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4 23:04 (수)
헌법적 권리로서 ‘건강권’ 강화, 합리적 방향은?
상태바
헌법적 권리로서 ‘건강권’ 강화, 합리적 방향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10.20 0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법학회..."평등한 건강수준 권리로 접근"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헌법 개정안’을 두고, 개정안에 포함된 건강권 강화의 방향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료법학회(회장 이숭덕)는 지난 19일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한국법률가대회에 참여해 ‘헌법 개정과 건강권 강화의 방향’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창엽 교수는 “헌법적 권리로 건강권을 말하려면 건강권이 무엇을 뜻하는지 규정해야하는데, 건강권을 명확하게, 그리고 실천적으로 유용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건강’의 성격 때문”이라며 “특히 건강, 보건, 의료의 상호관련성 때문에 발생하는 혼란과 모호함을 해결해야하는데, 보건의료는 (건강을 유지, 증징, 회복하기 위한) 인간의 사회적 활동(투입 또는 자원)인 반면, 건강은 그 활동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보건의료는 건강이라는 결과물을 산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보건과 의료도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건강을 위한 사회적 활동 중 보건이 ‘집단’에 대한 것이라면 의료는 ‘개인’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에 대한 권리는 보건이나 의료에 대한 권리와 일치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건강권, 보건권, 의료권이 포괄하는 범위와 내용이 다르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헌법에 건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는 건 불완전하지만 상당수 국가에선 헌법적 권리 또는 가치로 인정 받는다”며 “헤이먼 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191개 유엔 회원국 중 14%가 보건에 대한 권기를, 38%가 의료에 대한 권리를, 37%가 전반적 건강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헌법에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권을 헌법조항에 포함된다고 국가의 역할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보건과 의료에 대한 권리를 넘어 건강 결과에 대한 권리로 확장하면 건강권에 대한 관심은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건 국가가 이를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편 극단은 국가가 보건의료에 접근하는 걸 방해해선 안 된다는 수준에 머문다”며 “건강에 대한 권리는 복잡한데, 건강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국가가 의무를 다하기 어려운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면 건강에는 타고난 체질을 비롯해 개인의 습관, 소득이나 가정환경과 같은 사회적 요인, 질병의 치료 여부 등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요인들에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하고, 개인도 이렇게 결정되는 건강을 권리로 주장하기 어렵다. 건강에 미치는 요인 중 그나마 보건의료를 보장하는 의무로 규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건강 결과에 대한 권리는 보건의료에 대한 권리에 비해 자칫 ‘공허한’ 권리로 전락하기 쉽다”며 “다만 인권에 대한 지향은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없다. 건강권의 원리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뿐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이나 개인의 선택 등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근거이자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헌법에 건강권은 보건과 의료에 대한 권리를 포함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결정요인을 건강수준 달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성취할 권리를 포함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헌법적 권리로서 건강권은 평등한 건강수준에 대한 권리에 접근할 것이고, 이에 대한 국가의 의무는 적극적 의무를 충족하는 구성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리 주체와 의무 주체의 관계는 건강권을 둘러싼 사회적 실천에 따라, 제도적으로는 사법 심사와 사법부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도 헌법 개정과 건강권 강화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지용 교수는 “헌법상 건강권은 ‘건강에 관한 사회보장권’ 내지 ‘건강보장권’을 의미한다. 국가는 건강보장이라는 헌법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총체적 측면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한다”며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의 틀 안에서 건강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려는 시도는 자칫 건강권의 규범성과 권리성을 더욱 모호하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건강권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의 관련성 하에서 논의할 때 그 기준은 ‘인간다움’이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7년 ‘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된 경우,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하지 않았는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해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헌재는 입법을 전혀 하지 않거나,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해 헌법 위반으로 판단한다는 것인데, 이는 헌법이론적 설득력이 없다”며 “헌재는 생존을 위한 물질적인 조건 뿐만 아니라 건강과 같은 사회경제적 참여의 기회, 문화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급여수준을 직접 설정했어야하고, 이에 따른 최저생활이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적극적 판단을 수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헌법에서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며 “이에 대한 헌재의 해석이 유지되는 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없고, 실현 의지의 부족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헌법 개정안은 다른 의미에서 헌법의 장식화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건강’이라는 용어는 주로 의학이나 보건복지 영역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다의적으로 사용하기에 규범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며 “건강을 무리하게 규범적으로 정의하기보다는 헌법이 건강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추출해낼 수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