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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감정 절차, 표준화 통해 객관성·신뢰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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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감정 절차, 표준화 통해 객관성·신뢰성 확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7.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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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민영 연구위원..."최소기준 확립해야"
 

정신감정에 있어 절차, 감정서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민영 연구위원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정신장애 범죄인의 책임능력 판단과 정신감정’란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정신장애 범죄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급속도록 증가한 상황이다. 이 사건 이후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고, 심신미약 피의자의 감형을 반대하며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수는 불과 엿새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심신미약자의 필요적 감경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0조 제2항은 임의적 감경 규정으로 개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형법 제20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변별능력이 없거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거나, 두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에 대해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심신장애를 생물학적인 손상으로 보고, 정신의학 전문가가 이를 판단한다. 다음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 유무에 대한 판단은 심리적이고 규범적인 영역에 속해있는 것으로 보고 정신의학 전문가의 감정을 기초로 법관이 판단한다.

최민영 연구위원은 “형법 제10조 심신장애인 규정은 범죄인들의 도피를 돕는 규정은 아니다”며 “행위자나 변호인이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실제 사건에서 이를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에 사법정신감정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이를 분별하는 정신의학자나 법관의 판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낮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표준화된 정신감정의 세부기준들을 관련 전문가들 간의 협업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대안이 돼야지, 형법 제10조의 존폐 여부가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형법 제10조는 책임원칙의 근간이 되는 주요 규정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단순화시켜 부유한 피고인들이 심신장애를 이용해 처벌을 면하려는 사례들이 증가할 수는 있다. 실제로, 최근 정신감정을 신청하는 피의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며 “하지만 이런 남용의 건수들은 극히 미비하고, 실제 있다고 하더라도 정신의학자의 정신감정 과정에서, 그리고 법관의 규범적 판단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신상실자와 심신미약자, 심신미약자와 책임능력자를 분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감정의 세부기준을 마련해 정신감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형사사법에서 수행되는 정신감정을 살펴보면 수사단계와 공판 중에 정신감정이 이뤄질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수사 단계에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상 필요한 경우, 감정을 위촉할 수 있고, 치처분이 필요할 때에는 판사로부터 감정유치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최 연구위원은 “실제로 정신감정은 이 단계보다는 대부분 공판단계에서 수행되는데 행위자의 행위 시점 당시, 책임능력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행위 당시와 가장 근접한 시점인 수사 과정에서 감정이 수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책임능력 판단의 시점은 재판시가 아니라 행위 시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정신감정의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소 전 감정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소 전 감정의 활성화를 위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간이감정의 도입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판단계에서도 정신감정이 이뤄질 수 있다. 공판단계에서 법원이 심신장애 의심자에 대해 병원 등에 감정을 촉탁해 정신감정을 하거나 감정유치 후 감정을 실시한다. 유치기간은 보통 30일 정도로, 법원이 기간을 연장하거나 단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심신장애 의심자에 대한 정신감정은 대부분 공판단계에서 이뤄진다”며 “감정인의 감정을 거치지 않은 몇몇 사례들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고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정신감정이 필요적 절차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공판에서는 피고인의 책임능력 유무를 판단할 경우, 정신감정을 시행하지 않고, 과거 의료기록 등 관련 자료를 대신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과거 범행이나 수사경력이 있는 피고인의 경우에는 해당 사건에서 다루는 범행 이전에 작성된 정신감정서나 치료감호 종료심사서, 혹은 해당 피고인의 과거 판결문을 참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 연구위원은 정신감정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감정의 절차, 감정서의 형식이 표준화돼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형사사법에서 시행되는 정신감정은 일반의 정신의학적 진단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감정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감정인에게 감정촉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신감정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사법정신의학의 발달을 장려함과 동시에 정신감정인의 자격을 ‘사법정신의학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따로 형사소송법에 명시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신감정에 대한 감정인 선정과 감정절차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도 신설돼야 한다”며 “현재 실무에서는 ‘신체감정에 있어서 감정인 선정과 감정절차 등에 관한 예규’를 참조해 정신감정인을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감정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이를 따로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정신감정 역시 과학적 증거로서 허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정서의 표준화 작업은 선행돼야한다”며 “정신감정서의 표준화 작업을 통하여 정신감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최소기준의 내용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연방법원판사 9명, 연방검사 2명, 범죄학교수 1명, 변호사 1명, 정신과학자 9명, 성의학자 2명, 법심리학자 1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연구그룹이 정신감정서에 최소한 포함돼야 할 정신감정의 형식적·내용적 최저기준을 제시했다.

이처럼 법률가, 의료인, 심리학자, 범죄학자 등 다양한 영역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최민영 연구위원은 “감정유치처분에 의한 감정에서 필요한 피의자나 피고인의 과거병력 등과 관련해 이들이 치료받았던 병원의 의료정보가 필요한 경우, 개인의 의료정보이기 때문에 감정의사는 이것을 입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현 감정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형사소송법 제173조에 규정하고 있지만, 규정의 범위를 ‘정신감정과 관련한 의료정보’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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