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06:05 (월)
분업·세분화된 현대의학, 주의의무위반 판단은?
상태바
분업·세분화된 현대의학, 주의의무위반 판단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8.06.18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국대 최호진 교수…"수평·수직분업에 따라 달라"

전문화와 세분화가 일반화됐고, 의료행위의 분업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현대의학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판단 기준은 어떻게 될까? 수평적 의료분업의 경우 ‘신뢰의 원칙’이, 수직적 의료분업에선 ‘위험관리의무’가 우선 고려돼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단국대 법학과 최호진 교수는 최근 ‘의료법의 최근 형사법적 쟁점’이란 주제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의약·식품 전문검사 커뮤니티의 춘계공동학술대회에서 ‘분업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위반 판단기준과 그 제한규칙들’이란 발제로 이 같이 밝혔다.

최호진 교수는 “현대의학의 전문화와 세분화로 인해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각 해당 진료과목마다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고, 환자의 진료과정에 다수의 의료관여자들이 참여해 분업적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며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환자치료를 위해 의료인들 사이에 의료행위의 분업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종합병원의 임상현실에서는 의사는 동료의사나 간호사를 비롯한 다른 의료관여자들과의 분업적 협동이 필수불가결해 상호간의 협력없이는 의료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의료행위의 전문화, 세분화, 분업화로 인해 새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분업의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 의료관여자들간의 의사소통의 부재 또는 오인으로 인한 위험이 결국 현실화돼 법익침해적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의료인들 상호간의 형사책임이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호진 교수는 의료분업 유형을 ‘수평적 의료분업’과 ‘수직적 의료분업’으로 나눠 팀의료의 주의의무위반에 대해 살폈다. 수평적 의료분업에 있어선 ‘신뢰의 원칙’이, 수직적 의료분업에는 ‘위험감독의무’가 적용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수평적 의료분업은 분업에 참가한 의료인이 상호대등한 관계에서 각자 자신의 분업 영역에서 상호간의 지시나 감독없이 독자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며 “수평적 분업의 경우 의료인 상화간에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으로, 상호독립적인 권한영역에서 대등한 수준의 분야별 권한을 가지고, 지휘·감독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을 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같은 병원 의사들 사이 관계, 전원 등 다른 병원 의사들 사이의 관계 등이 대표적이며, 의사와 약사, 약사와 제약회사 상호간도 신뢰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의사와 약사, 약사와 제약회사는 상호독립된 별개의 분야이며, 각자 고유한 책임영역을 갖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직적 의료분업관계에서는 분업에 참가한 의료인 상호간에 지휘감독과 복종관계가 형성돼 상위의료인은 하위의료인에 대해 선임 및 감독의 책임을 지기 때문에 신뢰의 원칙은 위험관리의무의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같은 병원 진료과장과 소속 의사들과의 관계, 전문의와 전공의의 관계 등이 대표적”이라며 “의사와 간호사간의 관계에선 진료보조의 부분에 있어선 어디까지나 진료행위의 주체는 의사고, 간호사는 보조자의 불과하기 때문에 신뢰의 원칙은 배제된다는 데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호진 교수는 “위험원에서 실제적으로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감족자는 피감독자와의 분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신뢰하고 있으면 족하다”며 “만약 피감동작의 의료행위에 대해 감독자가 물샐틈없는 감독을 요구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분업의 원리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수직적 의료분업의 경우에는 위험관리의무가 우선시 고려돼야하며, 신뢰의 원칙은 위험관리의무에서 부분적, 보충적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