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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감정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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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감정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2.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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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지난해 하반기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횡격막탈장 사망 환아와 관련, 의사 3인에게 내려진 항소심 판단은 ‘무죄’와 ‘집행유예’였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의사 3인에게 내려진 판결은 응급의학과 교수에겐 무죄,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에겐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을, 가정의학과 전공의였던 C씨에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이들은 지난 10월 횡격막탈장으로 내원한 환아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각각 금고 1년 6개월, 1년 등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횡격막 탈장 사망 환아 사건은 재판을 받던 의사 3인이 실형을 선고받음과 동시에 모두 법정구속 됐고, 재판과정에서 의사 모두 의료과실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부인했으며, 감정기관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의사 3인 중 응급의학과 교수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지난 22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개요 및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료과실-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정도, 그리고 법원 감정제도의 문제점
현두륜 변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의료과실’ 및 ‘의료과실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한다”며 “형사사건에서 의료과실 및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검사가 입증해야하고,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 즉 유죄라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할 정도의 증거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여러 곳의 감정을 거쳤는데, 의견이 엇갈렸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느 감정결과를 채택할지 여부는 유·무죄 판단에 있어 매우 결정적”이라고 전했다.

횡격막 탈장 사망 환아 사건은 총 4번에 걸쳐 진료기록 감정이 이뤄졌다. 사망한 환아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진료기록 감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형사소송 항소심에서 진행된 진료기록 감정을 제외하면 민사소송, 검찰 수사, 형사소송 1심 등 총 3번 이뤄졌는데, 민사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진료기록 감정에선 ‘2013년 5월 27일 병원 응급실에 최초 내원했을 당시 피해자에게 횡격막 탈장이 확실히 보이지 않고, 2013년 6월 8일에야 횡격막 탈장의 가능성이 확인된다’고 회신했다. 또 대학병원에서 우측 흉수 배액 후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그 원인은 많은 양의 흉수를 배액한 후 발생한 저혈량성 쇼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 수사단계에서의 진료기록 감정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진행했다. 중재원은 ‘5월 27일 응급실에서 진료할 당시 피해자의 복통이 횡격막 탈장에 의한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X-ray 결과 숙련된 전문의라 하더라도 정확히 판독해 흉수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횡격막 탈장의 확정적 소견인 탈장된 내장기관이나 공기음영이 없어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세 번째는 형사소송 1심 중 진행된 진료기록 감정이었는데, ‘5월 27일 응급실 내원 당시부터 횡격막 탈장 소견이 있었음이 명백하다. 병원 내원 당시 피해자의 위가 횡격막을 통과해 흉강에 진입했고, 위가 팽창하다 천공돼, 위산에 의해 심장이 화학적 화상을 입어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현 변호사는 “형사 1, 2심 모두 의사에게 불리한 감정 결과를 채택하고 그와 다른 감정결과는 뚜렷한 이유 없이 채택하지 않았다”며 “현재 법원 감정은 주로 서면으로 이뤄지는데 제한된 자료와 미리 제시된 질문사항을 위주로 감정서가 작성되다보니, 그 결과가 왜곡되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1인 감정은 개인의 능력이나 경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진료기록 감정을 하려면 의사가 사건을 전부 다 파악해야하는데, 이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고, 감정에 따라 시비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도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된다”며 “법원이 직접 감정신청서를 작성한다면 좀 더 정리가 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법원이 더 많이 노력하고 공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가지 다른 감정의견이 존재할 경우, 서로 다른 감정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최종적인 감정결과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유·무죄를 다루는 형사사건에서 이러한 절차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 감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에 있어 양형기준 적용의 문제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은 피해자가 다시 형사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양형기준은 기본형이 징역(금고) 8월에서 2년, 이를 기본형으로 해서 가중 및 감경요소를 고려해 구체적인 형량을 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1심,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을 정했는데, 1심과 2심 판결이 다른 이유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양형기준에 따르면 과거에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은 부분은 집행유예 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양형기준을 개정해 민사재판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은 부분은 형의 감경이나 집행유예 요소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은 피해자가 다시 형사고소를 통해 추가적인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의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실제 최근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은 피해자가 추가적인 형사합의금을 요구한 사례에 대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는 과실, 인과관계가 형사소송과 달리 추정되기 때문에 환자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승소한 민사소송을 바탕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사건은 의사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죄판결 이후 법정 구속은 신중해야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의료계가 재판 결과에 분노했던 건 유죄판결 후 피고인 3인 모두 법정구속 시킨 것ㅇ로, 이는 전례가 매우 드문 판결”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법원은 당시 양형기준대로 판결을 선고한 거라 항변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았고, 1심 재판 중에 피고인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위로금을 지급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합의가 안됐다고 법정구속을 한 건 지나치다”며 “실제로 법정구속 때문에 피고인들은 피해자측이 요구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급할 의무가 없는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 됐지만, 이를 돌려받기 어렵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는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한 달 가량 구속된 기간 동안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구속으로 인한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보상받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의사가 받을 수 있는 형사보상은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단 6만원 수준이며, 법에선 최대 5배까지 보장해준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의료사고에 있어 유죄 판결이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법정구속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두륜 변호사는 “형사소송 항소심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다른 두 의사는 각각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됐다”며 “확인해본 결과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해선 검사가 상고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본인이 상고했으며,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상고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 변호사는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건 다행이지만 다른 의사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안타깝다”며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의료사건을 처리해온 변호사 입장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사건 처리 실무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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