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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모범국과 백신 후진국, 우리나라 의료제도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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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모범국과 백신 후진국, 우리나라 의료제도 두 얼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6.17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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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선 교수 "의료제도 차이로 빚어진 결과"..."한방 안전, 건정심서 정치적으로 결정"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선 ‘방역 모범국’ 소리까지 들었지만, 백신과 관련해선 ‘후진국’ 소리를 면치 못한 것은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가진 ‘두 얼굴’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최근 ‘경혈 두드리기’가 건강보험에 등재된 것에 대해 한방 안건에 있어선 건정심 내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정형선 교수.
▲ 정형선 교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지난 16일 용산전자랜드에서 ‘2021년 의료정책연구소 워크숍-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먼저 코로나19 시대에 우수한 방역 능력을 선보인 우리나라가 왜 백신 문제에 있어선 미국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와 국회 등은 발 빠른 대응을 통해 국내외의 찬사를 받았고, 성과도 거뒀지만 백신 쪽에서는 이러한 찬사가 무색해지는 부분이 발생했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내외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왜 백신 문제는 미국 등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나”고 전했다.

정 교수는 보건의료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건강의 향상으로, 이를 위해선 의사 등 인적자원을 교육ㆍ훈련하고, 병상 등 물적 자원을 갖추는 한편, 이를 조직화해 의료서비스를 전달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것과 국민건강의 향상은 같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제도적 측면에서 국민건강수준의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OCED 국가 중에 높은 편이지만, 의료수준이 잘 되어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다만, 영아사망률이 의료제도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데, 어려운 상태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의료제도가 작동을 했다는 뜻이고, 이는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괜찮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의사 수와 관련해서 정 교수는 의사 1인이 감당해야하는 환자 수와 의대정원을 늘렸던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병상수는 OECD 평균인 4.7병상 보다 3배나 많은 12.3병상이고, CT, MRI 역시 OECD 평균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부족한 인적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많은 물적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 의료제도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면 거꾸로 된 것보단 잘 되어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진찰수, 방문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1년에 16,6회 방문하지만, OECD 평균은 6.8회로,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OECD 평균이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는 평균의 3분의 2 정도이고, 이것도 한의사를 빼면 절반이다. 그에 비해 국민의 1인당 방문횟수는 2배를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 1인당 환자를 보는 숫자가 많다는 의미로, 의사 1인이 과로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의사들의 집합체인 의협은 의사 수를 늘려선 안 된다고 하고 있고, 심지어 학생들까지 나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과거 2008년 일본의사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은 의대 정원을 늘렸고, 최근 목표한 의사 수를 달성해 조정하기로 했다”며 “일본의사회에 왜 의사 수를 늘렸다고 물었는데, 일본 의사들은 자신들이 늘리자고 주장했으며, 의사들이 과로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 교수는 화두에 던진 우리나라에선 왜 백신을 만들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미국의 보건의료제도와의 차이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방역 등에 있어 찬사를 받았고, 미국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방역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에 있어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GDP 대비 의료비가 7.6%로, OECD 평균인 8.8%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GDP 대비 의료비가 16.9%”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형선 교수는 “전체적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보면 의료제도와 관련해서 사적시장에 남겨놓은 나라는 미국 정도를 제외하곤 없다”며 “미국은 의료비로 인해서 고소득의 수입을 올리는 의사조차도 노후까지 안전하게 의료와 장기요양문제를 해결한다고 보장을 못한다. 미국도 최근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공공의료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디스코션이 많은 미국이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하고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은 정부가 케어한다”며 “민간에게만 맡겨놓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분야가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외부효과가 큰 분야,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로, R&D 분야 투자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어마어마한 돈을 NIH, CDC 등에 연구비로 투자하는데, R&D결과는 미국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공공재가 되어서 전세계적인 공공재가 된다. 이는 이번 코로나19에 있어서 빛을 봤다고 본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R&D에서 얻은 이득 등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평생 의료비 걱정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좋은 것인지는 고민해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6일 ‘2021년 의료정책연구소 워크숍-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을 개최했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6일 ‘2021년 의료정책연구소 워크숍-포스트 코로나 의료혁신과 제도개선’을 개최했다.

한편, 정형선 교수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건강보험 등재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난 2005년부터 건정심 위원(공익대표)으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건정심 부위원장과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혈 두드리기’로도 불리는 감정자유기법이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정 교수는 “건정심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그 과정을 봐 왔다. 안건은 보건복지부가 올린다”며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과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게 최근 들어 한두 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해하는 입장에서 한방과 관련된 안건 처리 과정을 지켜본 게 굉장히 많다.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룰을 봤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상당히 많은 부분이 정치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정책이나 의료기술보다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방 분야에 대해서 보장성이라든지 포션을 생각해서 늘어나지 않는 부분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에는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며 “그게 이유가 돼서 한방 급여화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에 그렇게 진행돼 곤혹스러웠고 정치 영역이라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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