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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용장애, 게임의 좋고 나쁨이 핵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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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용장애, 게임의 좋고 나쁨이 핵심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5.2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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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대 이해국 교수..."사회적 노력 필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과 관련, 진단체계 구축하는 한편,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게임사용장애에 있어서의 핵심은 게임의 좋거나 나쁘다는 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대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회에서 ‘게임과사용 관련 건강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의 정당성’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게임매출은 전세계 게임시장에 50%에 육박하며, 스트레스가 높고 여가문화를 위한 기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에다가 IT인프라의 빠른 구축이 가능했던 아시아 국가들의 게임 이용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필연적으로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발생한 신체 및 정신건강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대두됐고, 이로 인해 국가 차원의 공공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보건의료영역 또한 과도한 게임이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건강, 신체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서 전세계의 중독과 정신건강 전문가 30명이 모여 ‘디지털기기과다사용에 의한 건강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을 위한 국제 전문가 TF 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이후 4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행위중독 대응 자문 TF 모임은 디지털기기 과사용으로 인한 건강문제 중 관련 근거가 충분히 축적된 게임중독문제를 ‘게임사용장애’로 명명, 새로 개정될 국제표준질병분류에 증대를 추진하기로 합의를 도출한다.

2016년에는 진단기준이 ICD-11 개정사이트에 게시돼 보건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ICD-11에서 개정될 모든 질환들의 진단기준에 대한 현장적용연구가 현재 시행되고 있으며, 2019년 회원국 총회에서 개정판에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해국 교수는 “정확히 말하면 게임중독이 아니라 게임사용장애라고 명명하는 것이 맞다”며 “특정 물질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든지 지나치게 몰두하고 집착함으로 인해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태를 중독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게임사용장애는 게임 자체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 등의 가치판단을 부여하기보다, 게임을 부적응 혹은 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임을 의미한다”며 “게임사용장애라는 진단이 생김으로서 게임 자체를 중독유발물질처럼 취급한다는 반응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과민반응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과몰입이 게임장애라는 중독장애로 질병개념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특정 비적응적 정신행동 문제가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질병의 뇌과학적 기전, 질병고유의 자연사적 경로, 이러한 정신행동문제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폐해 등 3가지 측면에서의 근거가 필요하다”며 “이에 ICD-11에서 게임사용장애를 등재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보건전문가들이 일정 기준에 합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비적응적인 게임사용 상태 중 가장 심각한 경우를 질병상태로 규정함으로서 관련 연구와 자료 수집을 촉진하고, 예방과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공중보건에 이익이 클 것이라고 WHO 및 관련 분야의 학계가 판단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게임과몰입 이용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이 교수는 “심리적, 기질적으로 취약한 개인이 중독적 특성이 강화된 게임콘텐츠를 접하고, 다른 여타 대안적 즐길거리가 적은 환경을 만나면 게임 중독, 즉 게임사용장애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임사용장애 등 게임의 비기능적 사용으로 인한 문제로부터 게임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입은 이러한 매개체, 개인, 환경적 측면의 위험요인을 줄이고, 보호요인을 늘리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내외 연구에 게임사용장애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이 연구되고 있는데, 개인적 측면의 요인을 보면 도박장애 등 기타 중독장애와 유사하고,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선정성, 사행성 요인이 있을수록 중독성이 증가된다고 할 수 있다”며 “게임사용장애 진단이 게임을 중독물로 취급한다고 비한하기 앞서, 게임 내 다양한 사행적, 선정적 요소를 삽입하는 게임업계의 과도한 이윤추구적 행태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적 요인과 관련, 게임 및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학교정책·사회정책환경과 접근성·광고와 마케팅, 게임사용문화 등이 주요요인으로 제시될 수 있다”며 “유명 연예인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게임광고 뿐만 아니라 고급사양의 게임용 PC가 완비된 PC방에 대한 접근성도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국내 한 연구결과는 게임광고에 노출된 정도, PC방 접근성이 게임중독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 교수는 “게임의 과사용 관련 문제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각 측면에서 위험요인에 맞는 적절한 개임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인 개입전략”이라며 “콘텐츠 측면에선 선정성 규제, 확률형아이템 규제 등이, 개인적 차원에선 고위험집단에 대한 선별과 조기개입 등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대안적 문화, 예술, 놀이 자원 제공, 셧다운 등의 시행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사용장애의 치료와 관련해선 중독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인지행동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고, 이외에 동기강화치료, 현실치료, 행동치료 등의 효과성이 보고되고 있다”며 “아직까지 게임사용문제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약물치료가 개발돼 있지 않고, 다만 ADHD·우울증 등이 동반된 경우 동반정신장애에 대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감소되면 2차적으로 중독증상도 감소될 수 있음이 조심스럽게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은 게임이 좋은 것이지, 나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게임중독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게임업계는 ‘게임은 중독을 유발하는 나쁜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좋은 것’이라는 프레임에 근거한 비판을 제시하고 있다”며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문제의 비용과 책임 모두를 게임업계가 부담해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 이는 지나친 염려”라고 일축했다.

게임의 부적응적 사용에 의한 건강문제는 기본적으로 게임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국가에서 담당해야할 문제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경쟁적인 사회문화와 빈약한 문화여가체육자원을 개선하는 것은 사회전체가 노력해야한다”며 “게임 이용자들이 걱정해야할 문제는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이 아니라, 게임산업의 비윤리적 이윤추구 행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해국 교수는 “게임사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자체가 가지는 긍정적, 산업적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게임사용을 중독으로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는 알코올사용장애 진단체계가 주류산업의 이익구조나 건전한 음주문화 및 알코올 자체를 배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게임사용장애 진단체계 구축은 게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는 아이들과 이웃을 돕기 위한 건강체계와 전문가들의 책임있는 반응일 뿐”이라며 “이해관계에 근거한 소모적 공방보다는 하루 빨리 문제 발생 시 도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안전하고 건전하게 게임, 디지털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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