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케어’ 등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장기 종합계획’을 준비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문 케어 발표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전문가 논의구조를 구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연구위원은 최근 의료정책포럼에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방안의 현황과 과제’라는 연구보고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미용·성형 외의 것은 모두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방안, 일명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문 케어는 크게 ▲비급여 해소 및 발생 차단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관리 ▲긴급 위기상황 지원강화로 나눠지며, 이중 비급여 해소 및 발생 차단은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건보로 편입 ▲3대 비급여 실질적 해소 ▲새로운 비듭여 발생 차단이고,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관리를 위한 추진 방안은 ▲취약계층 대상자별 의료비 부담 완화 ▲소득수준에 비례한 본인부담 상한액 설정이다.
긴급 위기상황 지원강화를 위한 추진 방안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화 ▲제도간 연계강화 등을 추진하게 된다.
김계현 연구위원은 “문 케어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기존의 ‘비급여 점진적 해소’에서 ‘비급여 완전 해소’로 전환, 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과 투입 재원의 타당성 및 정확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라는 점”이라며 “건보제도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 비급여 중 일부 항목들을 급여화하는 건 중요한 문제지만 재원이 한정됐기 때문에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의학적 비급여 3600여개 항목에는 건보 급여 영역으로 포함되기에 유효성의 근거가 부족하거나 없는 행위가 있다”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급여 행위 중 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인정한 ‘등재 비급여’ 행위 485개가 이미 선정돼 있고, 예비급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면 새 의료행위, 치료재료 등이 개발되며, 이 중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되면 의료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고, 일정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급여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된 신의료기술은 비급여로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고, 이 같은 기전은 신의료기술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비급여 행위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의료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는 모두 급여화하고, 비용효과성이 미흡한 경우 예비급여로, 치료 필수성이 떨어지는 의료는 비급여로 존치한다는 방향을 밝혔다”며 “기존 행위관련위원회, 급여관련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논의를 위한 근거 작업, 위원회의 논의 및 결론 등에 걸린 시간과 노력 등을 고려한다면 수많은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이 5년 안에 가능한지 현실성에 대한 검토와 함께 제대로 된 기술평가가 이뤄질 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건보 보장성 70%를 목표로 30조 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전체 재정규모는 밝혔지만 세부 방안별 소요재정에 대해 설명하지 않다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개했다”며 “건보 보장성 확대와 관련된 소요재정 문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정부는 소요재정의 세부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보제도는 3저(저부담-저급여-저수가) 체계로 출발했는데, 형평성 있는 비용부담과 적정 보험급여 제공으로, 국민건강 및 사회보장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건보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실질적인 재정 투입 규모 및 재정지원 확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장기 종합계획을 준비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시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제도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5년마다 제도운영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건보 보장성 확대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이 같은 법적 기반을 토대로 운영 40년을 넘긴 건보제도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황을 평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설정해야하며, 정책수단에 대한 전문가 및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계현 연구위원은 “현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 방안과 다른 방향의 패러다임 전환을 내세우다보니 비급여의 급여화가 ‘점진적’ 방안이 아닌 ‘완전 해소’, ‘전면 급여화’를 내세우게 됐다”며 “이는 이전 정부와 다른 프레임을 갖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많은 갈등과 문제를 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의료소비자들은 약간의 비용부담 차이만 감수하면 의료기관 선택·이용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기존 비급여 항목들이 급여로 전환될 경우 이용량이 증가될 수 있다”며 “검토 중인 급여화 예정 항목에 고가의료서비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 확대로 인해 증가할 의료이용량, 비용인식이 낮아진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번 보장성 확대방안 발표에 있어,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정책들이 있음에도,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논의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참여 및 논의구조를 개선해야하고, 특히 보건의료와 같은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전문가 논의구조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