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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병원 내과계 조귀래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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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병원 내과계 조귀래 수간호사
  • 의약뉴스
  • 승인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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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병원 내과계 집중치료실 조귀래 수간호사를 만났다. 얼마전 그는 파키스탄 지진 참사 현장에서 간호 봉사를 다녀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내과계 집중치료실 수간호사 조귀래’라는 긴 호칭을 보고 나이 지긋한 중년의 어머니같은 미소를 짓는 간호사를 떠 올렸다.

영화를 즐기는 그는 특히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같은 화려하고 웅장하면서도 꿈이 있는 판타지영화를 좋아한다. 곧 개봉할 ‘해리포터와 불의 잔’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꿈꾸는 소녀’는 아니다.

얼마 전 파키스탄을 뒤흔들었던 대지진 참사현장에서 의료지원활동을 하고 왔을 만큼 적극적이고 고3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빨리 취업하기 위해 간호학과를 선택했을 정도로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는 파키스탄 대지진 직후인 지난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동안 파키스탄의 아보타바트에 있는 아유부병원 마당의 천막진료소에서 지내면서 환자들을 돌봤다. 지진으로 인해 외상환자들이 넘쳐났지만 응급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 2차 감염으로 발전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는 상처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고 돌아온것이 안타까웠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마약성분이 있는 진통제의 해외반출이 안돼 고통받는 환자들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천재지변 같은 긴급구호활동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진통제의 해외반출을 허용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조수간호사는 “저도 가기전에는 무서웠어요. 가보니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더군요. 어머니가 많이 걱정하셨지요. 하지만 상처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천진스러움을 잊지 않은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당시 현장을 회상했다.

그는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을 잊지 못했다. 지진으로 두 딸이 압사하고 정신을 놓아버린 그 여인의 눈빛이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다.

조 수산호사는 삶의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고 3때 돌아가시자 간호학과를 선택한 그는 경북대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를 하면서 이화여대 간호학석사를 졸업했다. 지금은 서울대에서 보건학석사를 밟고 있을 만큼 학구파다.

93년 3월부터 신촌 세브란스에서 간호사를 시작한 그는 심평원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서류작업보다는 임상이 더 맞는 것 같아 다시 일산병원에 지원했다. 간호사를 처음 시작한 세브란스는 너무 커서 전체를 알기 힘들었지만 수간호사로 지내고 있는 일산병원은 가족적이고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

2000년 일산병원 개원 할 때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2001년부터 수간호사를 하고 있다. 수익에 연연해하지 않고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일산병원의 분위기가 공공병원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신속한 처리가 안 될 경우도 있어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를 하면서 본 한 어린 환자의 아버지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한결이라는 이름을 가진 심장병을 앓던 소년환자가 수술후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죽자 소년의 아버지가 도움을 필요로하는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소년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픔을 다른 환자의 아픔을 달래주는 것으로 잊으려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식과 일식,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공연을 즐기지만 시간여유가 없는 편이다. 요즘에는 시간이 나도 논문준비에 대학원과제에 다른 짬이 안 난다. 그런 그가 파키스탄까지 갔다왔다. 그가 꿈꾸는 미래가 순탄하기를.

의약뉴스 박현봉 기자(nicebong@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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