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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시술 마취 중 의료과실, 의사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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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시술 마취 중 의료과실, 의사 책임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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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4억 5000만원 배상 판결…경과관찰·사후조치 소홀
 

미용시술을 받던 환자가 마취 중 과실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되자, 법원이 의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억 4759만 9772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1년 10월경, 홍콩시민권자인 A씨는 사촌 언니, 어머니가 보톡스 시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 의사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을 내원했을 때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그날 A씨는 아큐스컬프 레이저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는데, 이 시술은 레이저가 지방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는 관인 케뉼라를 시술 부위에 삽입하고 이를 통해 나오는 레이저로 지방 세포를 용해하는 원리로 이뤄지는 시술이다.

B시는 A씨에게 이 시술을 시작하면서 전신마취제인 케타민과 최면진정제인 도미컴을 투약했고, 잠시 후 다시 케타민과 도미컴을 투약했다. 이어 국소마취를 위해 하트만 수액에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섞어 복부 피하지방에 주사했고 지방흡입을 위해 국소마취 및 지방세포 용해를 위한 투메센트 용액을 케뉼라를 통해 주입했다.

그러자 A씨는 양팔이 수술대에 묶여져 있는 상태로 약물 투여 직후 목 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양팔과 양발을 떨었다. B씨는 수술방에서 큰 소리로 마취과 의사를 부르라고 했고, 사무장 D씨는 수술방으로 들어가 손발을 떨고 있는 A씨를 확인, 마취과정에서 이상이 있으면 도와주기로 사전 약속이 돼 있는 마취과 전문의 E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E씨는 바로 올 수 없는 상태였고, E씨는 병원 근처에 있던 마취과 전문의 F씨에게 연락했지만 그 또한 다른 병원에서 마취 중이었다.

A씨는 목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양팔과 양발을 떨고 전신을 뒤틀어 경련을 지속했고, D씨는 A씨의 무릎을 세게 누르고, B씨는 A씨의 머리를 젖히고 에어웨이(혀가 말려 기도를 막는 것을 방지하고 구강에 삽입해 혀를 뒤로 젖혀주는 기도확보 기구), 엠부백(기구의 표면을 손으로 쥐어짜는 방식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등을 이용해 산소공급을 했다.

E씨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은 F씨가 30여분이 지난 뒤, C병원에 도착했고, A씨의 맥박과 혈압을 측정했지만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F씨는 기도확보를 위해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며 산소를 공급한 후 상급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G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이송된 A씨는 저체온치료, 인공호흡기치료, 항생제 치료 등을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중증의 사지마비, 의사소통장애, 경직, 연하장애, 배뇨장에 상태에 있다.

A씨의 가족은 “문진, 활력징후 측정, 마취제 이상반응 검사 등 기본적인 사전 검사도 하지 않고 마취제 투여시 주의를 소홀히 해 중추신경계 독성 작용인 경련을 유발했다”며 “경련 호흡곤란 등 발생 후에도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았고 시술에 앞서 마취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고, B씨에게 5억 1296만 2495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시술 이전 특별한 건강상의 이상이 없었고 별다른 기왕증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마취제를 투여받은 지 10여분 만에 경련이 발생하고 맥박이 빨라졌으며 강직성, 간헐성 경련이 지속됐고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심정지에 이르렀다. 이는 국소마취제 투여 후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중추신경계의 중독증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는 과다한 용량이 투여된 경우나 혈관에 주입된 경우 통상 독성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에 투여할 때 환자에게 이상 여부를 질문하면서 천천히 간헐적으로 투여해야한다”며 “이 사건에서 B씨는 경과관찰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과다한 용량을 투여했거나 적정한 투여량이라도 짧은 시간 내에 투여, 또는 우발적인 케뉼라에 의한 혈관 손상에도 이를 알지 못한 채 투여한 과실로 중추신경계 중독증상을 유발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국소마취제 중독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서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경련으로 인해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환기보조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A씨에 경련이 발생해 목부위에 강직이 오면서 경련이 지속되는데도 항견련제를 투여하지 않았고, 마취과 전문의가 도착할 때까지 30여 분간 삽관을 시행하지도,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마취방법,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B씨는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경과관찰 및 사후조치를 소홀히한 책임은 인정했으나, 그 외의 과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상태에 비춰 산소공급 지연 시 단시간에 뇌손상이 야기돼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곧바로 기관 내 삽관을 실시해 산소를 공급하고, 즉시 전문적 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리도카인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독성반응 또는 아나필락시스가 A씨의 심정지 및 이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경과 관찰 및 사후 조치를 소홀히 한 C씨의 과실이 없다면 A양 경련 및 호흡곤란 증상 악화를 방지해 심정지 발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바 B씨 과실과 A양의 현재 후유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외의 과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사전검사 미실시 여부에 대해 “개인병원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시술을 시행하기 전 문진을 통해 별다른 이상증상을 예견하기 어려운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전신마취를 위한 수술 전 검사와 동일한 수준의 검사를 시행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B씨에게 시술을 위해 필요한 검사, 문진 등을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국소마취제 투여상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진료기록 감정에 의하면 B시가 A씨에게 리도카인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혈관에 직접 주입했다거나 주사 압력을 강하게 해 리도카인이 혈관 내로 스며들도록 하는 등 투약 과정에서 실수했다고 볼만한 자료나 사정은 기록상 발견할 수 없다”며 “케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혈관을 손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확률이 상당히 희박해 보이는 반면, 이러한 손상을 추단할만한 별도의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B씨가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지만, 설명의무 위반과 A양의 현재 상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원고에게 나타난 전 손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리도카인은 임상에 널리 사용되는 국소마취제로 그 독성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국소마취제로 인한 부작용 발생빈도가 낮으며 시술 자체가 위험성이 높은 시술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B병원과 같은 소규모 병원에서 마취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독성 증상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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