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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후 기도폐쇄로 뇌손상, 의료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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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후 기도폐쇄로 뇌손상, 의료과실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2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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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과관찰 소홀 인정…40% 배상책임 판결
 

술 취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맞고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치료 도중 구토로 기도가 폐쇄되면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자, 법원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구토물로 인한 기도폐쇄 후 심정지가 발생할 때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경과관찰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와 가족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1심 판결에서 명한 배상금액 중 일부를 감액한 3억 5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8월 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안면 부위를 수차례 주먹으로 맞고 계단으로 끌려 내려가 전신 및 후두부에 충격을 받아 계단 앞에 쓰러졌다. 순찰 중인 순경에게 발견돼 119구급차로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 도착 직후, B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C씨가 A씨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안면부종이 있고 출혈이 있었으며, 음주상태로 눈뜨고 말할 수 있으나 지시에 협조하지는 못하는 가벼운 기면상태를 보였다.
A씨의 상태가 불안정해 30분간 지켜보고 진정되면 뇌 CT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상태가 진정되지 않아 진정제인 미다졸람 2.5mg을 투여했다.

이후 뇌 CT 검사를 시작했지만 A씨는 촬영 도중 구토를 했다. 이에 의료진은 검사를 중단 하고, A씨를 응급실로 이송한 뒤, 간호사가 침상을 정리했다. 당시 A씨는 깊은 수면 상태로 진정상태였다.

간호사는 침상 정리 후 심전도 감시 장치를 부착, 활력 징후를 확인했는데, 당시 심장박동수가 42회/분으로 관찰됐다.

그러다 A씨의 심장박동수가 30회/분으로 더 늘어져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기관삽입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자발 순환이 회복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다.

이후 진행된 흉부 X-ray 검사에서 폐부종과 흡인성 폐렴 소견이 나타났다. 뇌 MRI 검사를 통해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 진단을 받았다.

현재 A씨는 지속적 식물 상태와 최소 의식 상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의식 상태에 있으며, 이동이 불가능한 사지 마비 뇌 병변 장애 상태다.

흡인성 기도폐쇄란 구토 시 토사물이 기도로 들어가 기도를 폐쇄함에 따라 저산소증이 발생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정지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급성호흡부전은 적절한 산소수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통칭하는 것으로, 호흡기계의 장애로 인해 동맥혈 내 가스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 즉 폐포 내의 가스와 폐장모세혈관의 혈관 사이에 산소 및 이산화탄소의 교환 장애가 급성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과 폐부종은 1형 급성호흡부전으로, 급성호흡부전은 가스교환이 직접 일어나는 실질기관인 폐 자체에 급작스러운 이상이 발생해 가스교환의 장애가 발생, 유발되는 말초성 호흡부전이다.

A씨와 가족은 “뇌 CT 검사 도중 구토할 당시, 토사물에 의한 기도흡인이 발생하지 않았는지 관찰하고, 즉시 흡인조치를 해 기도흡인에 의한 기도폐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구토한 이후 토사물의 기도흡인, 기도폐쇄, 저산소증, 빈맥, 저산소증의 악화, 서맥, 심정지로 나아가지 않도록 면밀한 감시를 했어야 함에도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B법인은 “구토할 당시 즉시 응급실로 돌아와 수기로 기도를 확보한 후, 기도흡인을 시행해 기도 및 구강내 구토흡인물을 제거했다”며 “토사물의 기도흡인을 의심하거나 의식수준 및 호흡상태가 악화됐다고 볼만한 이상증세가 없었다. 심정지의 원인은 심상성으로, A씨의 활력징후를 관찰했고, 기도폐쇄가 발생하자 심폐소생술을 즉각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B병원 간호일지에는 ‘환자 CT 실에서 응급실로 옴. 환자 CT 실에서 구토해 침상 등 정리함. 의식 상태: 깊은 수면상태, 현재 진정된 상태임’, ‘침상 등 정리한 후 심전도 감시장치 부착함’이라고 기재돼 있다”며 “진료기록부에는 A씨의 구토 당시 의료진이 기도를 확보하고 토사물을 제거했는지 여부에 관해 아무런 기재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가 구토한 직후, 의료진이 지체 없이 기도를 확보하고 기도흡인을 시행했는지 여부, 기도흡인 시 토사물이 나왔는지 및 나왔다면 어느 정도 양인지 여부, 그에 대한 처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진이 진료기록부 등을 부실하게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관련 규정을 종합해보면 의료진이 A씨가 구토할 당시 토사물로 인한 호흡부전 등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기도를 확보하고 토사물을 최대한 제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기도폐쇄로 인한 저산소증의 경우 초기에는 빈맥(부정맥으로 인해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경우)이 나타나다가 나중에 서맥(심장 박동수가 1분 동안 60회보다 적을 경우)이 나타나는데, B병원 간호사가 A씨의 심장박동수를 확인했을 때 이미 서맥이었다”며 “구토했을 때부터 간호사가 확인했을 때까지 토사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한 호흡곤란 상태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은 진정 환자의 경우는 구토 직후에 호흡곤란 등에 대비해 빈번하게 경과관찰해야할 주의의무가 요구됨에도 의료진은 A씨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침상정리를 다 마친 후에야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피고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를 진행했는데, 2심 재판부도 의료진들이 환자에 대한 기도흡인 예방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발생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토사물에 의한 기도폐쇄로 인해 급성호흡부전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예견하고 이를 대비했어야 했다”며 “즉시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는 등 기도를 확보하고 흡인기로 토사물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기도흡인 예방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진이 진정 상태에서 구토한 원고 A씨의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기도폐쇄를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처치를 못 해 토사물에 의해 기도가 폐쇄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갑작스럽게 악화돼 서맥과 심정지로 진행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응급실 이송 당시 A씨 의식상태가 가벼운 기면 상태였고, 기도폐쇄 최초 원인 구토가 내원 전 알코올 과다섭취 부작용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원 전 타인의 안면부 구타행위로 인한 신체 손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에게 기도폐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더라도 저산소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모든 주의를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인 점 등을 감안,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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