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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이평수 가입자지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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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이평수 가입자지원 상임이사
  • 의약뉴스
  • 승인 2004.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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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수 상무(55)는 공단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가입자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 발길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의약계와의 수가협상 테이블에서나 각종 토론회와 세미나 자리에서도 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업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이사를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원죄 탓이다. 그만큼 건강보험제도에 정통해 있다는 말이다. 조금 더 비약(?)하면 공단 내 브레인으로 통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에게서 새해 공단의 중점 추진사업과 건강보험제도의 현안과 개선방안, 심평원과의 실사권 갈등 문제 등을 들어보았다.

◇"건강보험 자체의 목적은 보장성"

이평수 상무가 건강보험에 몸담은 것은 지난 1992년 의료연구관리원이 생기면서부터.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통합이냐 조합이냐를 두고 논란을 벌여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의 당초 목적은 보장성이다. 이를 뒤로하고 소모적인 갑론을박을 벌여왔다는 말이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송재성 복지부 차관·건정심)에서 보장성 강화에 1조5천억원을 투입키로 합의한데 대해서도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이라고 이 상무는 밝혔다.

"가입자 단체들이 답답할 때가 있다. 수가와 보험료는 올리지 말고 보장성은 강화하라고 하면 도대체 무얼 가지고 보장성을 강화하겠느냐. 더구나 수가와 보험료를 동시에 올리자고 주장하는 의료계와는 늘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이 상무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재정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확충은 국민에 대한 적정급여와 공급자인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보상의 전제라는 것이다. 가입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급여를 제공할 수 있어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된다. 또 공급자(의료계)에 대한 적정보상이 뒤따라야 가입자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 1조6천억원의 당기흑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장성 강화에 기존의 3배 이상의 재원투자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수가계약의 전제는 신뢰구축"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간 수가계약이 불발로 끝났다. 당사자끼리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건정심에서 2.99% 수가 인상으로 매듭지어졌다. 이평수 상무는 강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수가협상의 최전선에서 계약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무위로 그친 탓이다. 문제는 자료의 신뢰도였다. 공단과 의약계가 각각 제시한 연구용역결과에 대해 상호 불신이 깊었던 것이다.

"수가협상의 핵심은 객관적인 잣대에 의한 신뢰 구축이다. 의약계 단체가 자신의 연구용역결과만 옳다고 하면 대화가 안 된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결국엔 자료의 객관성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어쨌든 건정심에서 상호대화를 위해 '합리적 기준'을 만들자고 합의한 것만도 큰 수확이다."

공단과 의약계는 내년 1월부터 당장 국세청 등 국가공인 자료를 활용, 공동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는 2006년 수가협상에서만큼은 공단과 의약계가 수가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종별계약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이 상무는 내다봤다. 다만 공동연구에 활용될 세부 자료를 놓고서는 "논란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별계약제 도입……"글세"

이평수 상무는 종별계약제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현재 단일수가계약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우선 용어부터도 뒤죽박죽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누구는 종별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단체별, 전문분야별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 상무는 종별계약의 장점은 각 의약계 단체간 수가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공단의 연구용역결과 동네의원이 가장 수가인상요인이 높은 반면 약국은 인하 요인이 가장 컸다. 현재의 수가계약방식이 단일 환산지수이다 보니 항상 손해보는 단체의 목소리가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특정 단체를 기준으로 수가를 조정한다면 보험재정은 항상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올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도 바로 수가불균형이다. 환산지수를 하나로 했을 때 보상 수준이 다른데도 한쪽은 항상 이익을 보게 되고, 다른 한쪽은 항상 손해를 보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종별로 갔을 때는 그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 상무는 현재보다 1대1 계약 당사자가 늘어나는 만큼 힘겨워질 것이라고 했다. 의약계의 종을 어떻게 구분하든 현재보다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씨름 상대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체력소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병상수와 환자수는 정비례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공급과 이용의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의료의 공급과 이용이 발생하느냐와 직결돼 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 하에서는 공급도, 이용도 맘껏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이 상무는 비꼬았다. 따라서 이 상무는 수가체계 개선을 통해 공급의 적정성 문제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병상수가 5천개 이상 늘어난다. 그러면서도 의료계는 경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순전히 과잉공급 탓이다. 적정공급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보지 않으면 의료계의 수가인상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병상수가 많아진다고 보험가입자 4천700만명이 전부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상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상수와 인원, 장비 등 총량과 지역적 배치 및 구성 등에 대해 총체적인 계약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용도 포함된다. 적정공급에 대한 적정보상을 하자는 의미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현장에서 진료의 양을 늘리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반면 질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양의 증가가 질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의 질 관리 방안으로 포괄수가제가 거론될 수 있고, 관리측면에서는 총액관리제가 고려될 수 있다."

