한 것은 내려가서 물어보라고 거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것은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이었다. 구렁이를 잡는 행위가 산신령을 해치는 것과 같다는 어머니 말씀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땅꾼 스스로 조심하기는 했지만 말을 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만은 해도 괜찮다는 어떤 특권의식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적어도 뱀사냥에서만큼은 그가 대장이었고 대장의 말은 거역할 수 없는 권위가 있었다.

헤드 랜턴이 다시 움직였다. 잠시 멈췄던 대열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조용한 침묵이 움직이는 발소리조차 잠들게 했다. 마치 어떤 소리라도 내면 뱀이 그물을 타고 넘어가거나 심지어 날아서 장애물을 넘어갈지 몰랐다.

길이가 3미터가 넘는 큰 구렁이도 넘지 못하는 그물을 독사는 물론 일반 잡뱀도 쉽게 그물을 넘어 도망간다는 미신이 땅꾼에게 있었기 때문에 뒤따르는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땅꾼이 뱀을 잡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야간 뱀 사냥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산하면서 아직 본격적으로 뱀이 이동하는데는 이른 시간 탓으로 뱀 사냥 실패의 원인을 땅꾼은 분석했다.

수확이 좋지 않은 것은 성일이 참여해 부정 탓기 때문이 아니라 뱀이 이동하기 위해 더 많은 영양 보충이 필요한 때문이었다고 뱀의 남자는 흔쾌하게 설명했다.

그것으로 성일은 안도했다. 독사 한 마리와 물뱀 한 마리 도합 두 마리가 그날밤 사냥의 결과물이었다. 술잔을 놓고 많이 잡게 해주십사 신령님께 빌었던 굿도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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