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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환자 심정지 10분 후 응급처치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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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환자 심정지 10분 후 응급처치 ‘과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1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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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상 징후 뒤늦게 인지해 뇌손상 발생…책임비율 30%
 

뇌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던 환자의 이상 징후를 10분 동안 인지하지 못한 병원 의료진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와 가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시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6월경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대학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뇌 전산화단층촬영(CT)을 해 좌측 중대뇌동맥의 뇌동맥류 파열과 그에 따른 급성 뇌지주막하출혈 및 뇌내출혈을 진단한 뒤, 다음날 B학교법인에서 운영하는 B대학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A씨는 B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뒤, 뇌혈관 조영실에 도착, 의료진으로부터 뇌혈관조영술을 받았고, 의료진은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을 시행했다.

문제는 이 다음에 발생했다. 수술 이후 B대학병원 내과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6월 23일 18시 산소포화도가 100%였는데, 같은 날 18시 30분엔 산소포화도가 40%로 떨어졌다. A씨에게 심정지 및 호흡정지가 발생하자, 의료진은 A씨에게 심장마사지, 앰부배깅 등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18시 43분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등 응급약물을 투여, 18시 45분 심박동이 회복됐다.

현재 A씨는 혼수상태에서 기계호흡에 의존하는 등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

A씨의 가족들은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가족들은 “응급실에 도착한 즉시 뇌동맥류 파열 확진을 위한 뇌혈관조영술 등 검사를 시행한 뒤, 뇌동맥류 파열에 대한 수술을 조기에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즉각할 수 없으면 B병원에 내원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다른 병원에 전원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6월 23일 18시 경우 산소포화도 저하 등 활력징후 이상이 발생했는데,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던 A씨의 경과를 면밀히 관찰해 상황을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의료진은 18시 40분 경에 비로소 상황을 인지하고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했는데, 이 같이 지연된 조치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내측을 이루고 있는 내탄력층과 중막이 손상되고 결손되면서 혈관벽이 부풀어올라 새로운 혈관 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개두술 및 뇌동맥류 결찰술과 혈관 내 코일 색전술이 있는데, 이 중 뇌동맥류 결찰술은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의 수술로서, 두개골편을 제거하고 뇌조직 사이에 위치해 있는 뇌동맥류를 확보한 뒤 작은 클립으로 기시 부위를 결찰(외과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혈관을 묶거나 한 부분을 조이는 행위 혹은 그 방법)하게 된다.

위치가 안 좋거나 모양이 안 좋은 경우 완전히 결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남은 부위에는 특수한 거즈로 덮어 혹시 출혈이 발생하더라도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수술을 하게 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술 후 경과관찰 과실 유무’였다.

1심 재판부는 “중환자실의 경우 일반적으로 측정기기가 일정시간 간격으로 환자의 신체활력징후를 반복적으로 측정하도록 자동세팅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산소수치가 설정치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측정기기의 모니터 상으로 산소포화도의 색깔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고 알람음이 올리도록 되어 있다”며 “설정치는 통상 산소포화도 90%로 설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산소포화도가 40%로 측정됐다면 이때부터 이미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추가적인 산소공급과 기도확보 등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해당 시점으로부터 10분이 지난 이후에 상황 인지를 하고 응급대처를 했다면 그 대처는 늦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으로서는 중환자실 입원환자인 A씨의 경과를 면밀히 관찰해 6월 23일 18시 30분 즉시 A씨에게 발생한 산소포화도 저하 등 이상상황을 발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해 그로부터 10분이 경과한 18시 40분경 비로소 A씨에게 이상상황이 발생했음을 인식하고 심폐소생술 등 조치를 취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판부는 “A씨의 산소포화도가 40%로 측정된 6월 23일 18시 30분경부터 심박동이 회복된 18시 45분경까지 저산소성 뇌손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8월 3일 작선된 A씨에 대한 입원경과기록 상으로도 ‘호흡정지(2013. 6월)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란 취지의 기재가 존재한다”며 “이 같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A씨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돼, 식물인간 상태로까지 악화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40%로 떨어진 6월 23일 16시 30분경에 이미 측정기기에 알람음이 울리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임에도 의료진은 10분이 지난 뒤에 산소포화도 저하 등을 인지해, 의료진의 과실은 그 정도가 비교적 중하다”며 “사건 발생의 경위와 전후 사정, 발생 결과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의 가족들과 병원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모든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에서 B법인은 “의료진이 6월 23일 18시 30분 산소포화도가 40%로 저하된 것을 발견하고 즉시 응급처치를 했다”며 “간호기록지상 18시 30분부터 40분 사이에 기록이 없는 것은 담당 간호사가 우선적으로 처치한 후, 기억에 의존해 기록하다 A씨가 정상상태였던 시각과 이후 산소포화도가 저하가 발생한 시각을 오인하고 기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병원에 내원할 당시 뇌동맥류 파열,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기 때문에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A씨가 정상으로 완전하게 회복될 수 없는 상태였던 점을 고려하면, 책임비율을 30%로 정한 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6월 23일 18시 30분경 A씨에 대한 산소포화도가 저하된 것을 확인하고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1심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면, 의료진이 18시 40분경에야 처음으로 A씨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현 상태에 대한 기왕증의 기여도와 이 사건 심정지로 인한 기여도를 정확히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며 “18시 30분경 A씨의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이 갑자기 떨어진 것으로 측정됐는데, 의료진은 18시 40분경에야 응급처치를 시행함으로써, 입원 중이었던 위중한 환자인 A씨에 대한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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