◇"현지실사는 심사가 아니다"

이평수 상무는 현지실사권에 대해서는 유달리 높은 톤으로 말했다. 현재 실사업무는 행정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복지부의 현지실사 업무를 공단이나 심평원이 인력을 지원하는 형태다. 이 상무는 어느 한 조직이 독점적으로 실사업무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면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실사를 해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공단이나 심평원은 지원업무의 차원이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할 문제다."

이 상무는 공단의 경찰효과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일선에서 공단직원이 참여하는 현지실사업무에서 훨씬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 지사에서는 어느 요양기관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기관이 심평원보다 공단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실사업무와 관련 심평원에 비해 공단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오목조목 반박했다. 현지실사란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지 심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데 심사에 필요한 전문성 여부까지는 겸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심평원이 하고 있는 것은 현지실사라기보다는 심사에 가깝다. 내가 평가이사로 재직할 때도 내내 강조한 것이 있다. 앞으로의 심사보다는 평가 개념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의료기관평가, 단골약국·동네의원부터"

올해부터 시작된 의료기관평가는 적잖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객관성과 공정성에서부터 급기야 의료기관평가를 위한 '제3의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평수 상무는 조금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규모 병원을 상대로 평가를 실시할 경우 인력과 시간, 비용면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그럴 바엔 가까운 동네약국이나 의원부터 평가를 실시하는 방법이 훨씬 실속 있다고 이 상무는 주장했다.

"관련단체와 공단, 소비자단체가 약국이나 의원은 쉽게 평가를 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료만 제출받으면 한 나절만 시간 투자를 해도 충분하다. 이는 지난 1995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의 안을 받아 평가를 시작할 때부터 내가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약국이나 동네의원에 대한 평가가 우선된다면 공단에서도 "단골약국이나 단골병원을 가지라"고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다만 약국에서는 철저한 복약지도가 전제돼야 할 것이고, 동네의원도 진료의 질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병원에 왜 안 가셨습니까"

공단은 그동안 재정에 대한 '강박' 때문에 보장성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이 상무는 털어놓았다. 지난 2000년 7월 단일조직으로 탄생한 것이 건강보험공단인데, 이에 대한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족된 것이 가입자지원실이다. 치료비를 보전해주는 기존 방식에서 이제는 예방증진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입자 스스로가 건강을 위한 행태 변화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상무의 업무이자 고민거리다.

질병예방증진 사업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질병에 걸렸다면, 그때는 치료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계도해야 한다. 적절한 기관을 찾아 적정 치료를 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엮어주는 것이 새해 공단의 중점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왜 의료기관을 많이 이용했느냐고 따졌다면 이제는 거꾸로 왜 병원에 안 가셨습니까, 라고 묻는 식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 최근 건강달력을 제작, 배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나이를 세지 않는다"

백발의 머리. 나이 쉰 다섯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마흔 이후로는 부러 세월을 읽지 않았다. 세월을 비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다. 염색을 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그는 인터뷰 내내 "헛헛" 헛웃음을 날렸다. 때론 니힐리스트나 아니면 낙관론자의 그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의 웃음은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낙관적 이상론자'의 그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지나치게 서둘러서도 건강보험제도의 완성에 다가설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흡사 건강보험의 완성이 '현실 유토피아'로 가는 지름길이란 믿음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어쩌면 그도 유토피아의 원래 뜻이 'nothing'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가난한 병자가 없고, 못된 의사가 없고, 질병이 없는 그런 세상 말이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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