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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동업계약에도 타 의료인 관리부실 책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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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동업계약에도 타 의료인 관리부실 책임 어려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4.2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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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독자적인 진료 재량권 기초해 범죄 사실 구별
 

고용계약이나 동업계약을 맺었더라도 다른 의료인의 독자적인 진료 재량권에 기초해 실행한 위법행위에 대해선 관리부실의 과실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B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로, 지난 2013년 4월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을, 이듬해 1월경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B한의원은 2012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014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내원하지 않은 일부 수진자들에 관해 진료기록부에 진료한 것으로 기록하거나 시술을 하지 않고도 한방시술료를 청구, 총 528만원을 공단으로부터 부당하게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일부 수진자가 한의원해 내원해 진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내원해 진료 받은 것으로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한 다음 공단에 그에 관한 진료비를 청구한 사실이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했으며, ‘요양급여비 청구 시 실제 습식부황을 하지 않고 부당하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도 작성했다.

이후 A씨는 법원으로부터 ‘내원 일수 거짓 청구’를 이유로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를 적용받아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에 처해졌고,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복지부는 2017년 11월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2011년경부터 한의사 C씨로 하여금 독립 채산, 이른바 ‘shop in shop’ 형태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줬고, 그 때부터 C씨가 B한의원의 진료비 청구 업무를 전담했기 때문에 자신은 내원일수 거짓 청구와 시술료 거짓 청구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C씨의 거짓 청구 책임이 자신에게 귀속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자신이 거짓 청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주장하는 숍인숍(shop in shop) 방식은 의료법상 인정될 수 없는 구조이고, 실제로 C씨가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볼 증거도 없다”며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만이 할 수 있으므로 A씨만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국민건강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며 “같은 법 제98조 제1항 제1호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기관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그 요양기관에 대해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의료인의 면허자격 정지 처분은 의료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해당 의료인 개인’에 대해 이뤄지는 제재로서 일정 기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해당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인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자격정지 기간 중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C씨가 자신의 환자에게 실시하지 않은 요양급여비용을 B한의원 청구 시스템을 이용해 청구했지만 A씨가 이에 관여하지 않는 한 그 사실을 알기 어렵고 나아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고용계약이나 동업계약 상 다른 의료인의 진료행위 등에 관한 일반적·추상적 관리·감독의 가능성만을 이유로 다른 의료인이 독자적인 진료 재량권에 기초해 실행한 개별적‧구체적 위법행위에 대해선 관리부실의 과실 책임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현지조사 과정에서 한방시술료 거짓 청구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그에 서명·날인했지만 이는 ‘B한의원에서 C씨에 의해 그러한 사실관계가 이뤄졌음’을 인정한 것에 불과해 그것만으로 A씨가 당시 한방시술료 거짓 청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지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복지부는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처분사유 가운데 ‘이 사건 내원일수 거짓 청구’ 부분만이 관련 서류를 위조하거나 속임수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으로서 정당한 처분 사유로 인정되고, 이 사건 한방시술료 거짓 청구 부분은 A씨의 자격정지의 정당한 처분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할 것인바, 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므로, 복지부의 항소는 이유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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