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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돌아오니 개원가 현실 걱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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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돌아오니 개원가 현실 걱정이죠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1.19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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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이비인후과 정명현 원장

 
집안 3대가 같은 학교, 같은 진료과(연세대 이비인후과)를 나온 의료인이 있다. 평소 ‘어린이’를 좋아해 소아과를 가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뜻을 이어 이비인후과를 선택했다.

이비인후과를 전공하면서도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그는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소아 이비인후과’를 선택했다.

또 소아 이비인후과라는 새로운 도전을 한 것처럼 새로운 도전, 개혁이라는 의미를 갖고 국시원의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 임기를 마치고 3년간 떠나있던 진료실로 복귀한 정명현 원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시원장으로 있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복귀한 이후, 개원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 새로운 도전, 개혁의 의지만으로는 힘들어
정명현 원장은 지난 3년간 국시원장 시절을 회고하면서 “흥미로운 도전이었지만 개혁 의지만 가지고는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유학시절에 의학 교육 분야를 공부를 하고 국시에 관여했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 흥미로웠다”며 “그러나 개혁의 의지만 가지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시스템은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지만 속도가 늦었다.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3년 임기 동안 가장 뿌듯했던 일로 국시원의 특수법인화를 꼽았다.

그는 “국시원이 재단법인으로 운영될 경우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의사 면허시험 응시료가 수능 등 다른 국가시험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의사는 국시 응시료가 90만원이 넘는데 국고지원이 없으니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전부 수험생에게 부담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연도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합격률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다반사여서 국시원이 전문 국가기관으로써 정립되기 위해서는 특수법인으로의 전환이 필수였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의사 국시를 18번이나 본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은 의사 자격을 줘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선진국도 3진 아웃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의사 교육을 받은 사람이 18번이나 시험을 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명현 원장은 앞으로 국시원에 필요한 키워드는 ‘독립성’과 ‘특수성’이라고 강조하면서, 차기 국시원장에게 이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시원은 평가전문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국고보조 등 예산 문제로 국시원에 대한 보건복지부 권한이 커지게 될 수 있는데 국시원이 진정한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려면 ‘독립성’과 ‘특수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열악한 개원가 현실에 걱정이 앞서

3년 임기를 마치고 소리이비인후과를 복귀한 지 100일이 된 지금, 정명현 원장은 개원의로서 현재 개원가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정 원장은 “지난 2012년 2월 대학교수 퇴임 이후 소리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며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각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경영난에 압박받는 의료계와 조급함에 시달리는 환자, 양 측의 시각차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루 최소 50~60명의 환자를 보지 않으면 개원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인데 말이 50명이지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우리나라 의료계는 저수가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료도 비싸고, 혼자 개원을 하더라도 직원 3명 정도는 고용해야하는데 이로 인한 인건비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개원가에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괜히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명현 원장은 수입 의료기기에 붙는 세금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의료기기 비용에 세금이 너무 많이 책정돼 있다는 것.

정 원장은 “귀 수술 현미경 같은 장비 가격은 중고가로 1억원에 이른다”며 “예를 들어 8000만원을 주고 기계를 사면 도대체 몇 건의 수술을 해야 하는지 답이 안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비 구매 비용 ‘본전’을 뽑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욱 환자를 보려는 마음이 당연히 생기지 않겠는가”라며 “적어도 자동차 세금보다는 의료기기 세금이 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후배 의료인에게 바라는 것, 1차 의료기관을 위한 제언

정명현 원장은 후배 의사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윤리’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윤리와 인성인데 이를 위해서 의대 학생을 선발할 때부터 윤리적으로 바탕이 되어있는 사람을 뽑아야한다”며 “윤리는 의사가 죽는 순간까지 놓아선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준비된 사람을 뽑아서 교육하고 이 사람의 윤리적 활동을 감시하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선 의협 차원에서 나서서 자정 작용을 강하게 해야한다”며 “자정이 되면 많은 의사들이 불법을 저지를 수 없고 의사 윤리가 바로 서면 국민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의도적인 불법을 한 비윤리적인 의사의 경우에는 실명을 공개하는 강경한 방법도 사용해야한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정 원장은 1차 의료기관도 전문성을 높여 3차 의료기관 수준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소아중이염의 경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2살 이전 유아 중 95%가 겪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빈번한 질환으로 그 중 80%는 자연치유되지만, 20%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비인후과에서는 전문적인 치료를 담당하고, 소아과 및 가정의학과 등에서 80% 자연치유 환자를 돌보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한다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원장은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3차 의료기관 수준의 진료 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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