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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착오청구 요양기관 행정처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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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착오청구 요양기관 행정처분 취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4.16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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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 실구입가 산정기준 위반으로 업무정지...처분으로 공익 침해 우려

[의약뉴스] 약제비 실구입가 산정기준을 위반해 착오청구한 병원에 대해 복지부가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이를 취소했다.

복지부의 행정처분으로 달성 가능한 공익보다 환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공익적 침해'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 착오청구한 병원에 대해 복지부가 두 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리자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 착오청구한 병원에 대해 복지부가 두 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리자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복지부의 업무정지처분들을 모두 취소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8년 11월, A씨가 운영하고 있는 B병원에 대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8월 및 2018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B병원에서 사용한 의료용 산소의 분기 가중평균가격이 6원인데, 10원으로 청구했다면서  연달아 두 차례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2021년 3월 30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30일에 이어 일주일만인 2021년 4월 7일, 추가로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

A씨의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자 의료급여법상 의료급여기관이라는 이유로,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한 것.

이에 불복한 A씨가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는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나 세금 등 공적 재원으로 운용되는 것으로서, 재정의 건정성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요양급여비용 등을 엄격히 통제하고 관리할 공익이 크다”고 전제했다.

또한 “제1처분과 제2처분은 각각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에 근거했고, 각 제도는 목적, 적용대상자, 보장기관, 재원 등이 다른 별개 제도”라며 “따라서 각 처분은 근거를 달리한 별도의 처분으로 각각 처분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복지부가 둘 중 어느 하나의 처분을 하거나 이를 합쳐 하나의 처분만을 해야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2심에서 의료용 산소 가격을 착오해 청구했을 뿐 속임수로 청구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B병원에는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은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균총 감염증(CRE 감염증) 환자들이 많은 거점병원으로, 단순 실수에 의한 착오청구로 병원 문을 닫게되면 공익이 침해될 우려가 더 크다는 주장이다.

A씨는 “병원 원무업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전산으로 급여비용 청구 업무 등을 처리했는데, 이 프로그램에선 의료용 산소 가격이 최대 단가인 10리터당 10원으로 설정돼 있다”며 “이를 병원별 시가로 수정해야하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프로그램에 따라 청구하게 된 것으로 속임수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한 “B병원에는 2023년 9월 1일 기준으로 137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 전원된 CRE 감염증 환자들로, 대다수가 70세 이상 고령 환자”라며 “CRE 감염증은 치료가 어렵고, 장기재원환자와 인공호흡기 또는 중심정맥관 등 침습적 처치를 받는 중환자의 경우 치명률과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의료용 프로그램에 기본 설정된 의료용 산소의 단가를 그대로 적용해 청구금액을 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A씨와 병원 담당직원에겐 프로그램의 기본 설정을 변경할 권한이 있었다”며 “A씨가 프로그램의 기본 설정대로 산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위반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처분이 적법하다면 B병원에 입원한 환자 모두 대학병원이나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원돼야 하는데, CRE 감염증은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에 확산 방지를 위해 격리해야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서울 내 요양병원 중 격리병실을 갖춘 요양병원은 극소수로 환자를 전원시키는데 어려울 것”이라고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A씨가 감경 또는 유예 의견을 제출했지만, 복지부는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 부과를 검토했다는 자료가 없다”며 “A씨가 현지조사 단계에서 약제를 분기 가중평가가격보다 높게 청구했다고 인정하면서 조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는데도 복지부는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정지 처분들을 내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B병원에 입원 중인 CRE 감염증 환자들이 전원할 마땅한 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제1, 2차분이 확정되면 환자들의 생명ㆍ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것인데, 이는 A씨의 사익보단 공익의 침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제1, 2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처분들로 초래될 A씨의 사익 침해와 공익 침해 정도가 더 중하다”면서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태도는 헌법과 현행법을 부정하는 위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대한민국헌법은 생명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건보법에는 환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 업무정지 대신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환자의 불편을 넘어 130여명의 환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인데도 업무정지처분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애초에 이 사건은 1심에서 패소하고 나서야 비로소 수임한 사건으로 일반 사건보다 승소가 더욱 어려운 사건이었고, 2심 판결 선고기일을 5번이나 연기한 끝에 선고된 것으로 값진 판결”이라며 “복지부 장관이 2심을 수용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정부의 올바른 태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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