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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급여 저지 위해 범의약계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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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급여 저지 위해 범의약계 한 자리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7.17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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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첩약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우선’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유례없이 의계와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한 자리에 모였다.

범의약계는 첩약급여화를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범의약계는 첩약 급여화 이전에 첩약을 과학적으로 규명,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월부터 3년에 걸쳐 500억원을 투입해 한의원에서 월경통과 안면신경마비ㆍ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등 3개 질환에 대한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날 건정심 소위원회 회의 결과, 첩약심충변중방제기술료를 기존 3만 8780원에서 6290원 삭감한 3만 2490원으로 하는 수정안이 다수안으로 건정심에 상정됐다. 이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약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7개 단체는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적 검증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왼쪽부터)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 유승흠 전 회장, 대한의학회 김건상 전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남궁성은 전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국제위원장.
▲ (왼쪽부터)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 유승흠 전 회장, 대한의학회 김건상 전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남궁성은 전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국제위원장.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남궁성은 전 회장 ▲대한의학회 김건상 전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유승흠 전 회장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명예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 ▲대한약사회 김대업 회장 등 9명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운영위원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희철 홍보위원장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국제위원장 ▲대한병원협회 김태완 정책부위원장 ▲대한의학회 주영수 보험이사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대한약사회 이광민 정책기획실장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의협과 병협, 약사회, 의학회, 의학한림원 등 다섯 개의 전문가 단체는 과학적 검증이 없고 급여화에 대한 원칙도 무시된 첩약 급여화 반대에 뜻을 모아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올해는 코로나19의 한 해라고 할 만 하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현대 사회가 의약품을 다루는 시각과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미 과학적 검증을 거쳐 다른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라 하더라도 새 감염병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 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치료제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 의협 김대하 대변인.
▲ 의협 김대하 대변인.

김 대변인은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모든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대전제는 제품의 품질, 즉 규격이 확립돼야한다. 어떤 성분이 모든 제품에 일정한 양만큼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첩약은 원료의약품인 한약재를 임의 조제한 복합제이므로 품질과 규격의 확립될 수 없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첩약의 검증을 위해선 처방과 원료, 제조법이 표준화돼야하고,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과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한방이 한의학으로서, 의과학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병원계, 의학계, 약업계가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출범을 시작으로 첩약 급여화의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는 것은 물론, 정책 추진과 관련된 정부와 국회 관계자와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입자 단체 및 공익 위원 등을 만나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임태환 회장은 “비록 의료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이나 정치적 결정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며 “의학계는 피땀 흘려가며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한의학계에서도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첩약급여화를 위해 사용할 재원이 있다면 한의학의 근거 개발을 위한 연구에 투입해야한다”며 “아무리 연구해도 근거 마련이 불가능하다면 특정 질환에 대한 한의학 진료를 포기하고, 다른 연구를 더 할 수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기전이 필요하고, 그에 투자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계에선 첩약의 급여화 이전에 의학과 한의학의 교육 통합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내가 알기로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토속의학이 현대의학과 완전히 단절돼, 별도의 제도를 가지고 과학적ㆍ의학적 접근없이 제도화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한의학이 더 많이 발전하려면 현대의학적인 접근법과 의학적ㆍ학문적 관점에서 한의학을 발전시켜야, 세계적으로 한의학이 인정받고,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인정받을 것”고 밝혔다.

정 회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한다면 의학과 한의학을 영원히 단절시키고, 이원화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본다”며 “첩약급여화를 하기 전에 선결과제로 의학과 한의학의 교육 통합을 먼저 이뤄야한다. 그런 토대 하에서 학문적 협력이 가능하고, 상호 발전적인 미래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에선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망책’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의학회 장성구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정부의 의료정책은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으로 원시ㆍ미개시대로 회귀하고 있어, 개탄할 일”이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민들이 과학적, 합리적 사고를 생활 속에 정착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게 정부의 중책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후손들을 위해 우리 세대가 의료자원을 아끼고 축적해 고갈시키지 말아야하고, 우리나라 국가적인 의료자원 중심에는 고품격의 현대의학이 자리 잡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는 근거도 없고, 결과도 알 수 없는 한방 연구 사업에 매년 1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왔다. 이는 황당한 의료자원 낭비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에선 그동안 첩약급여화를 위한 논의에서 역설적으로 첩약을 급여화할 필요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는 점을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은 “첩약 급여화를 한의계에서 주장할 수는 있지만 정부는 끌려가서는 안 된다”며 “합당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서 정책을 진행해야하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좌 부회장은 “한의진흥재단에서 나온 연구를 보면 첩약과 한약재재의 유효성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내용이다. 첩약이 많은 비용을 들여서 건강보험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한의진흥재단에서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정부가 한의진흥재단에서 시행된 연구내용을 무시하고 시행한다면 정부가 과학근거에 기반한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첩약이 급여화된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한약을 싸게 먹을 수 있으니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건보재정은 한정돼 있다”며 “첩약이 급여화되면 국민을 위해 필요한 치료가 급여화에서 배제된다는 의미. 필요한 시술과 의약품에 대한 보험화를 뒤로 미루고 한약을 보험화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방 부회장은 “정부가 첩약급여 시범사업을 한다고 하면 국민들은 첩약이 안전한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하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도외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첩약의 급여화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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