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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감정의, 자격 강화하고 참여 의사수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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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감정의, 자격 강화하고 참여 의사수 늘려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4.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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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료원 이경석 원장...대한의학회 기고
 

최근 횡격막탈장 환아가 사망해 의사 3명이 법정 구속된 사건 이후로, 의료감정에 대한 의료계 및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탁감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천안의료원 이경석 원장(대한의료감정학회 명예회장)은 대한의학회 E-NEWSLETTER 4월호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수탁감정의 문제점’이란 기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오진에 의한 사망 사건으로 전공의를 포함, 의사 3인을 법정구속한 사태의 근본 이유는 허술한 제도와 부적절한 의료 감정의 합작품이라고 본다”며 “제도가 허술하더라도 의료감정이 적절했다면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으며,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지만, 허술한 제도와 자신이 하는 감정의 목적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실의 판단 기준을 잘못 적용한 감정 덕분에 생겨서는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분쟁조정이라는 기관 설립목적과 다르게 수탁감정이란 이름으로 형사 과실감정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형사사건의 수탁감정이 최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수탁 감정의 근거는 법 25조 제3항의 4에 규정된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이라는 법조문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재원에서 배포한 수탁감정제도 이용안내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월 이후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의료분쟁이 경찰이나 검찰의 요구에 의해 진료과목당 30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탁 감정을 받을 수 있다. 60일 이내에 감정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탁감정 접수건수가 2013년 117건에서 017년 662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원장은  “조정 감정과 수탁 감정은 감정 의뢰 기관과 목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며 “조정 감정은 ‘옳고 그름’ 보다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목적이 있는 반면, 수탁 감정은 손해의 크기와 무관하게 특정 행위가 ‘처벌이 필요할 만큼 불법적인 행위였는지’가 감정의 주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제307조제2항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헌법에 따라 무죄 추정을 받기 때문에, 그 추정을 번복하고자 하는 검사가 유죄의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며 “따라서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유죄로 인정되려면 검사가 증거를 통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수탁감정이라고 하는 불완전한 제도를 통해 의사의 유죄 입증을 감정의사가 대신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다.

이 원장은 “민사소송에서 과실이 아니라고 했던 사건이 형사소송에서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되는 과실로 판결돼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3명이 법정구속됐다”며 “이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목적과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감정의사의 부적절한 의료 감정으로 인해 유발된 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료수준은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으며,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평균 수준의 의료수준을 뜻한다”며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를 잘하는 사람이나 많이 아는 사람이 감정을 잘 하리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며 “수탁감정을 제대로 하려면 교과서에 있는 원칙이 아니라 현재의 임상의료 수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평균 의료수준이 아니라 최상의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과실 여부를 판단함은 마치 우등생이 아니므로 낙제를 시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원장은 “수탁감정 제도를 시급히 보완하지 않을 경우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위험이 있으며 이로 인한 형사처벌은 의료인들로 하여금 진료 회피나 방어 진료를 유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이경석 원장은 제도 보완과 관련해, “수탁 감정의사의 자격강화가 필요하다”며 “수탁감정 담당 의사는 반드시 형법과 민법의 차이와 의료감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의료인의 구속을 포함한 형사처벌을 단 한 사람의 감정결과에 따라 검찰 또는 경찰과 같은 관계기관의 해석과 판정에 의존해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탁감정은 최소한 2인의 감정이 필요하고, 두 사람의 감정 결과가 서로 상반되는 경우에는 제3의 감정을 거치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의료감정은 의사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진실규명에 대한 열정과 함께 의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한 매우 엄중한 일임을 감정에 임하는 모든 의사들이 잘 알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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