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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ㆍ치료, 민간병원 덕분은 거짓' 주장에 의료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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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ㆍ치료, 민간병원 덕분은 거짓' 주장에 의료계 ‘분노’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0.04.1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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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교수 기고에 거센 비판...의협 “모든 의료인 상처에 소금 뿌리는 짓” 지적
▲ 김윤 교수.
▲ 김윤 교수.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온 의료계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민간병원의 덕분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의료계 전체가 공분에 휩싸였다.

지난 14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민간병원 덕분이라는 거짓’이란 글을 한 언론사에 기고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기고문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코로나19 치명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민간병원이 유럽의 공공병원에 비해 환자를 더 잘 치료해서가 아니다”라며 “진짜 이유는 우리나라는 젊은 환자가 많은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은 노인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방역과 감염병 진료로 구분해서 평가해야 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방역은 성공적이었으나 감염병 진료가 잘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대구ㆍ경북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확진 후에 입원을 기다리다 여러 명이 사망했고, 환자 4명 중 1명은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구ㆍ경북은 종합병원과 병원 27곳에 약 4만개의 병상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5000명 정도(경증환자 제외)의 코로나19 환자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것”이라며 “분석 결과,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4명 중 3명을 진료한 반면, 전체 병상 중 90%를 보유한 민간병원은 나머지 1명만 진료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계속 높아져 가는데도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이른바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채 10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구ㆍ경북에서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이유는 공공병원은 병상이 부족했고,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고문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나이보정을 하면 공공의료 하는 나라와 치명률이 2.5배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하는데, 예방의학을 했다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사람목숨을 가지고 ‘2.5배 밖에’란 말을 하는 건가”라고 일갈했다.

이 관계자는 “당신이 푹신한 의자에서 글 쓰는 동안 의료진들은 필사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이런 글 쓸 시간에 레벨D입고 선별에서 일손을 도와주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도 “과거 사스때 공공기관이라 할 수 있는 병원들이 적극적인 진료를 안 하는 바람에 민간병원들이 고생하면서 진료했다”며 “메르스를 거치면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 감염환자는 공공병원으로 보내고, 민간병원은 일반환자 진료를 하는 것으로, 이런 이유로 국민 안심병원이 지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하기로 정해놓고는 공공병원만 코로나19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억지주장”이라며 “제대로라면 환자 4명 가운데 공공에서 3, 민간에서 1을 본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공공에서 다 보는 게 맞음에도 도와줬더니, 이제와서 너희가 한 게 뭐냐고 하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제도를 이끄는 인간들은 언제나 이랬다”며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메르스 전사, 코로나 전사로 치켜세우다가 어느 정도 사태가 잠잠해지면 그때부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는 “물에 빠진 사람 살려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정도가 아니라, 멱살 잡고 죽일 기세로 달려들고 있다”며 “나라 돈으로 공공의료기관 세우고, 코로나 같은 일이 또 생기면 민간의료에 손 내밀지 말고 알아서 대처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도 “동료의 희생을 모욕하는 아전인수·곡학아세를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통해 김 교수의 기고문을 비판했다.

의협은 “김윤 교수는 기고에서 ‘눈앞의 성공’이라는 표현으로 초기 방역의 실패를 덮는 것으로도 모자라, ‘방역은 성공적이었으나 진료가 잘됐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국민과 의료인들의 노력과 성과를 폄하했다”며 “공공의료의 민낯을 드러낸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옹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병상을 기준으로 공공의료기관에서 75%의 환자를 치료했으며, 민간의료기관은 마치 병상만 많이 차지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처럼 기술해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의료인들의 땀과 눈물을 매도했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대량의 환자가 효율적인 의료자원의 이용을 위해 전국의 일부 공공의료기관으로 분산, 치료되고 있는 사실을 왜곡해 마치 지역 내의 공공의료가 부족한 것처럼 말함과 동시에 전국공공의료체계의 존재 이유를 부정했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의협은 “학자 개인의 의견이라 변명할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 직속 기관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보건의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는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의 현실 인식에 실망을 넘어 개탄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어, “의료체계를 민간과 공공으로 단순하게 이원화하고, 마치 편이라도 가르듯 공공기관의 공로만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다 희생된 동료와, 오늘도 진료현장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수많은 의료인들을 모욕하지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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