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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설명의무 안하면 배상 각오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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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설명의무 안하면 배상 각오 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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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뇌수술 후 사망환자...과실 없지만 설명의무 위반
 

사지마비 환자에게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법원이 사지마비 환자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997년 ‘뇌기저부 종양(척삭종)’ 진단을 받고 C병원에서 경추 제1번 부위에 대한 척삭종 절제술 및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척삭종이란 태생기에 존재하는 척삭(모든 척추동물은 유생기 또는 태생기에 두부로부터 꼬리에 걸쳐 신경관의 직하를 지나는 둥근 막대 모양의 척삭이 발생한다)이 생후에도 남아서 이부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되는 종양으로 선, 미추부, 두개골저부에 호발하며, 40세 이상의 남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국소파괴가 강하고 적출해도 재발을 일으키기 쉬우며, 발생부위가 외과적제거에 곤란한 영역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이후 A씨는 2004년 척삭종이 재발해 D병원에서 경추 제2, 3번 부위에 대한 2차례의 척삭종 절제술을 받았으며, 다른 부위에 척삭종이 재발해 2차례의 절제술이 시행된 후 꾸준히 방사선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2007년 3월, A씨는 E법인에서 운영하는 E병원에 입원해 종양 절제술 및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2008년 2월경 척삭종이 재발하면서 E병원 의료진은 같은 날 재차 척추후궁 절제술 및 성형술을 통해 척삭종 제거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 재활치료를 받던 A씨는 2008년 6월경 뇌척수액이 코로 나오는 수술 후 후유증이 발생하면서 사지마비 상태에 이르러 재활치료를 받다가, 2012년 12월경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으로 전원 됐다.

A씨는 B병원에서 재차 척삭종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과정에서 급성 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해 뇌경색 소견이 확인됐고, 결국 추가수술 후 뇌사 상태에 빠져, 뇌경색 등으로 인한 중증 뇌간 부전으로 심기능 정지로 사망에 이르렀다.

A씨의 유족들은 E법인과 B의료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재판부 모두 의료과실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E병원 의료진 과실에 대해 “A씨는 2008년 6월경까지 수술 부위나 신체로부터 뇌척수액이 누출된 적이 없고, 심한 두통 등을 호소한 적이 없다”며 “뇌척수액 누출이 생길 정도의 누공이 있으면 수술과정에서 수술도구로 인한 자극 등 외부적인 힘이 가해져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의료진의 과실로 누공이 발생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B병원에 대해서는 “재발·전이된 척삭종에 대한 제거술은 위험도가 높아 통상 권유되지 않는 수술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동맥 및 신경에 인접한 부위의 수술이라는 위험성을 전제로 했다”며 “B병원 의료진이 유족 측의 주장과 같은 수술 과정에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의료진들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B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를 수술하기 전에 A씨의 동생에게 수술의 필요성과 목적 및 효과, 수술 과정,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및 위험성, 사망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했고, A씨의 동생이 직접 대리인으로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수술동의서에 환자 본인이 서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B병원 내원 당시 사지마비 상태이나 의식은 명료했고, 성인이었던 A씨가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상태가 아니었다”며 “A씨가 동생과 함께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지마비 상태에 있어 동의서상 서명만 동생이 하도록 했다거나 B병원 의료진에게서 설명을 들은 동생으로부터 다시 의료진의 설명 내용을 전해 듣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씨의 동생은 부모를 대신해 A씨의 법정대리인 지위에 있지 않았고, 수술이 설명의무를 생략해야할 정도로 긴급하게 시행돼야 할 응급수술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을 함에 있어 설명의무를 위반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B병원 의료진이 유족들의 의사에 반해 A씨의 수술기록 등 자료를 학회 학술대회에 발표를 한 점도 다퉜다는 부분이다.

유족들은 B병원 소속 의사 F씨 등이 지난 2013년 3월경 열린 모 학회 학술대회에서 수술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비롯한 수술 관련 자료를 이용, 증례보고를 했고, 유족 측 변호인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 사건 동영상을 학술적 목적 기타 어떠한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

이에 1심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으로, 다른 정보와의 결합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로 한정된다”며 “‘학술연구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법에 의해 의료인의 비밀누설행위가 금지되긴 하지만 단순히 특정 환자에 대한 진료 또는 수술 관련 자료라는 사정만으로 자료가 규정에서 말하는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어, “의학지식 발전과 유사사례에서의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증례보고의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의료인들만 참여하는 학술발표 과정에서 환자와 관련된 기록으로서 환자 개인정보보가 포함되지 않은 자료를 활용, 증례보고를 진행한 것이 환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처사거나, 환자에 관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유족들의 의사에 반해 이 사건 자료를 증례보고에 사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B병원 측이 학술대회 과정에서 이 사건 자료에 A씨의 실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구체적으로 포함시켰다거나, 증례보고 과정에서 동영상의 수술 대상자가 A씨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상영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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