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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사기죄 적용보다 행정적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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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사기죄 적용보다 행정적 보완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9.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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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박사…"의료행위 정상 제공, 환자에 손해 발생 없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속칭 ‘사무장병원’에서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제공했다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 ‘사기죄’ 성립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려대 법학연구원 권지혜 박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소위 사무장병원)과 요양급여비용 청구의 사기죄 성부’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에도 제한을 두고 있지만 최근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무장병원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의료기관 개설주체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유형은 실소유자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인지, 개설 자격이 있는 의료인 또는 법인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나눠지는데, 비의료인의 경우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 개설 ▲비 의료인이 의료(비영리)법인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동업해 의료기관 개설 등이 있다.

의료인 또는 법인의 경우는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지 않고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후 다른 의료인 명의로 수 개의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이 의료(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 개설 등이며,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이용해 복수(단수)의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도 있다.

이 같은 사무장병원은 의료행위의 질적 하락 우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악화라는 문제를 야기하는데, 의료행위 질적 하락은 형사제재를, 건보공단 재정누수는 요양급여비용 환수를 통해 방지하고 있다.

권지혜 박사는 “지난 2013년부터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를 형법상 사기죄로 의율,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사기죄를 적용함에 있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을 포함하고, 해당 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행한 자가 의료인이라고 해도 사기죄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의 착오를 일으켜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기망행위라는 판단이지만, 의료기관 개설 위법과는 별개로 의료인이 정상적 의료행위를 제공한 사실이 있기에 이에 상응하는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라 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7월에 내린 판결을 통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마치 의료법에 의해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급여비용에 관한 의사결정에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 경우 설령 의료기관의 개설인인 비의료인이 자신에게 개설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들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하게 했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정상적으로 제공한 경우에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형법상 사기죄(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해 착오를 일으키고, 그 착오에 기최해 재산처분행위를 함으로써 기망자 또는 제3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며, 이에 대한 고의와 불법이득의사가 있는 경우에 성립된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기망 개념을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착오는 사실에 관한 것이나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나 법률효과에 관한 것이거나를 묻지 않고, 반드시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일 필요도 없으며, 그 수단과 방법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으나,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 서로 지켜야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지혜 박사는 “건보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행위는 부적격한 기관을 속인 채 청구적격이 없다는 점을 알지 못하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기망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라도 의료인이 정상적 의료행위를 제공했다면 기망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권 박사는 “의료기관과 보험가입자간의 사적 계약 측면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정상적 의료행위를 공급한 사실이 존재하고 이에 상응하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는 것이므로, 의료기관과 보험자입자 사이에서 의료계약에 대한 기망행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법한 방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의 경우 정상적 의료기관에 비해 상거래적 경영이념에 입각해 의료기관을 운영한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에 반해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제공할 경우 요양급여비용 청구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권 박사는 “만약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없더라도, 환자 입장에선 다른 요양기관으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건보공단은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동일한 비용이 지출하는 것으로,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라 해 별도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경영합리성만을 우선해 과다 혹은 허위의 진료를 할 것이고, 과도하게 청구된 요양급여비용으로 건보공단에 손해를 야기할 것이라 예측해 처벌하는 것은 유죄추정이 될 소지가 존재한다는 게 권 박사의 설명이다.

권 박사는 “과다 혹은 허위 진료와 이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의 하락 및 건보의 재정악화 위험을 손해라 판단해도 이는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모두에게 발생할 위험가능성을 개설 주체자의 성격이 다르다고 달리 해석하고 손해로 보아 형벌을 적용하는 건 타당한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무자격자의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의료기관과 보험가입자간의 사적 계약 성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에 대한 기망이 발생하며, 사기죄 성립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는 발생 요건이 아니다”며 “사기죄가 재산상 손해의 발생을 요하지 않는 위험범으로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위험을 재산상 손해로 인정하는 것이 옳은 지 여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건강보험체계라는 사회하부체계의 기능에 대한 위험이며, 이는 보편적 법익에 해당한다”며 “이처럼 사기죄를 적용하는 것은 재산개념을 사회체계의 기능으로 전용하는 것으로, 재산범죄인 사기죄를 경제범죄화시키는 문제를 지니게 되고, 사회적 위험성을 방지하고자 자연범인 사기죄를 적용하는 것은 과잉적용이자 법익보험의 적격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권지혜 박사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기죄 적용 보단 불법개설 기관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대책을 설립하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 박사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사기죄를 적용하는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더 중한 제재인 형벌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형법은 다른 사회해결수단들로 해결할 수 없을 때에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부당이득 환수와 같은 행정적 제재를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불법정도에 비례하지 않는 사기죄를 적용하기 보단 감시·감독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행정적 보완을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된 의료인에게 자진신고시 면허취소나 정지를 면제해주거나 요양급여비용 환수의무를 면책하는 등의 내부고발 장려책이나 지역사회와 연계된 감시체계의 구축 등이 보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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