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18:51 (금)
외과계, 수술실 CCTV 설치 거센 반발
상태바
외과계, 수술실 CCTV 설치 거센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5.31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의사 인권 침해...수술 질 저하 등 우려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외과계 전문학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전에 수술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위험이 높은 의료행위의 경우 환자의 동의하에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의 개정안은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 확보와 더불어 의료분쟁의 신속·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불법 의료행위는 물론 의료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 등 의료행위인 경우 의료인이나 환자 등에 동의를 받아 해당 의료행위를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오히려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의 프라이버시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와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최선의 진료를 방해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환자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보다는 수술실 출입자 명부 작성, 출입 시 지문 인식,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불법 대리수술에 대한 내/외부 고발 등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는 정책이 우선시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협은 “소수의 의료사고 증거 수집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최선의 진료환경 저해로 인한 의료 왜곡 및 질 저하, 민감한 신체 노출 위험 등 다수의 부작용 발생이 예상되는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는 교각살우(矯角殺牛)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외에도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도 공동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 학회는 “일부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가 마치 전 의료기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왜곡됐다”라며 “여론에 따른 성급한 감시체계 도입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인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입법화를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학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환자의 심각한 인권 침해, 수술의 질 저하, 의료진 인권 침해, 의사와 환자간 신뢰 손상, 외과계 기피 현상 초래 등 5가지 문제점을 손꼽았다.

이들 학회에 따르면 우선 수술실에서 영상이 촬영될 경우 전신 마취 중인 수술 환자의 신체의 노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개인의 신체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으로, 해킹이나 복제, 불법 유출 등 어떠한 경로로든 영상이 유출됐을 경우 비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직접 수술을 하는 많은 의사들이 수술장 CCTV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술을 회피하고 방어적인 술기 중심의 소극적 방향으로 외과치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이들 학회의 지적이다.

이들 학회는 “의료진들이 근무현장에서 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내용이 모두 기록돼 인권이 심각히 침해될 수 있다”며 “치료과정에서 의사와 환자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의료진을 믿지 못해 CCTV 촬영을 요구하는 환자가 많아진다면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들 학회들은 이번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외과계 기피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들은 오히려 CCTV 설치 의무화보다는 외과계 의사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안정성 보장, 수술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입법 등의 취지는 의료인 감시가 목적이 아닌 환자들의 보호가 목적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수술실 CCTV 설치와 같은 사례가 없는 법제화가 아니라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 의료계, 그리고 환자단체 등과 함께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