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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미다졸람ㆍ펜토탈 절대 금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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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미다졸람ㆍ펜토탈 절대 금기 아니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9.01.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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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금기 약물 투약 주장 기각
 

고관절 수술을 위해 척추마취를 받은 환자에게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서 환자의 알코올 중독을 고려하지 않은 금기 약물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약물들이 절대금기의 약물로 보기 어렵다면서 환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2012년 4월경 A씨는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서 우측 고관절 관절경 하관절구 돌출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B병원 의료진은 경막 하 공간으로 국소마취제인 부피바케인을 주입해 척추마취를 시행했고, 이후 10분 간격으로 미다졸람을 2.5mg씩 2회 정맥주입했다.

그 다음에 10분 간격으로 프로포폴을 40mg씩 3회 정맥주입한 뒤, 멘토탈을 250mg씩 2회 정맥주입하고, 프로포폴을 40mg씩 3회 주입했다.

이후, 의료진은 A씨에게 혈압강하제인 페르디핀을 주입해 혈압을 12/70에서 100/60으로 강하했다. 오수술 중 A씨에게 심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아트로핀과 에피네프린을 주입하고, 기관삽관 및 인공호흡을 시행했다.

A씨에게 심전도상 심실 빈맥이 발생하자, 제세동을 실시했고, 엠부베깅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전원했다.

전원된 A씨는 치료를 받았으나 기질성 정신장애가 발생, 현재 허혈성 뇌 손상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가 심각한 상태로 중등도로 진행된 치매 수준이다.

A씨는 “의료진은 환자 체질, 체격에 따라 적정한 마취제 종류를 선택하고, 적정량을 투여해 수술 중에 있어서는 물론 수술 전후의 전과정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해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등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의료진이 이를 게을리 해 심정지 및 기질성 정신장애가 생겼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척추마취를 위해 사용한 부피바케인의 주입 시점과 A씨의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상당한 시차가 있다”며 “A씨의 심정지가 부피바케인의 부작용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미다졸람, 프로포폴, 펜토탈 등 진정수면제는 모두 약효가 단기 지속되고, 비교적 안전하며 가장 선호되는 약제들”이라며 “처음에 부작용이 가장 적은 미다졸람이 사용됐다. 다량이 일시에 주입된 것이 아니라 일정 간격을 두고 반복 투여돼 진정수면제가 잘못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환자의 혈압, 호흡, 기도 산소포화도가 모두 일정 간격으로 지속 기록됐으며 관찰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심전도 검사 결과에 의하면 심정지가 약제 투여나 시술이 아닌 심근경색 등의 심장질환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항소심에서 A씨는 “의료진은 수술 당시 진료기록에 알코올리즘(알코올 중독) 환자라고 기재해두고, 수면진정제인 미다졸람의 경우 알코올 또는 약물의존성 환자에게, 같은 수면진정제인 펜토탈의 경우 알콜, 수면진정제 중독환자에게 투여가 금지돼 있음에도 위 진정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B병원 문진 시 ‘1주인에 5~6회, 1일 소주 1병을 마셨는데 현재 중단한 상태로 알코올리즘 치료 목적으로 C병원에서 아티만 등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라고 이야기했다”며 “A씨가 이 사건 수술 당일 알코올리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꼭 다녀와야 한다고 해서 B병원을 외출해 C병원에서 기존과 동일한 약을 처방받은 사실이 인정돼, 수술 당시 A씨는 알코올리즘 환자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에 의하면 미다졸람과 펜토탈이 알코올리즘 환자에게 투여하지 말아야 하는 절대금기의 약물은 아니다”며 “다만 알코올리즘 환자에게 이 약물들의 효과가 비교적 약하거나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질 수 있고,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이 있는 경우 지속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주의를 요하며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이라는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학정보원의 의약품사전에 기재된 ‘알코올 의존성 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증상이나 정도, 음주 지속 여부, 치료 기간이나 상태 등 그 태양이 다양해 그 범주를 일의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정을 고려하면, 약학정보원의 의약품사전상 미다졸람과 펜토탈이 알코올리즘 환자에게 투여 금기 약물이라는 기재만으로 임상의학현장에서 미다졸람과 펜토탈이 알코올리즘 환자에 대한 절대적 금기약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보인다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에 대해 부담하는 진료 채무는 환자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다. 치유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춰 필요하고도 적절한 진료를 할 수단채무”라며 “진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바로 진료 채무의 불이행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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