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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헌재 판결, 명백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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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헌재 판결, 명백한 오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1.15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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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진 변호사 의사협회지 기고..."전문성 확보 검증돼야"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한간 충돌이 일어날 때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논리가 바로 지난 2013년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최근 법무법인 여명 유화진 변호사는 헌재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 2012헌마551·561 결정의 문제점’이란 기고를 통해 헌재 결정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지난 2013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안압측정기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료한 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이라면서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사건에 대해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양·한방 중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 그에 대한 한의사의 교육 및 숙련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청구인들이 진료에 사용한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에 대하여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고, 이 사건 의료기기들의 사용은 종래 전해 내려오는 진단방법으로서 망진(望診), 문진(聞診), 절진(切診)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는 “한의과 대학의 교육과정에서 한방진단학, 한방외관과학 등의 강의와 실습을 통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한의학을 토대로 안질환이나 귀질환에 대해 이 사건 기기들을 이용한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기본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침술이나 한약처방 등 한방의료행위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헌재는 “청구인들이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해 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법리를 오해해 의료법 위반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유화진 변호사는 ▲검사결과 자동 추출 여부 ▲관련법령의 제한 규정 여부 ▲신체 위해 우려 유무 ▲전문가단체 의견조회 누락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이 사건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해야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데, 헌재의 판단은 명백한 의학적 오류가 있다”며 “대표적으로 세극등현미경이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라는 것인데, 세극등현미경 검사는 자동으로 결과가 추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 내에서도 안과 전문의가 아니면 판독이 어려운 검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헌재가 관련 법령에 이 사건 기기들에 대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헌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안경사가 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외에 이 사건 기기들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는 이 사건 기기들이 사용이나 결과 추출 및 해독에 있어 전문적 식경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규제를 통해 그 사용을 제한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의료기사법에 명시된 내용은 제한이 신설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에게만 한정됐던 의료행위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는 것”이라며 “세극등현미경 등이 의료기사법에 명시되지 않은 이유는 의료기사법으로도 의사가 아닌 안경사에게 허용되지 않은 의료기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제한할 위험이 없어 의료기사법에 규정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며 “헌재의 논리라면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이 의료기사법에 규정되지 않았으니 이도 규제를 통해 사용을 제한할 위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의료기기 사용의 위험성은 의료기기 자체의 위해보단 이에 대한 지식과 수련, 경험의 부족으로 오진이 이뤄질 경우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가 핵심”이라며 “헌재 결정은 의료기기 자체의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문제된 의료기기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검사결과의 종합적인 판독을 통한 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유 변호사는 헌재가 이번 판단을 내림에 있어 의협 등 전문가단체에 의견조회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전문가단체에게 의견을 조회해야할 의무를 부담하진 않지만, 이 사건의 무게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대립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해 판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절차의 누락은 헤극동현미경이 자동으로 검사결과를 추출하는 의료기기라는 명백한 오류로 귀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유화진 변호사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문제되는 사건들에서 대두되는 쟁점 중 하나가 한의사들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이원적 의료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에게 한방의료행위가 아닌 의료행위를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만약 교율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한의사에게 일부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모든 한의사들에게 그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고, 전문성이 확보됐다는 검증이 전제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료와 한방의료가 지향하는 목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확보인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헌재 결정과 같은 오류를 전제로 하는 건 위험하다”며 “만약 학문영역의 융합으로 더 이상 한의학에서 이뤄지는 교육 내용 대부분이 의학교육 내용과 유사하다면 한의학의 정체성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과 같이 한방의료가 의료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의료법이 개정돼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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